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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카테고리 : 사제의 공간 | 조회수 : 3392020-02-12 오후 4:15:00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물 속에 사람들이 들어섭니다. 물은 사람이 들어올 때마다 물결을 일으킵니다. 그 사람의 이동에 따라 물결도 점점 이동하며 물 전체에 그 소식을 전달합니다. 물은 형체가 없지만 동시에 모든 형체를 안아 그만큼을 비워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물은 자신에게 안기는 모든 것을 깨끗하게 합니다. 


세례의 물은 모든 것을 씻어냅니다. 흐르는 물은 더더욱 모든 것을 새롭게 합니다. 물 자체로 새로운 것으로 변하지만 그 물에 닿은 모든 것이 또한 새롭게 변합니다. 세례가 의미하는 것도 그러하며 우리는 성수를 통해 그러한 기억을 되새기곤 합니다. 


오늘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축일에 예수님은 모든 것을 새롭게 하는 물 속에 당신 자신을 포함시키십니다. 사람의 허물을 씻어내고 죄를 뉘우치는 사람을 깨끗하게 하던 물에 하느님의 어린양이 들어감으로써 이 물은 거룩함으로 변화합니다. 죄를 씻어냄과 더불어 하느님께서 그 용서와 함께 하시며 사람을 새롭게 만들어 주십니다. 


그 모든 것의 시작은 주님에게서 있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세례에서 우리가 가진 일반적인 상식을 깨뜨리게 됩니다. 죄 없는 사람이 죄를 용서할 수 있다는 상식 속의 사람들은 그런 이유로 죄 없는 세례자 요한에게서 세례를 받으려 했으나 세상 모든 것을 내신 하느님께서 직접 그 물에 들어서신 이유로 용서란 사람이 사람에게 하느님의 사랑으로 베푸는 것으로 변화합니다. 하느님이 세례를 주시기 전 사람에게 세례를 받으신 사건으로 세례의 상식이, 또 죄에 대한 생각이 무너집니다. 



사람의 정성을 하느님이 축복하시어 그것이 단지 죄를 씼어내고 깨끗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그 의지와 결심에 하느님이 축복하시고 함께 하신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주님은 우리 중 의인을 골라내러 오신 것이 아니라 죄인마저 구하러 오셨다는 것이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물 속에 들어선 이들은 물에서 나오는 순간 어디로 가야 할지를 정해야 하고 방황하겠지만 주님의 세례는 그 물 속에 들어선 순간부터 우리는 하느님 안에 있으며 그 하느님의 사랑으로 세상에 다시 나와 삶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곧 죄를 짓지 않고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기억하고 나에게 주어진 그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가 된다는 것입니다. 물은 우리를 씻어내고 성령은 우리를 하느님으로 가득채운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세례의 원래 모습입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견진을 통해 하느님의 군사가 된다고 이야기하지만 이 둘은 원래 하나였음을 기억한다면 우리가 받은 세례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모든 축복 속에 우리가 살게 되었음을 이야기해주는 것입니다. 


주님의 세례에서 우리는 겸손하신 주님의 모습을 다시 보지만 하느님 아버지의 증언은 이러합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하느님의 뜻을 아는 이는 고결한 상대적인 의인이 아니라 평범한 군중 속의 선인입니다. 사람을 사랑하여 사람을 사랑으로 변하게 하는 사람. 그래서 악한 마음 속에서도 선함을 선택하도록 이끄는 사람. 그래서 물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그리스도를 닮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이 세례를 받지 않으셨다면 그분은 처음부터 우리와 다른 분이시라는 생각 속에 우리도 주님도 멀찍이 떨어진 분이 되셨을 겁니다. 



그러나 물이 하느님과 우리를 연결시키게 된 것은 주님이 스스로 그 물에 들어가셨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우리 안에 사신 것. 그것만 깨닫는다 해도 우리의 삶은 참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겪은 삶의 질곡이 주님께도 같았다는 것이 우리가 지금의 이 답답한 삶 속에도 희망을 가질 이유임을 알아듣기를 바랍니다. 



세례축일로 우리는 성탄시기를 마감합니다. 그리고 연중시기가 시작됩니다. 곧 주님이 세상 안에 들어오시고 죄의 흔적들을 당신 스스로 닦아내심으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시고 하느님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축복하셨다는 것을 기억하며 일상으로 우리가 돌아가야 한다는 뜻일 겁니다. 



성수를 찍고 성당에서 들어설 때만이 아니라 일어나 세수 할 때도 우리가 받은 세례를 기억하는 신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우리의 하루는 또 일주일은, 일년은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주님의 사랑은 우리의 일상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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