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한 아들과 함께. ©최충일
11년 전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한 아들과 함께. ©최충일

11년 전 아들을 바라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여느 아빠들처럼 그랬다.

누군가에게 나는 원 오브 뎀이면서 중증장애인인 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라는 반신반의. 나도 아빠가 됐어라는 뿌듯함 등의 감정들이 섞인 날. 아내가 회복 중이었던 여성 병원과 산후조리원 두 곳에서 다른 아빠들처럼 면회 올 때면

“어떻게 오셨어요?”

“XXX 씨 남편이요.”

“아... 잠시만요. 여기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나.”

다른 아빠들은 자유롭게 드나드는 그곳부터가 장애 투성이었다. 속상한 마음도 잠시 유리벽 넘어 보이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 다시금 마음이 푸근해지며 감사함으로 가득 찼다.

아내는 동갑내기, 나처럼 휠체어를 타지 않지만 뇌병변장애를 갖고 있었고 한쪽 손과 다리에 불편함이 있다. 나는 그것을 가끔 잊곤 하는데, 어깨 밑으로 전혀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잊고서 행주를 짠다던지 쓰레기봉투를 묶는다던지 이러한 사소한 것들을 하지 못하는 것들이 제법 많았다.

선천적으로 뼈가 약한 희귀질환을 갖고 태어난 나에게 아내는 ‘그래도 나보다 힘세고 걸어 다녀서 감사하지’라는 주변 어르신들이 던지는 말들과 나의 생각들이 더해 상호보완적인 존재로 더 감사하며 살자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10살 아이들보다 왜소한 나의 키는 혼자 살아갈 때 불편함은 있을지언정 주눅 들거나 하진 않았다.

상대적으로 높은 책상과 싱크대, 병원 앞 데스크 등은 물리적 불편함을 개선하기보다 너그럽게 포용하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크게 문제 삼지 않았는데 아들이 커가며 그러한 불편함들이 곧 아들의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아들이 좋아하는 실내외 놀이터, 놀이공원 등은 나의 불편함을 포용하는 것에 머무르기에는 아들의 차별로 이어졌다. 물론 그전까지도 나의 차별로 인식되었지만 나만 불편하면 그뿐이었다. 실내 놀이터 입장은 늘 처음이 어렵다.

“여기 시간당 얼마예요? 오늘 처음 와봤는데.”

“보호자세요? 아빠예요? 휠체어 타시면서 입장은 어려운데.”

“다른 곳에서는 바퀴에 알코올로 세척도 해주시고 입장했던 기억이 있어서요. 어떻게 들어갈 수 없을까요?”

“죄송합니다. 저희 놀이터 바닥이 좀 충격에 약해서.”

외면당할 때의 기분은 나의 감정보다 아들의 표정을 더 보게 되는 습관으로 이어졌다.

아들의 기대감과 바람을 아빠 때문에 날려버린 것만 같은 죄책감도 생기다 보니 반복될수록 나라는 존재가 위축되었다. 사회복지사가 직업인 나는 장애인 인권 강사 활동도 하고 있기에 이러한 거부와 차별들을 개선해야 할 충분한 근거와 정황들을 포착했음에도 아들의 존재, 실망한 아들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오히려 이러한 상황에 분노하는 것이 더 슬프게 느껴졌다.

가끔은 혼자 다닐 때 지하철 진입 시 넘어질 때도 있고 내 휠체어 바퀴에 누군가 발이 밟혀 싸운 적도 있었고 목말라도 갈 수없는 편의점에서 언쟁도 있었다. 싸움닭처럼 치열하게 싸우고 싶다가도 때때로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가족이 그 현장을 목격하지 않은 것에 감사하다. 유사한 현장 속에 경험을 나 혼자만 경험하고 싶어졌다. 그게 아빠가 되면서 추가된 감정 중 하나가 된 것 같다.

나의 당당함이 아들의 성장에 유익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가령 '아빠의 노력', '장애가 있어도 당당한 아빠' 등과 같은 관점으로 봐주기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다소 반복되는 아빠와의 시간들이 실패의 경험으로만 반복될 때 생기는 감정들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아들이 커가면서 더 많아진다.

세상이 편견 없이 더 좋아진다 한들 나의 장애는 변함없을 것이다. ‘아빠는 이 것도 못해’라는 생각까지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11살이 된 아들은 둘 감정이 존재할 것이고 나는 그 감정들과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싶을 뿐이다.

※이 글은 에이블뉴스 독자 최충일님께서 보내 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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