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핀 난꽃. 이름은 금화산. ⓒ송은주

며칠 전 난에 꽃이 피었다. 화초를 오래 키우긴 했지만 난에 꽃이 핀 것은 처음이라 너무 신기하고 기뻤다. 혹시 좋은 일이 생기려나하는 기대감과 함께….

우리부부는 난을 키우면서 꽃을 보는 건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주변에서 그건 어려운 일이라는 얘기를 워낙 많이 들어서 꽃을 보고 싶으면 작은 포트에 담긴 이름 모를 꽃들을 사 와서 잘 보살피다가 꽃이 지고 잎도 지면 맘 상해했다.

한 달 전 난에서 꽃대가 올라오는 걸 발견한 후 우리는 노심초사 매일 눈도장을 찍으며 애태웠다. 모든 화분을 추위를 이겨내라고 실내로 들여놓지 않고 베란다에 놓아두었는데 꽃대를 보고 마음이 약해져 들여놓아야 빨리 피지 않을까 싶어 들여놓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온도가 갑자기 바뀌면 꽃이 피지도 않고 져버린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간사(?)하고 경솔한 나 자신을 발견하고 헛웃음이 났다.

우리는 크고 작은 중요한 순간을 만나면 마음 졸이고, 노심초사 하다가 실수를 하기도 한다. 또 간절히 바라던 일이 이루어졌을 때도 냉정을 찾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천천히 피고 오랜 시간을 꽃과 향기를 선물하는 난을 보며 닮고 싶어졌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생활에 은은한 향기로 스며드는 나를 꿈꾸며….

요즘 아이들 통해 다양한 나를 만나게 됩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이 낯설었던 1992년 무슨 배짱으로 혼자 살겠다는 선언을 하고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해 출판사 편집실에서 근무하면서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만난 남자와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된 일. 결혼 후 5년 만에 아이를 출산한 일. 정말 한순간 한순간이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 없습니다. 혼자일 때는 나에게 온 에너지를 쏟아 살았고, 결혼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다면, 아이를 키우면서 지낸 3년은 내가 모르던 나를 만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이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일상 속 행복을 찾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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