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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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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아리 에스터
주연 : 플로렌스 퓨, 잭 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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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느닷없이 공포 영화를 보기로 결심한 이유는 모두 플로렌스 퓨 때문이다. [작은 아씨들], [레이디 맥베스]를 보고 나서 플로렌스 퓨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린 나는 그녀가 [미드소마]에 출연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고민에 빠졌다. 플로렌스 퓨의 매력적인 연기를 볼 수 있기에 [미드소마]가 무척이나 보고 싶었지만 하필 장르가 공포 영화이니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이 영화가 다른 공포 영화와는 달리 환한 대낮에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정보에 자신감을 가지고 일요일 저녁, 무려 2시간 27분짜리 [미드소마]에 도전했다. (네이버에 올라와 있는 러닝타임은 2시간 50분이던데, 그건 감독판인가 보다.)
[미드소마]는 조울증을 앓고 있는 동생 때문에 가족을 잃은 대니(플로렌스 퓨)가 남자 친구인 크리스티안(잭 레이너), 마크(윌 폴터), 조쉬(윌리엄 잭슨 하퍼)와 함께 펠레(빌헬름 브롬그렌)의 초대로 스웨덴의 외딴 마을 공동체에서 벌어지는 축제에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축제가 벌어지는 마을은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 마을은 육아는 물론 모든 것을 마을 사람들이 함께 한다. 그리고 사람의 일생을 18년 주기로 4계절에 비유하는데, 1세에서부터 18세까지는 봄, 19세부터 36세까지는 여름, 37세부터 54세까지는 가을, 55세부터 72세까지는 겨울이다. 그렇다면 72세가 넘어가면 어떻게 될까? 그 대답은 영화가 시작된지 1시간 정도 지나면 두 눈으로 확인할 수가 있다.
솔직히 앞서 언급한 영화가 시작된지 1시간까지는 [미드소마]가 공포 영화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위협적이지는 않고 오히려 순박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제의 장면이 나오는데, 대니 일행이 그러하듯이 나 역시 넋 놓고 영화를 보다가 너무 놀라 비명을 지를 뻔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잔인하게 표현될 줄은 몰랐다.)
한번 폭풍우가 지난 이후 다시 영화는 평온을 되찾는다. 물론 더 이상 마을 사람들이 순박해 보이지는 않았고, 뭔가 비밀스러운 일을 꾸미고 있는 스산한 기운을 풍기기는 했지만 영화는 좀처럼 공포스러운 장면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다가 후반부, 영화가 끝나기 30분 전쯤 갑자기 모든 것이 휘몰아치듯이 들이닥친다. 친구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대니는 5월의 여왕이 되고, 크리스티안은 펠레 여동생의 구애를 받는다. 그러면서 이 은밀한 마을의 축제가 지니고 있는 비밀이 벗겨지며 아무것도 모르고 낯선 축제에 참여한 이들의 비참한 최후가 관객 앞에 펼쳐진다.
[미드소마]를 보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무섭다기보다는 끔찍하다이다. 지구촌에는 수많은 인종이 살고 있고, 그들은 전통이라는 이유로 각기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 그들의 전통은 기괴하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다. [미드소마]는 그러한 것들을 극대화해서 관객으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 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두려워진다. 말 그대로 '이불 밖은 위험해'라고 외치는 영화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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