지난달에 한번 칼럼 쓰는 걸 빠지고 나니 무척 오랜만에 쓰는 기분이 든다. 처음 칼럼리스트 신청할 때는 한 달에 세 번 정도는 거뜬히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열흘에 한번이 왜 이리 자주 돌아오는지…. 아마 내 맘에는 작은 교만이 있었던 것 같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시작하면서 매달 작은 테마를 정해 글을 쓰고 싶어졌다. 3월의 테마는 시작으로 정했다.

3월이 되면 새 학년, 새 학교, 새 직장 등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아는 언니는 그동안 미뤘던 학과공부를 시작했고 오랜 시간 직장을 구하지 못하던 친구도 첫 출근을 한다고 연락이 왔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그 에너지가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진다. 잘 해야겠다는 다짐과 열정에 희망까지 더해져 달리기 위해 시작을 기다리는 마라토너 같은 기운이 나를 긴장하게 했다.

나는 얼마 전부터 어깨통증이 있어 병원을 다니고 있다. 의사의 소견은 목 디스크로 꾸준한 물리치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나와 같은 뇌병변장애가 있으면 당연시 되는 병(?)이라고 주위 사람들이 말했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병원을 찾아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는데 한번 가면 한 시간을 누워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처음에는 치료를 받고 나면 통증이 나아져서 매일 다니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병원을 다니면서 너무 내 몸을 돌보지 않고 지내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일, 공부, 운동 등 새로 시작하는 것에 앞서서 내 건강을 체크하는 일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의 나는 하고 싶은 일이나 공부가 생기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시작하고 바쁘게 지냈다. 그러다 보니 이제 몸은 빨간불이 켜지려고 노란불이 깜빡이고 있다고 느껴진다. 조금만 무리하면 바로 신호가 오는 걸 보면….

시작을 위해 철저히 건강을 체크하는 3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요즘 아이들 통해 다양한 나를 만나게 됩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이 낯설었던 1992년 무슨 배짱으로 혼자 살겠다는 선언을 하고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해 출판사 편집실에서 근무하면서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만난 남자와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된 일. 결혼 후 5년 만에 아이를 출산한 일. 정말 한순간 한순간이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 없습니다. 혼자일 때는 나에게 온 에너지를 쏟아 살았고, 결혼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다면, 아이를 키우면서 지낸 3년은 내가 모르던 나를 만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이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일상 속 행복을 찾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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