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지원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A형 혈우병 환아 임조운 군의 어머니 조은별 씨. ©에이블뉴스
2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지원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A형 혈우병 환아 임조운 군의 어머니 조은별 씨. ©에이블뉴스

“아이가 자라는 이 소중한 시간을 병원에서의 고통스러운 기억만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꽃을 보고, 눈사람도 만들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행복한 시간들로 채워질 수 있도록 해주세요.”

성탄절을 이틀 앞둔 12월 2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지원, 올해 겨울 최강한파 속에서 A형 혈우병 환아 임조운 군의 어머니 조은별 씨는 이같이 호소했다.

혈우병은 X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의 선천성, 유전성 돌연변이로 인해 혈액 내의 피를 굳게 하는 물질인 응고인자가 부족하게 돼 발생하는 출혈성 질환이다.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혈우병 환자는 일주일에 2, 3회 환자의 몸속에 부족한 혈액응고인자를 정맥주사를 통해 주입해야 한다.

조은별 씨는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의 팔등에서, 발목에서, 손등에서, 목에서 혈관을 찾아 찌르고 또 찌르며 혈관을 찾을 때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을 때면 제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다”며 눈물지었다.

‘헴리브라 급여 적용 전면 확대하라’ 피켓. ©에이블뉴스
‘헴리브라 급여 적용 전면 확대하라’ 피켓. ©에이블뉴스

JW중외제약이 개발한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는 임조운 군의 이러한 고통을 줄여줄 수 있는 해결책이다. 헴리브라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피부에 주사하는 피하주사제로, 기간도 한 달에 1번만 투약하면 된다.

하지만 임조운 군에게 헴리브라는 ‘그림의 떡’이다. 해당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항체 환자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국내 A형 혈우병 환자는 1,746명이다. 이중 비항체 환자는 1,589명으로 91%를 차지해, 대부분 A형 혈우병 환자는 헴리브라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병원에서는 비급여로 맞힐 수 있으면 좋은 선택이라고 하지만, 경제 형편상 한 달에 500만 원이나 하는 약값을 댈 수가 없습니다. 또 인공혈관을 만드는 수술을 고려해보라고 하는데, 10달된 아이에게 전신마취까지 하며 수술을 시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현실입니다.”

“방법이 없다면 받아들이겠지만, 헴리브라라는 치료제가 버젓이 존재하기에 포기할 수 없습니다. 하루빨리 비항체 환자도 급여화가 이뤄져서 우리 조운이도 아프지 않게 한 달에 한번만 주사를 맞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지원과 면담이후 결과를 설명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페이스북 캡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지원과 면담이후 결과를 설명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페이스북 캡쳐

국제적으로 2018년 미국과 일본에서, 2019년 영국, 독일, 스위스 프랑스에서, 2020년 이탈리아에서 비항체 환자 급여화가 이뤄졌다.

올해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헴리브라의 급여 기준을 확대하겠다고 결정했지만, 보건복지부가 치료효과성과 비용효과성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현재 심평원은 건강보험 급여 대상자 확대에 대해 제약사와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20일 제약사와 간담회를 진행했으나 논의를 마무리되지 못하고, 재논의를 하게 됐다.

이에 조은별 씨, 전국장애인차별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SMA 의약품 접근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박주석 공동집행위원장 등 대표단이 혈우병 비항체 환자 대상 헴리브라 전면·신속 급여확대를 위한 면담에 돌입했다.

면담 결과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심평원과 제약사의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혈우병 환자들만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우리는 오는 29일 심평원과 제약사까지 삼자대면을 하자고 요구했다. 만약 제약사가 나오지 않더라도 심평원은 나와서 분명한 입장과 절차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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