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드365 초등저학년 장애인권 시리즈 21권 시리즈. ©서인환
차일드365 초등저학년 장애인권 시리즈 21권 시리즈. ©서인환

차일드365는 어린이전문도서판매업체이다. 이 업체에서 초등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 인권 시리즈 21권을 선정하여 세트로 판매를 하고 있다. 세트로 팔 경우 도서구입자가 일일이 유사한 도서를 고르지 않고 한 번에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판매처도 시리즈로 판매를 하니 매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도서관이나 장애인기관이나 단체에서 시리즈를 구입할 수도 있겠지만, 장애인권 시리즈라고 하니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들이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거금을 들여 구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21권을 소개하고, 이용 가치와 이들 도서를 시리즈로 묶은 목적인 이해와 공감의 정도를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초등 저학년에게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은 목적이나 방법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물론 흥미와 이해도를 감안하여 강의 수준을 맞추는 일도 중요하다. 인식개선의 교육 내용에서 장애인복지법상에서 정한 교육 내용을 포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장애의 정의는 너무 어렵고 건조하다. 장애 관련법과 제도 역시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보조기기 설명도 차별에 대한 개념도 너무나 복잡하다. 아직 고정관념이 없는 성장기 아동들에게 부모를 포함한 성인의 고정관념은 틀렸다고 가르치기도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장애 이해와 공감을 통한 인권교육, 즉 감수성 교육이 되어야 한다. 권리가 있다고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가르칠 것인가, 아니면 장애를 수용하고 거부감을 없애는 수준의 강의를 꾸려야 할까? 저학년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들은 늘 고민이다.

‘눈을 감아야 보이는 세상’(로저 올모스 저, 한울림스페셜)은 시각장애인 아이가 학교를 가는데 눈으로 보지 않는다고 암흑세상이 아니라 다른 감각을 이용하여 세상을 보고 친구도 알아본다는 내용이다.

청각과 촉각, 후각, 심상으로 느끼고 상상한다. 그런데 여기서 ‘음식에 찌든 아줌마’, ‘매캐한 아저씨’는 후각으로 사람의 특징을 알아본다는 의미이지만, 사람을 하나의 특징으로만 판단하는 편견을 오히려 만들 수 있다.

‘초코곰과 젤리곰’(얀 케비 저, 한솔수북)은 아이의 눈과 엄마의 마음으로 도서를 만드는 출판사에서 만들었다. 초코곰과 젤리곰이 서로 호감을 가지고 과자공장에서 만나 어울리지만 사람들은 둘이 어울릴 수 없다고 놀린다. 둘은 가장 맛있는 나라로 가서 놀림 없이 행복해진다. 그리고 아기 초코틴과 아기 젤라코가 생긴다.

장애와 비장애 아동이 어울리면 주위에서 놀릴 수 있다. 자연스럽게 어울릴 세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방법은 다른 곳으로 도피하듯이 떠나는 것이었고, 친해지고 행복해지면 아기를 낳는 것이라는 결론은 결혼까지 할 만큼 좋은 사이가 되어 행복하다는 긍정적 해석도 가능하지만, 사귀면 결혼한다는 뻔한 고정관념을 만들 수 있다.

마치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고전 동화의 레퍼토리다. 어른들은 장애아와 결혼할 수도 있어 불행해지니 함부로 사귀지 말라고 아이를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고전 동화의 마무리가 장애인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어른들이 심어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든다.

‘남극으로 가는 지하철’(권은경 저, 한솔수북)는 자폐성 장애인 성찬씨가 그린 지하철과 남극 그림들을 모아 이야기를 보태어 그림동화책으로 엮은 책이다.

지하철은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노선으로 움직이므로 이용하기 편하고, 신기한 이동수단이다. 남극으로 가는 지하철을 상상으로 만들어 펭귄과 놀고 엄마 품으로 돌아온다는 스토리는 성찬씨의 그림들의 묶음이라는 설명이 가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성찬씨 엄마는 장애보다 시선이 더 힘들다고 말하며, 다름의 발견에 감사를 표했다.

이 책을 저학년 아이들에게 이야기했을 경우 자폐성 장애아이의 그림을 감상하고, 자폐성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림을 잘 그린다와 지하철을 좋아하고 나가는 것을 즐긴다와 상상으로 지하철을 통해 세상과 만난다는 것이 문화체험형 인식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상상에는 장애가 없고 함께하면 편견이 없다. 상상을 통해 장애인의 마음 세상을 이해하는 것은 동화적 기법으로 가능한 일이다.

‘병하의 고민’(조은수 저, 한울림스페셜)에서는 병하가 할머니에게 장애인은 왜 태어났느냐고 묻는다. 할머니는 장애인이 취약하고 예쁘지 않고 가난하고 놀림당하는 사람이지만, 장애 교사가 담임으로 오히려 쉽게 장애학생이 일년 동안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담당한 일, 낯선 장소에 적응이 어려운 장애인이 학교 화장실에서 몇 달 만에 변을 본 이야기, 산만하여 지붕에 올라가는 바람에 소문이 나서 후원금이 들어온 이야기, 언어장애가 있지만 부끄러움을 참고 발표를 하려고 노력한 아이, 걷기는 어렵지만 수영은 잘하는 아이, 바꿀 수 없으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펄벅의 말, 악조건이 오히려 좋은 작품을 쓰는 소재를 만들어준다는 어느 평론가의 이야기, 헬렌켈러의 스승도 시각장애인이었다는 이야기 등을 들려주며, 장애인은 함께 살려고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라고 말해준다.

장애인은 가난하고 취약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은 부정적인 것이고, 사실이라 인정할 수도 있지만, 편견을 심어줄 수도 있다. 그리고 복지관이나 학교에서의 장애인 이야기는 말썽을 오히려 안 피운다가 장점일 수 없고, 지붕에 올라가 도움이 된 것은 너무나 위험한 보호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었으며, 힘든 조건은 약이 된다는 것은 극복 이미지이고, 장애인도 발표를 하려고 노력하더라는 것과 화장실 이야기, 수영장 이야기 등은 공감이나 이해보다는 기회를 주지 않은 교사의 차별이었고, 잔존능력의 활용이나 적응에 불과하다.

이 정도는 장애를 너무 소극적으로 보거나, 몰이해, 장애인도 우리처럼 이런 일도 하더라는 단순한 관심사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결론은 적절하지만, 장애 이해의 사례들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그냥 내 친구니까’(플로랑스 지벨레 저, 한울림스페셜)는 아미 생일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보물찾기 놀이를 한다. 라파엘이 장애를 가진 아더는 이상하다고 놀지 않으려 하자, 아미는 장애란 말 난 모른다며 그냥 친구라고 말한다. 아미는 아더에게 열쇠를 몰래 맡기고 아이들은 보물이 있는 오두막을 찾았지만 문을 열 수 없다. 라파엘이 아더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 열쇠를 받아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편견 없이 어울리는 생활과 장애인도 집단에서 역할을 맡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학교 수업에서도 장애학생에게도 역할을 맡겨 서로 힘을 합하여 과제를 완성하도록 하는 특수교육방법과도 연관된다. 장애인식 교육 강사는 서로 역할을 나누어 합치면 서로 잘 어울릴 수 있음을 강조하여 수업을 진행할 수 있고, 실제로 장애학생이 있다면 역할을 나누어 완성하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늘보씨 집을 나서다’(김준철 저, 한울림스페셜)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장애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휠체어를 타고 밖으로 나와 목적지에 이르는 만족감의 과정에 따가운 시선이나 힘든 여정이 있다.

작가의 의도는 느리지만 함께 하고 장애인의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하고 있다. 함께하기 위해 비장애인의 역할이나 비장애인의 태도는 스토리에 담지 않았다. 하지만 장애인의 일상을 통해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작가는 장애인이 자주 나오기를 희망하는 소망을 가지고 표현했지만, 주인공 늘보는 장애인의 느림을 나타낸 것으로 애칭일 수 있으나 일종의 라벨링(별명, 꼬리 달기)에 해당할 위험성도 있다.

‘보아거나 안 보이거나’(요시타케 신스케 저, 토토북)은 작가가 다름을 바라보는 시선을 심어주기 위한 의도가 담겨져 있다. 보통이나 정상, 장애의 용어는 상대적인 것이며, 장애인의 생활을 재미있겠다고 아이들이 생각할 위험성도 지적하고 있다.

앞뒤를 보는 우주인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모두 서로 다르다. 시각장애인들은 소리나 촉각으로 어떻게 세상을 이해할까? 사람들은 다르지만 같은 점도 있다. 같은 사람끼리 같이 있으면 마음은 더 편하겠지만 다른 것이 있는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서로 다르게 여기는 것을 완전하게 보게 해 준다는 이야기를 설명한다. 하지만 다름은 호기심이나 흥미의 대상이 절대 아님을 강조한다.

‘수상한 우리반’(박승희 저, 토토북)은 반에 제멋대로인 친구 초록털복숭이가 있다. 줄넘기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꼬리가 있음이 알려진 주황꼬리와 둘은 친구가 된다. 점심시간에 반짝송곳니도 다름이 알려져 셋이 친구가 된다. 점점 다름을 매개로 친구가 늘어나고 결국 선생님에게서까지 다름을 발견하게 된다. 미술반에 장애아이가 방해를 할까 걱정했는데 그리기에 열중하는 것을 보고 모티브를 얻은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초록털복숭이를 발달장애를 설명하는 것처럼 여겨졌는데, 단순히 다름을 이야기할 뿐이다. 다름을 장애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라면 결국 장애가 있는 사람끼리 하나 둘 모이다가 전체가 다 장애가 있어 모였다는 이야기다.

차이가 있는 사람끼리 친구가 되는 모습과 다름이 공동체를 형성하는 매개가 됨은 결국 끼리라서 어울린다는 의미이거나 다름의 존중이 아니라 다름이 있는 공통성이 어울림을 만든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동화의 논리라면 친구가 되는 이유가 다름이 있는 사람끼리라는 것을 인정하고 결국 모두 달라서 다름이 수용된다는 것이다.

다름의 모임이 루저의 모임처럼 된다. 다름이 존중의 대상이 아니라 배제의 대상인데 모두가 같은 처지라 수용한다는 의미로 아동이 받아들이지 않도록 강사의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인식개선 수업에서 자신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아이에게는 비수용적 태도가 수정되지 않을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만으로 인식개선 수업을 마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