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서비스를 받기위해 등급변경신청을 했지만, 오히려 3급으로 떨어져 김씨는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에이블뉴스

“활동보조지원이 필요해 등급변경을 신청했더니 오히려 더 떨어뜨리면, 대체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왜 존재하는 건가요?”

장애인의 활동을 지원해주기 위한 그의 단짝 ‘활동보조인’. 그들이 장애인과 함께하기까지 장애인 당사자들은 스스로 활동보조인의 필요성을 깨닫고 국가에 요구해왔다. 그리해 만들어진 것이 장애인활동지원제도다.

하지만 활동보조인을 애타게 원하고 있음에도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의 중증장애인들이 있다. 이들은 그저 ‘1급’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활동보조인을 신청하기위해 등급을 재판정 받았다던 뇌병변 3급 김방울(가명·53)씨의 집에 들어서자, 빼곡한 가재도구와 커다란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김씨는 스스로 보행을 할 수없는 중증장애인으로, 엉덩이로 밀면서 생활을 하고 있다.

종일 침대에 앉아 생활하는 김씨의 첫 마디는 “억울하다”였다. 그녀는 얼마 전 재판정을 받기 전까지 뇌병변 2급이었다. 하지만 스스로 보행하거나, 일상생활조차도 할 수 없는 상황에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기위해 주변의 도움으로 지난 2월 장애등급 변경 신청을 했다.

이후 2달 뒤 날아온 국민연금공단(이하 공단)의 장애등급 결정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오히려 등급이 더 떨어진 ‘3급’이었기 때문이다. 3급으로 떨어지면 활동보조서비스는 커녕, 13만 원가량의 매월 지급되던 장애연금도 지급되지 않아 생활이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김씨가 받은 등급 결정서에 따르면, 장애진단서, 진료기록지상 근력정도, 치료경과, 동영상 자료상의 보행 및 일상생활동작 수행정도, 뇌영상 자료상의 병변부위와 정도 등을 고려할 때 보행과 모든 일상생활동작의 독립적 수행이 어려워 부분적으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로 3급으로 결정한다고 나와있다.

김씨는 “등급변경을 하는데 필요한 서류들이 많아 10만원가량 돈도 많이 들어갔고, 시간도 많이 소요했다. 하지만 자립생활과 원만한 생활을 위해 활동지원이 절실해서 주변의 도움을 받았지만 결과가 너무나 놀랍다”며 토로했다.

김씨는 왼쪽팔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다.ⓒ에이블뉴스

스스로 보행을 하지 못한다는 김씨의 몸을 직접 살펴보니, 편마비로 인해 그녀의 왼팔과 왼다리는 전혀 사용이 불가능했다. 그로인해 오른쪽 다리로 지탱하다보니 무릎관절에 이상이 생겨 지난 2010년 무릎관절수술도 받았지만, 통증으로 진통제를 현재까지 복용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그녀의 평범한 일상생활은 그저 ‘꿈’일 수밖에 없다. 가정을 꾸리고 있는 주부임에도 그녀의 집안 살림은 뇌병변·청각장애 1급 남편 A씨의 활동보조인 B씨가 도맡아 하고 있다. 남편의 활동보조를 돕기 위해 집을 방문해서는 김씨의 목욕과 함께 모든 가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

활동보조인 B씨는 “두 부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가만히 앉아있을 수밖에 없다. 신변처리도 못하기 때문에 (내가 없을 경우)기저귀를 차고 계신다”며 “김씨가 (살림과 김씨의 생활까지 떠맡아서) 미안해하고는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도울 수밖에 없지 않냐”고 말했다.

김씨에게 장애등급변경 신청을 권유한 광명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현정 사회복지사는 “중증장애인의 연계를 위해 김씨의 가정을 가끔 방문하고 있는데, 김씨의 상황을 보니 활동보조가 너무나 절실한 상황이었고, 충분히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등급변경을 권유했다”라며 “전혀 보행도 불가하고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데 3급이라는 판정을 내린다면 중증장애인들은 활동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 복지사는 “너무나 억울한 마음에 공단 측에 전화를 했더니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그쪽 대답은 ‘요즘 다 떨어지는 추세다, 어쩔 수 없다’ ‘나 몰라라’ 라는 반응이더라”며 “도대체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누굴 위한 제도인지 궁금하다. 이번 결정에 대해 이의 신청을 해서, 꼭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도와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태현 사무처장은 뇌병변장애인에게 다른 장애유형에 비해 등급자체가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뇌졸중 같은 경우에는 편마비가 많이 오고, 한쪽이 쓰기 어려우면 다른 한쪽으로 사용한다고 하지만 김씨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다른 절단장애의 경우는 한쪽을 완전히 못쓸 경우 1급인데,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김 사무처장은 뇌병변장애 등급을 결정하는 수정바델지수의 항목에도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했다.

수정바델지수는 일상생활동작 정도로 뇌병변장애의 등급을 판정할 수 있는 기준으로 ▲개인위생(5) ▲목욕(5) ▲식사(10) ▲용변(10) ▲계단오르내리기(10) ▲착·탈의(10) ▲대변 조절(10) ▲소변 조절(10) ▲이동(15) ▲보행(15) ▲휠체어이동(5) 등 총 11가지 항목으로 나눠져있다.

김 사무처장은 “다른 지체같은 경우 신체손상이나 기능상실로 인해 기능장애로 판정을 하는데 뇌병변은 일상생활정도로 판정하기 때문에 신체, 기능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판정결과를 달라질 수 있다”며 “특히 일상생활동작에 전적으로 도움이 필요해도 배변 조절이 가능할 경우 등급이 하락된다. 이에 대·소변 항목을 삭제해달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개선이 안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김 사무처장은 “김씨의 심사 이의 신청을 적극 돕겠다”라는 의사를 내비췄다.

이에 공단은 의학적 기준에 맞춰서 장애등급을 심사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공단 관계자는 “예전 발병당시의 CT, MRI 등 의학적으로 정확한 자료를 받고 그에 대해 심사센터에서 판정하고 결정한 내용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특히 뇌병변 장애인들은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멀쩡한데 등급이 높다’는 등의 민원을 종종 하시는데 일반인들과 생각하는 것과 의학적 기준은 차이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는 의사 혼자 장애 등급 심사를 결정하다보니 후하게 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부작용이 많고 남발하는 경우가 많아 장애등급심사센터에서 정확하게 판정을 하고 있다”며 “결정에 대해 문제가 있어 이의신청을 할 수는 있지만, 같은 자료로 다시 심사를 하기 때문에 다시 3급이 되실지, 2급으로 올라가실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만약 이의신청 시에도 문제가 있다면, 지자체를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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