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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마을로는 들어가지 마라.”
카테고리 : 사제의 공간 | 조회수 : 3882020-02-19 오후 8:52:00

“저 마을로는 들어가지 마라.”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앞을 보지 못하는 이를 데려온 사람들은 다른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예수님이 사람들을 바꾸어 놓은 것이라 볼 수 있는 이런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 행복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사람들의 바람을 들어주시면서도 그들 앞에서가 아닌 그를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셔서 낫게 하십니다. 그리고 그가 눈을 뜨고 나자 그 사람을 데려왔던 사람들을 피해 가게 하십니다. 


정확한 이유를 알 방도는 없지만 예수님의 행동에서 살펴 볼 수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예수님의 기적에서 '주인공'이 누구인가, 또 예수님은 기적을 왜 이루셨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병자가 예수님 앞에 섰을 때 당연히 기대하게 되는 것은 그가 병이 낫는 것입니다. 그런 기대를 가지고 예수님을 찾게 되는데 그렇다면 복음 속 이 기적의 대상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고 그의 바람을 이루시는 분은 기적의 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그가 주인공일 수는 없습니다. 예수님은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하십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에게 '손을 대어 주십사'고 청합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을 데려와 그의 입이 아닌 자신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청을 드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피해 예수님은 그를데리고 마을 밖으로 나가십니다. 그리고 그만 느낄 수 있는 손길로 그의 눈을 만지시고 그에게 물으십니다. 



“무엇이 보이느냐?”



예수님의 손길이 다시 한 번 그의 눈에 닿았을 때 그는 비로소 모든 것을 명확하게 보게 됩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제대로 보게 된 그에게 한가지를 당부하십니다. 



“저 마을로는 들어가지 마라.”



예수님은 그를 데려온 사람들이 그가 눈을 다시 뜬 사실을 모르게 하십니다. 그리고 이 기적을 그와 예수님 만의 사건으로 만들려고 하십니다. 예수님의 기적에 사람들은 환호하지만 예수님은 이미 많은 곳에서 그 기적들로 당신을 알리려 하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그 기적을 숨기시거나 알리지 못하게 하십니다. 


그 이유는 예수님에게 기적이란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필요한 가치였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과 권능을 알리는 것이 예수님의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은 곧 기적이 필요했던 이들이 이 모든 사건들의 주인공이었다는 뜻이 됩니다. 곧 예수님은 당신의 능력을 전하려 하신 것이 아니라 그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당신의 마음을 주셔서 그들이 삶을 되찾게 하시려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마을에는 이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을 겁니다. 그들의 눈과 귀에 이 기적이 닿았을 때 반응은 충분히 예상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분명 이 기적을 이루신 예수님을 찾았을 것입니다. 그들은 이 사람의 눈 뜬 사건이 아닌 기적을 행하시는 예수님이 보고 싶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앞을 보지 못하던 이가 눈을 뜨고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의 삶이 방향을 찾았고 그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이 일이 하느님의 사랑으로 가능했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으로 그는 하느님에 대한 신앙과 자신의 삶의 가치를 찾았을 겁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고 싶어하신 것은 기적의 힘이나 그 능력을 통한 하느님이 아니라 하느님은 사람을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 뜻을 이루는데 필요한 지혜를 발휘하십니다. 곧 그에게 필요한 것을 주시고 주님에 대해 다른 생각을 품는 이들의 뜻을 피해가시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하고 말하는 교회의 외침은 오늘도 계속 됩니다. 그러나 그런 하느님을 보여주는 것은 늘 능력이나 자격이나 삶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일들이 증거로 채택되거나 요구됩니다. 사람들은 사랑을 말하면서도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그 사랑을 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의 사람들에게 현혹되고 맙니다. 사랑이라고는 하지만 데려온 이에게 벌어지는 놀라운 일로 하느님을 찾으려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사랑이란 그런 눈요기를 채워주는 놀라운 이벤트가 아닙니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되어 주는 것. 그것이 전달되는 일이라면 사람들이 이 일을 몰라도 주님을 몰라도 주님은 게의치 않으십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주님은 그 사람과 함께 사라지셨고 그들은 결코 다시 혼자 돌아온 예수님을 만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것이 주님의 사랑이라 말하고 그 말을 알아듣는 신자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나 어느 마을에는 다시 눈을 뜨게 된 어떤 이의 행복한 삶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의 비밀을 알아들으며 즐거워하는 신자들이 되길 바랍니다. 꼭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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