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X’ ‘더이상 장애인들을 무시하지 말라!’ 종이 피켓을 든 발달장애인 활동가.ⓒ에이블뉴스
‘차별X’ ‘더이상 장애인들을 무시하지 말라!’ 종이 피켓을 든 발달장애인 활동가.ⓒ에이블뉴스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지 15년이 지난 가운데, 정부가 조사한 첫 실태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대부분 법은 인지하고 교육도 이뤄지고 있으나, 장애인 차별은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장애인 채용시 의학검사 자료를 요구하거나 해고를 당하기도 했으며, 입학 거부 사례도 여전히 존재했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의 차별이 발생하는 영역과 차별 내용, 차별 정도 등에 대한 ‘2021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실태조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실태조사는 2020년 개정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제8조의2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조의2에 따라 3년마다 실시하는 것으로, 이번 실태조사는 처음으로 실시됐다.

복지부는 한국장애인개발원 및 넥스트리서치를 통해 조사대상 기관(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고용 및 교육기관, 상품 및 서비스 제공사업체 등 2194개소)과 장애인 당사자(근로자 및 학생 등 1843명)에 대한 방문면접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장애유형별 정당한 편의 내용 및 배치, 제공 여부.ⓒ보건복지부
장애유형별 정당한 편의 내용 및 배치, 제공 여부.ⓒ보건복지부

■대부분 장애인차별금지법 “안다” 0.4%는 장애인 이용 거부

먼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차별행위에 대해 조사대상 기관의 91.7%가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차별 예방을 위한 개선방안으로 ‘범국민 대상 장애인 인식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58.2%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장애인차별금지 제도에 대한 홍보 강화’(15.4%)로 조사됐다.

장애인의 정당한 편의 제공 요청을 받은 조사대상 기관은 28%였으며, 기관별 연평균 42.49회 정당한 편의 제공 요청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장애인에게 보조 인력을 지원한 사례가 있는 조사대상 기관은 29.7%였으며, 기관별 연평균 38.41회 보조 인력을 지원했다.

장애인의 이용을 거부하거나 이용 거부로 인한 민원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고 응답한 조사대상 기관은 0.4%로 조사됐다.

장애인의 이용을 거부한 가장 주된 이유로는 ‘편의시설 부족으로 장애인의 접근이 어려워서’가 67.2%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장애인에게 필요한 편의 제공을 할 수 없어서’가 28.2%로 나타났다.

장애인의 편의 및 민원 해결,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데 필요한 매뉴얼이나 지침이 ‘있는’ 조사대상 기관은 54.4%였다.

재난대응/대피 계획 여부 및 계획 마련을 하지 못한 이유.ⓒ보건복지부
재난대응/대피 계획 여부 및 계획 마련을 하지 못한 이유.ⓒ보건복지부

■장애인 차별예방 교육은 하는데, 재난 대응은 ‘꽝’

장애인 차별예방을 위한 임직원 교육을 실시하는 조사대상 기관은 85.3%, 연평균 교육 빈도는 1.46회로 조사됐다.

주로 실시하고 있는 교육 내용으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이해’ 80.3%, ‘장애인의 인권’ 65.7%, ‘장애유형의 특성 및 이해’ 49.3% 등의 순이었다.

조사대상 기관의 기관장(고용주)이 장애인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노력으로는, ‘장애인보조기구 및 장애인 편의시설 구축’(46.3%), ‘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 제공 및 장애인 응대 매뉴얼 교육’(28.8%)에서 비교적 높은 비율을 보였다.

조사대상 기관 내 설치된 편의시설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설치율이 81.1%, ‘높이 차이가 없는 출입문’ 73.8%, ‘바닥 높이차이 제거’ 73.5%, ‘점자블록 및 점자안내도’ 68.7%,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화장실’ 68.1%, ‘계단 양측 손잡이’ 60.4%, ‘장애인용 승강기’ 48.5%, ‘복도/통로의 손잡이’ 41.3% 등의 순이었다.

반면, 조사대상 기관의 57.6%는 화재나 지진 등의 재난 발생 시 장애인을 위한 대응/대피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을 위한 재난대응/대피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이유로는, ‘필요성 인식 부족’을 선택한 경우(40.3%)가 가장 많았는데, 이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채용 시 30.9% 의학검사 요구, 지원인력도 없다

고용영역을 살펴보면, 장애인 근로자 채용 시 의학검사 자료를 요구했다고 응답한 조사대상 기관은 30.9%이며, ‘채용과정에서 요구’ 한 기관(20.7%)이 ‘채용 이후에 요구’한 기관(10.2%)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채용과정 시 의학검사 자료를 요구한 조사대상 기관 중 63%는 ‘직무에 필요’해서, 29.3%는 ‘장애정도를 알기 위해’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한 해 동안 장애인 근로자 중 해고된 근로자가 있는 기관은 0.7%로 나타났다.

해고 이유로는, ‘근로자의 장애, 부상, 질병 등 그 밖의 건강상태로 근로 유지 어려움’ 58.5%, ‘근무태도의 불량’ 25.6%, ‘업무 수행의 어려움’ 10.5%, ‘형사사건 관련 등’ 5.4% 순이었다.

장애인 근로자를 지원하거나 전담하는 인력이 ‘없는’ 조사대상 기관은 61.7%로 나타났다.

장애인근로자 지원 전담인력으로는, ‘장애인 근로자 인사노무 업무 담당자’가 22.2%, ‘근로지원인’ 8.8%, ‘사회복무 요원’ 7.0%, ‘직업생활 상담원’ 3.4%, ‘직무지도원’ 2.3% 순이었다.

장애인 근로자 채용에서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 물은 결과, 어려움이 ‘없는’ 경우가 33%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능력에 맞는 직무배치의 어려움’ 19.7% 등 순이었다.

장애학생 및 장애인 입학 거부 이유(중복응답).ⓒ보건복지부
장애학생 및 장애인 입학 거부 이유(중복응답).ⓒ보건복지부

■0.6%는 여전히 장애인 입학 거부, 장애 이유로 참여 제한도

교육영역을 보면, 조사대상 교육기관 중 2021년 한해 동안 장애학생 혹은 장애인의 입학을 거부한 사례가 있는 기관은 0.6%로 나타났다.

입학 거부 이유로는, ‘수업 자료 제공의 어려움’이 50.0%, ‘교육 진행을 위한 보조기기의 부재’ 33.2%, ‘정원 초과 혹은 마감’ 16.8% 순이다.

조사대상 교육기관이 제공하고 있는 보조기기와 정당한 편의 사항에 대해, ‘교수적 적합화 관련 보조기기와 정당한 편의’가 78.3%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 ‘물리적 환경 접근성 관련 보조기기와 정당한 편의’ 70.1% 등 이었다.

장애를 이유로 교내외 활동에서 ‘참여가 제한되거나 이와 같은 사례를 목격한 사례’는 3.3%로 나타났다. 참여가 제한된 교내외 활동 유형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교육’이 67.4%로 가장 많았고, ‘실험 및 실습’ 34.5%, ‘현장견학’ 19.3%, ‘수학여행’ 11% 등 이었다.

■사법‧행정영역 여전히 소외, 의료영역 편의 미제공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 참정권 영역을 보면, 장애인에게 특별히 마련하고 있는 보조기기나 제공되는 편의가 ‘있는’ 조사대상 기관은 30.1%로 나타났다.

제공하고 있는 편의 및 보조기기는 ‘보조인력’ 54.3%로 가장 많았고, ‘컴퓨터’ 30.4%, ‘점자자료’ 27.5%, ‘선거용 보조기구’ 22.4%, ‘수어통역’ 12.4%, ‘음성지원시스템’ 6.5%, ‘인쇄물음성출력기기’ 및 ‘진술조력인’이 각각 5.7% 등 이었다.

의료영역을 보면, 조사대상 기관 대부분(97.8%)은 장애인의 진료나 치료를 이행하지 못한 사례가 ‘없다’고 답한 한편, 2.2%는 진료나 치료를 이행하지 ‘못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장애인 진료나 치료를 이행하지 못한 이유로는 ‘상급병원에서의 치료 필요’가 71.9%로 가장 많았고, ‘장애인 특성에 대한 지식 부족’ 28.1%, ‘의사소통의 어려움’ 14.1% 등이 뒤를 이었다.

장애인의 진료나 치료를 위해 의료 보조기기나 설비 등을 특별히 마련한 조사대상 기관은 47.1%로 나타났다.

마련하지 못한 이유로는, ‘필요성 인식 부족’이 49.7%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내부 운영지침/규정 부재’ 22%, ‘경제적 부담’ 14.3%, ‘담당자 미지정’ 5.9% 등 이었다.

■복지시설 장애인 차별 당해도 쉬쉬? 업무처리 절차 없다

복지시설 영역을 보면, 2021년 기준 조사대상 복지시설을 이용한 장애인 수는 시설별 평균 51.89명으로, 이용 장애인은 심한 장애(25만4473명, 51.6%)가 심하지 않은 장애(23만8409명, 48.4%) 대비 3.2%p 높았다.

장애인이나 장애인 가족(또는 보호자)이 인권침해 또는 차별 등의 이유로 건의 및 제안을 할 경우, 공식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처리 절차를 갖추고 있지 ‘않은’ 조사대상 복지시설은 62.6%로, 업무처리 절차를 갖추고 ‘있는’ 시설에 비해 많았다.

업무처리 절차를 갖추고 있지 않은 이유로는 ‘필요성 인식 부족’이 37.2%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내부 운영지침/규정 부재’ 28.3%, ‘담당자 미지정’ 10.6%, ‘경제적 부담’ 8.5% 등의 순이었다.

장애인근로자 근무직종.ⓒ보건복지부
장애인근로자 근무직종.ⓒ보건복지부

■장애인 단순노무 31.1%, 직장 해고도 겪었다

장애인당사자를 대상으로 한 고용영역을 살펴보면, 근무직종의 경우 ‘단순노무종사자’가 31.1%로 가장 많았고, ‘사무종사자’ 30.2%, ‘판매/서비스종사자’ 13.2%,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 10.7%, ‘장치, 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 6.6% 순으로 나타났다.

근무 형태는 ‘정규직’ 50%, ‘일반계약직’ 37%, ‘무기계약직’ 13.1% 순으로 나타났다.

직업생활 전체를 기준으로 조사대상 장애인 당사자 중 3%가 직장에서 해고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고 사유로는 ‘경영상의 이유’ 32.6%, ‘업무 수행의 어려움’ 31.7%, '장애, 부상, 질병 등 그 밖의 건강상태로 근로 제공의 어려움' 21.5% 등이었다.

2021년 한 해 동안 해고된 장애인 근로자가 있는 기관에서 해고 이유로 ‘근무태도의 불량’을 25.6% 비율로 들고 있으나, 직업생활 전체를 기준으로 해당 사유로 해고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장애인 근로자는 4.6.%로 나타나는 등 해고 사유에 있어 장애인 근로자와 사업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근무 애로사항이 ‘없다’는 응답이 52%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장애 및 건강 등의 문제’ 14.2%, ‘비장애인과의 형평성 부족’ 8.9%, ‘직무수행 자체의 어려움’ 5.7% 등의 순이었다.

회사의 내부업무망(인트라넷)이 장애인 직원(시청각, 뇌병변, 지체 등)의 정보 접근성을 고려해 제작되었는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내부업무망 없음’ 58.9%, 정보접근성을 고려한 업무망을 ‘제작한’ 경우가 25.8%, ‘고려하지 않고 제작된’ 경우가 15.2%로 조사됐다.

■장애인들 60.3% 이동‧대중교통수단 이용 차별 가장 많아

장애인당사자 대상 교육영역을 살펴보면, 장애학생이 2021년 한해 동안 교육기관에 입학이 거부된 경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 0.9%는 입학거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입학 거부 기관 유형으로는 ‘초등학교’가 30.8%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 ‘어린이집, 유치원’ 23.6%, ‘중학교’ 23.2%, ‘대학교’ 17.2%, ‘고등학교’ 11% 등의 순이었다.

입학이 거부되었던 이유로는, ‘장애학생의 교육 진행을 위한 보조기기의 부재’가 43%, ‘정원 초과 혹은 마감’ 28%, ‘장애 특성에 대한 지식 부족’ 27.1%, ‘거부된 이유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함’ 10%, ‘수업 자료 제공의 어려움’ 9.9%, ‘주위 학생 혹은 수강생의 거부’ 8% 등의 순이었다.

그외 질적조사(인터뷰)에서 다룬 15가지 차별금지영역 중 ‘이동 및 대중교통수단 이용’(60.3%)에서 차별을 가장 많이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시설물 접근·이용 및 비상시 대피’(32%), ‘금전대출, 신용카드 발급, 보험가입 등 각종 금융상품과 금융서비스 이용’(21.9%), ‘문화·예술활동의 참여’(20.5%) 등의 순으로 차별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염민섭 장애인정책국장은 “이번 조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근거해 처음으로 실시되는 실태조사로서 그 의미가 크다”라고 언급하며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장애인의 차별 실태를 장애인 정책에 반영하고, 장애인 차별 예방을 위한 방안 마련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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