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웠던 하루
카테고리 : 나의 이야기 | 조회수 : 11452017-02-24 오후 7:03:00

즐거웠던 하루 강민호 오늘은 올해 들어서 내가 가장 즐겁게 보낸 하루였다. 아니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오늘이 최고로 즐거웠던 하루였다. 300명이 넘은 사람들에게 낱말퀴즈를 내다보니까 목도 아프고 많이 힘들었지만, 행사 뒷풀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 마음에는 보람이 가득했다. 9월 중순쯤 완주군에서 이랑이란 사회복지협동조합을 하는 친한 선배에게서 연락을 받았다.민호형, 117일 날 장애인인식개선 행사를 하는데 한 부분을 맡아서 해주세요.” 무엇을 하면 되는지 물어보니 자기네들이 준비한 낱말들을 비장애인들에게 설명하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내 시집도 가져와서 판매해도 되고, 따로 수고비까지 주겠다고 했다. 나는 알았다고 했고 행사날 가기로 했다. 지난주 일기예보에서 행사하는 날 많은 비가 오겠다고 했다. 유례없는 가뭄에 걱정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기쁜 소식이었지만 비 때문에 행사에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으면 큰일이라고 걱정도 되었다. 날씨예보대로 아침부터 비가 와서 길이 미끄러워서 우리 집에서 30분에 갈 수 있는 둔산공원까지 50분이나 걸려서 도착했다. 도착해 보니 행사가 막 시작하려는 순간이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설명도 듣지 못하고 참가자를 맞이해야 되었다. 선배의 처제이자 나의 대학교 후배가 낱말을 보여주면 나는 참가자가 그 낱말을 생각할 수 있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내가 해야 했던 임무는 낱말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후배가 보여주는 대로 읽어주어 참가자들이 알아듣고 말을 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이었다. 정신없이 낱말을 맞추게 하여 첫 참가자를 보내고 후배가 가져온 커피를 마실 때, 기억 한 조각이 떠올랐다. 어린시절 할머니께서 나를 동네아이들과 놀 수 있게 밖으로 데리고 나가면 아이들 중에 몇몇이 나의 말을 따라하면서 놀리곤 했었다. 그 때 내가 된 것 같아 약간 기분이 나쁘기도 했지만 참가자들이 진지하게, 내 말을 알아들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절로 흥이 나서 참가자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최대한으로 노력했다. 내가 말하는 낱말을 못 알아들을 때는 낱말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주고 한 글자씩 불러주었다. 낱말의 수준은 두 가지였다. 과일 이름 같은 쉬운 낱말은 아이들 용이었고. 영화제목이나 인물 이름은 성인용이었다. 쉬운 낱말로 했던 아이들에게 말해줄 때는 대체로 무난했지만 외래어와 외국인물 이름이 씌어 있던, 성인용 낱말을 말해줄 때는 '베토벤''베트멘'으로, '우즈벨트''안전벨트'로 대답하는 등 웃지 못하는 뒷얘기도 있었다. 참가자들이 그렇게 대합할 때 신기하게도 나의 마음엔 안타까움만이 생겼다. 내 말을 못 알아듣는 서운함이나 발음도 제대로 못하는 실망은 생기지 않고, 참가자들이 못 알아듣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으로 최대한 정확하게 말해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란 생소한 일본영화와 발음하기 제일 어려운 스티븐 호킹을 참가자들이 맞출 때 나도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었다. 오늘 행사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서 마련했다. 나는 비장애인들이 낱말을 알아들 때는 함께 기뻐하고 못 알아들을 때는 안타까워하면서 나도 또 같은 사람이란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오늘은 참으로 뜻 있고 즐거운 하루였다.

201511

 
댓글내용 
너가 나의실험대상이었어
내게 힘이 되어준 노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