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냇물처럼 콸콸 흐르게 하자
카테고리 : 나의 이야기 | 조회수 : 12932017-03-16 오전 12:14:00

마음을 냇물처럼 콸콸 흐르게 하자

강민호

 

오늘은 참으로 오래 만에 대우스님을 뵙고 왔다. 스님께서는 호수에 이는 파문(波紋) 같이 인자한 미소로 나를 반겨 주셨다.

 

스님과의 인연은 내게 있어 큰 행운이었다. 꿈을 잃어버린 한 명의 장애인이었던 나를 미래에 좋은 문학가가 되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전환 시켜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우석대학교 특수교육과를 졸업하고 마땅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고 나는 지욕 같은 날들을 보냈다.

 

가난한 집안 형편에 불구하고 대학까지 교육시켜주신 할머니를 포함한 가족들에게도 미안 했다. 공부하면 나의 삶도 달라질 할 수 있다는 선생님들의 말을 믿었던 나도 원망스러웠다. 교사 자격증을 가지게 되어서도 어린 시절에 상상했던 나의 미래 모습 가운데, 가장 안 좋은 재가 장애인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재가 장애인이라도 면하겠다는 절박함에 고향인 제주도에 내려가지 않고 전주에 있는 한 구릅홈에 들어간다. 다시금 집안에 우환꺼리가 되기보다는 멀리 떨어져서 만나지 않은 것이 낫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일단 탱자 같은 신세는 되지 않았지만 꿈도 없이 살아가야 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싫은 반항심이 생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반항심은 나의 본래 성격을 드려나게 했다. 유아기 이후에 하지 않았던 문제행동까지 하게 만들었다.

그런 나를 안쓰러워했던 채 선생님과 서 선생님께서는 자주 바람 쐬러주려고 다녔는데, 한번은 내장산에 있는 백련암에 갔다. 채 선생님이 그곳에 계시는 시인이도 한 대우스님과 잘 아시는 사이였다. 백련암에서 우리는 스님에게 인사하고 스님을 모시고 정심하러 가서 대화하기 시작했다. 스님은 나를 보시고 고집도 있고 초명하게 생겼다고 하셨다. 그 말씀에 서 선생님께서는 사대(師大)를 졸업해서 교사 자격증 취득했고, 글도 잘 쓴다고 나를 소개했다. 그러자 스님께서는 언제 한번 내가 쓴 글을 가지고 오면 보시고 좋으면 등단 시켜주겠다고 하셨다. 한 때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많을 책을 읽고 시간 나면 글 쓰는 연습을 했던 나로서는 기분 좋은 소리였다. 나는 정식으로 글 쓰는 범을 배운 적이 없어 흠이 많은 내 글에 실망 하실 거라고 말씀드렸다. 서툴러도 괜찮다고 가지고 오라고 스님은 말씀 하셨고, 선생님들도 내가 몰래 글 쓰는 모습을 봤다며 한번 써 놓았던 글들을 정리하고 수정해서 오자고 했다.

그 날 구릅홈에 돌아온 나는 몰래 써 놓았던 시들을 수정하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습작했던 시들을 수정하고 정리하면서 깡그린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꿈이 마음에 깊은 곳에 남아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마우스스틱(mouse stick)으로 처음 글 쓸 때처럼 기쁘고 기대되는 마음을 가지고 작업했다.

 

몇 달 뒤 작업한 시들을 가지고 백련암에 가서 대우스님께 보여드렸다. 나는 혹시 스님께서 시들을 보시고 실망 하실까 마음 조렸다. 스님께서는 그런 마음을 활짝 펴지게 하는 미소를 보이며 이정도이면 된다고 앞으로 더욱 연습이 쓰라고 했다. 정말로 오래 만에 가지게 된 성취감에 눈물이 나며 기뻐했다. 그 이후에 대우스님께서는 나를 현대문학사조대한문학에 시로 등단 할 수 있게 해주셨다.

등단한 이후에도 나는 스님을 찾아갔던지, 우편물로 보내서 시, 수필 쓴 것을 보여드렸다.

 

그럴 때마다 스님께서는 점점 잘 쓴다고 칭찬 하셨고, 미래에 문학가로 대성(大成) 할 것이라는 칭찬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랬던 스님께서 얼마 전에 서 선생님에게 민호가 보낸 글들을 읽어보니까 마음이 갇혀 있는 것 같다 걱정이 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그 말씀을 전하는 서 선생님도 내가 고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은 것 같다고 걱정이 된다고 하셨다. 나는 작년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장남 노릇을 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다시 실망해서 모르게 어두운 생각에 갇혀 있을 것 같았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나의 마음에서는 처음으로 내 글을 인정해 주신 스님에게 괘난 염려를 드린 것 같아 죄송한 감정이 생겨났다. 끝내 죄송한 감정을 나를 어버이의 날인 오늘 카네이션을 쌌고 수필과제로 쓴 것들을 가지고 스님을 뵈러 갔게 했다. 스님께서는 늘 그랬을 것처럼 미소로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스님 방으로 안내하시고 손수 차를 차라주시면서 작품집을 준비한다는 말을 들었다고곧 유명해지면 자기를 모르는 척하겠다고 하셨다. 나는 그러면 제가 배은망덕한 놈이죠라고 말씀드렸다. 도전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고, 준비하면서 많을 것들을 깨우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올해에는 기회가 돼서 김학 교수님에게서 수필을 배우고 있다고도 말씀드렸다. 좋은 교수님에게서 배우고 있다고 열심히 배워서 수필로도 등단하라고 스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 드리면서 나는 아버지의 죽음과 집안일을 챙길 수 없는 내 모습을 다시 실망하다가 보니 어두운 생각에 갇혀 있었는데. 글 쓰면서 거의 해방되었다고 말씀드렸다.

 

그 말을 들으신 스님께서는 잠시 합장한 후에 같이 정심 먹으러 갔다. 정심을 먹을 후에 나를 콸콸 흐르는 냇물가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민호는 저런 냇물 같은 마음으로 글을 써야한다고 말씀하셨다. 때로는 슬픔과 미움이 마음에 생겨도 마음이 그것들에게 얽매이게 하지 말라고 하시며 손을 잡아 주었다.

 

그때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나는 스님과 헤어지고 장애와 어린 시절에 안 좋은 기억 때문에 생겨난, 내면에 돌덩이들도 떠밀러 보내는 콸콸 흐르는 마음을 갖자고 다짐 했다.

 

마우스스틱(Mouse stick): 손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입에 물어 타이핑하거나 그림

그리는 도구.

 

2015. 5.

 
댓글내용 
봄은 유혹의 귀재다.
나는 이번 스승의 날에도 배은망덕한 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