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접근은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이 공연은 지난 몇 주간 인도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인도의 장애 포괄성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할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인도에서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고 있는 하반신마비 장애인의 묵직한 일침입니다. 말만 한 것이 아니라, 그는 인도인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이슈에 본격적인 논쟁에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세계 속의 장애 인물은 인도에서 공연 중인 무용수 조엘 브라운입니다. 브라운은 영국인으로 포괄적 전문 공연 단체에 소속된 무용수입니다. 그는 하반신마비 장애인으로, 이번 순회공연에서는 청각장애인 발레리나인 이브 머쪼와 듀엣으로 공연하고 있습니다.

공연의 타이틀은 ‘111(원 헌드레드 일레븐)’입니다. 이 공연은 약 4년에 걸쳐 준비했습니다. 코로나 기간 중 소강상태에 있다가 본격적으로 세계 순회공연에 나선 것입니다.

“111”은 2016년 스코틀랜드 발레단에서 만난 무용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공연 내내 무용수들은 신체적 한계에 구애받지 않고, 두 사람이 완벽하게 일체가 되어 변화하는 리듬 위에서, 서정적 이야기를 춤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세계 순회공연 중인 하반신마비 장애인 무용수 ‘조엘 브라운’. ⓒ 더가디언닷컴
세계 순회공연 중인 하반신마비 장애인 무용수 ‘조엘 브라운’. ⓒ 더가디언닷컴

공연은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의 지원을 받아 무대에 올렸으며,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조지아 등에서 공연했습니다. 2019년 에든버러에서 한 공연은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성공적이었습니다.

“이브와 내가 처음 만났을 때, 그녀에게 메모를 보냈죠. 결국 우리는 서로의 춤에 대한 초대장을 보내게 되었지요.”

브라운과 이브가 만나 한 무대에 오르게 된 배경에 대하여 브라운이 몸짓과 수어를 사용해서 설명했습니다. 공연은 팬데믹 동안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버전으로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인도에서는 콜카타에서 열린 페스티벌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111’ 공연하기 위해 인도의 각 도시를 샅샅이 뒤져야 했지요. 휠체어용 경사로가 있는 장소를 찾을 수 없었죠. 공연할 때마다 무대를 만들어야 했죠.”

인도에서의 공연은 ‘접근성 제로’ 환경에서 공연해야 하는 형편이었지만, 그로 인해 관련된 수많은 사람이 인도의 장애 접근성 이슈에 대하여 깊이 이해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브라운은 인도의 장애인들에게 이들의 무대는 거의 최초의 경험이었다고 말합니다. 더 많은 다양한 장애인들이 공연을 보고 느끼고 참여할 수 있도록, 공연 기획팀은 접근성을 앞세운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시각장애인은 공연 전에 무대 의상을 만져 보거나 무대 등을 둘러볼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런 다음 휴대 전화로 오디오 가이드를 내려받아 공연 내용을 들을 수 있습니다.

공연을 본 한 인도의 시각장애인은 문화 예술공연에서 소외되어 있었던 사실을 깨우쳤으며, 처음으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소감을 전합니다.

세계 순회공연 중인 하반신마비 장애인 무용수 ‘조엘 브라운’. ⓒ 더가디언닷컴
세계 순회공연 중인 하반신마비 장애인 무용수 ‘조엘 브라운’. ⓒ 더가디언닷컴

브라운의 공연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사회가 가진 신체적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기존의 오해와 편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장애인 무용수들의 공연은 인도의 문화와 장애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는데 많은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 것 같습니다.

접근성은 첫 번째 단계일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사회와 장애인 당사자들이 필연적으로 문화의 주체자임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장애인이 문화 활동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되지 않고, 창조적 예술 활동의 아름다움을 더 많이 경험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 사회는 바람직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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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칼럼니스트
밀알복지재단 희망사업본부 본부장이자, 국제사회복지사로 1990년 이후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다. 14년간의 보츠와나 봉사활동 후, 미국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2021년 "케냐 무허가정착지 취약계층 선교 방안" 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22년 부터 케냐에 거주하면서 지역개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본 칼럼은 해외 장애인물과 관련된 사회적 복지적 이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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