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여성 신경 발달 장애인이자 장애 옹호 활동가 '아자르'. ⓒ 에이비씨닷넷닷 에이유
호주 여성 신경 발달 장애인이자 장애 옹호 활동가 '아자르'. ⓒ 에이비씨닷넷닷 에이유

어떤 사람은 매우 느리게 살고, 어떤 사람은 아주 빠르게 행동하면서 삽니다. 사람은 저마다의 속도로 살아가는 셈입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의 매우 느림이 정도를 벗어나서, 마치 슬로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더욱 느리게 행동하면서 살아간다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그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세계 속의 장애 인물은 이러한 삶을 사는 호주의 여성 장애인 아자르입니다.

대학생이자 장애옹호 활동가이기도 한 아자르는 백인 중심 사회에서 취약한 소수민족 출신 여성 장애인으로서 사회적 장벽과 고정관념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아자르는 아시아계 모슬렘 종교를 가진 여성 장애인이라는 점에서 호주 사회에서 독특한 장애 인식을 대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얼마 전 아자르는 학교 기숙사에 있으면서 직면한 일은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녀는 코로나 양성 환자로서 투병해야 했는데, 신경 발달장애인인 자신의 형편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격리된 채로 그 기간을 보내야 했다고 합니다.

코로나 양성으로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 그녀는 여러 장애인 활동가들과 원격으로 회의에 참석했기 때문에, 거기에서 전염되었다고는 볼 수 없었습니다. 그녀가 감염된 원인은 놀랍게도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던 친구들이었습니다.

친구들이 그녀에게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여 주었어도 코로나에 걸리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신경 장애인인 그녀를 위해 배려해 주어야 할 친구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아자르는 신경 발달장애인으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시시때때로 부닥치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자신만의 ‘사회적 설명서’을 만들어 사용합니다. 이 설명서에는 사람들과의 관계나 필요한 정보들을 빼곡히 적어 놓았으며 필요할 때 기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항상 주의를 기울이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신경 발달장애는 그녀가 사람들과의 대화를 놓치거나 산만한 상태로 만들곤 합니다. 예를 들면 아자르는 의사와의 약속,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친구를 만나는 일, 부모님께 전화하는 일 등을 전화기에 알람을 설정해 놓고 생활합니다.

집에 도착하기 위해 언제 집을 떠나야 하는지 알려주는 알람도 설정하고, 바쁘거나 힘들어서 놓치기 쉬운 식사 시간도 알람으로 설정해 놓습니다.

아자르는 자신의 특정한 행동이 신경 다양성과 관련이 있음을 친구와 가족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고 있습니다. 종종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친구는 아자르가 개인적 편의를 위해 장애인인 척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비난은 그녀에게 수치심과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한편, 자신 안에 있는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약간’ 혹은 ‘게으른’이라는 꼬리표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도 배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장애 그 이상입니다. 나는 갈색 피부에 장애가 있는 모슬렘 여성입니다. 때때로 복잡한 문화와 종교적 배경을 가진 내 정체성은 호주 사회에서 고립감을 더욱 느끼게 합니다.”

신경 발달장애인이자 히잡을 쓴 여성 모슬렘이란 점에서 그녀의 존재는 호주에서 늘 눈에 띌 수밖에 없고, 사람들의 호기심 혹은 경계의 대상이 됩니다.

호주에서는 그녀와 같은 존재를 처음 본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서 그녀의 ‘거기 있음’은 많은 경우 불편함으로 정의되기도 합니다.

아자르는 자신이 직면하는 사회적 장애는 능력주의, 성차별주의, 이슬람 혐오주의 또는 인종차별주의 등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 젊은 여성이 이러한 복잡하고 매우 강경한 사상을 가진 사람들에 둘러싸인 사회에서 살고 있다면, 그녀의 일상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녀는 대학에서 적극적으로 장애 옹호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연결하고, 연대하면서 자신의 장애 경험을 비장애인 학생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장애 당사자는 자신이 가진 삶의 배경을 이해하고 문화와 종교에 대한 편파적인 사람들에게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함을 주장하는 것이 정당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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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칼럼니스트
밀알복지재단 희망사업본부 본부장이자, 국제사회복지사로 1990년 이후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다. 14년간의 보츠와나 봉사활동 후, 미국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2021년 "케냐 무허가정착지 취약계층 선교 방안" 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22년 부터 케냐에 거주하면서 지역개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본 칼럼은 해외 장애인물과 관련된 사회적 복지적 이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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