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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카테고리 : 사제의 공간 | 조회수 : 4262020-03-02 오후 10:35:00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강론 듣기 : https://youtu.be/rg1FLdloFXo



 


 

성당에서의 모든 미사와 모임이 중지되면서 성당 직원들의 휴일도 당분간 토요일과 주일로 옮겼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주일의 성당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현실이 주는 무게는 좀 더 강한 듯 합니다. 지금 각자의 집에서 생활할 신자들이 주일의 의미를 조금 더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우리가 지내는 주일은 보통 휴일의 의미와는 달리 그 속에는 주님의 부활이라는 의미가 중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상 창조의 하느님을 기억하고 자신을 위한 삶에서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창조하신 하느님을 생각하며 하루를 지내는 안식일처럼 주일은 주님의 부활을 기억하며 함께 모여 신자들이 주님이 주신 생명의 빵을 나누고 하루를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사는 날입니다. 그래서 이 날은 주님께 바치는 날이며 그것은 이 날을 사랑으로 사는 것으로 채워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휴식과 함께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장례미사 때 읽게 되는 내용입니다. 심판에 관한 이야기에서 예수님은 하느님이 우리를 어떤 기준으로 나누시는지 알려주십니다. 그리고 그 기준에는 우리가 말하는 '죄'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눈에 가장 많이 띄는 것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양과 염소로 나뉜 이들, 당연히 우리는 오른쪽에 서 있는 양이 되려 할 겁니다. 그것이 구원이고 그것이 천국의 줄이니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우리 중 누군가가 아니라하느님이시고 그분의 기준만이 세상 이후의 삶을 좌우합니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모두가 원하는 구원인데, 주님이 말씀하시는 구원 받을 이의 특징은 하느님의 자리에 사람, 그것도 어려운 일을 당하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굶주리고 목마르고 나그네 된 이를 살피는 것, 헐벗고 병들고 감옥에 갇힌 이를 돌보는 것이 이 양들이 한 일입니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베푼 일이 이 구원의 기준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영문을 모르는 이들에게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사람에게 사람이 왜 필요한가를 말하시는 예수님은 하느님이 세상에 오신 이유와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이 이것이라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이 말씀은 이 일을 하지 않은 이들에게 벌로 주어집니다. 그리고 억울해 하는 이들에게도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


그들이 억울한 이유는 그들은 '죄'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단지 누군가를 살피거나 돌봐주지 않았을 뿐 그들이 잘못한 것은 없다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순간 어디선가기도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들끼리 어울리며 부족함 없는 삶이 하느님의 은총이라 말하며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이런 일들을 많이 합니다. 누군가를 살피기에도 많이 부족한 삶이기에 우리는 '더 달라고' 기도하는데 익숙하고, 또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삶을 '감사'하는데도 익숙합니다. 그렇게 하느님을 찾고 기도하며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닙니다. 


그렇게 지키는 주일이란 주님 부활의 의미가 아닌 결국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주일에 성당에 오지 않을 때 우리는 결국 자신을 위해 그 시간을 사용합니다. 혹시나 주님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반성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날 내가 함께 해야 할 형제 자매들 때문에 미안해 본 적은 있는지, 그날 성당에서 돌아와 남은 시간은 모두 자신을 위한 것이라 여기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봐야 할 일입니다. 



 

일을 시작하기 힘들다는 월요일에 주일의 나를 생각하는 것은 결국 하느님 앞에 서 있는 나의 모습을 거울에 비쳐보는 일입니다. 신앙이란 창조주 하느님의 모습이 나의 삶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부족해도 사랑하시며 모자라도 생명을 나누시는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전해진 하느님의 뜻을 알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며 세상의 행복한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살아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여전히 주눅든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그 때도 우리의 사랑은 그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한참 작은 이들의 삶을 사는 중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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