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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3-04-22 16:23
 '세종대왕'을 한글로 풀어서 쓴  문자추상 작품.
▲ '세종대왕'을 한글로 풀어서 쓴 문자추상 작품.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연초에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조카에게서 전화가 욌다. 큰 아빠 작품이 자기들 미술 교과서(중앙교육진흥연구소 발행)에 실렸다고 한다. 내 전시장에 한번 온 기억이 있는데 그 작품을 알아 보고 연락을 한 것이다.
교과서에 나온 것은 세종대왕이란 것을 한글로 풀어서 작품을 한 것이다.
내가 서예를 접하게 된 동기가 1988년도 세 살 된 아들이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하여 그려준 것을 처형이 보더니 손 있는 사람보다 잘 그린다고 하여 그림을 배우라고 권하여 화실에 문의 하다가 양손이 없으면 여러 가지 색을 쓸 때의 불편함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를 듣고 사군자를 생각 했었다. 사군자면 먹 색 하나로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찾은 곳이 당시 전주에서 동방서예학원을 운영 하시던 여태명 선생이시다. 그런데 효봉 여태명 선생님(현재 원광대학교 서예과 부교수)은 사군자를 하려면 낙관 글씨를 써야 함으로 서예를 먼저 해야 한다고 하여 서예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서예를 몇 년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하였는데 당시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서예 작업을 시도 하려는 몇 작가들이 있었다. 서예의 추상화 현대화에 대한 실험 작업을 나를 지도하신 효봉선생님도 그런 분이셨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러한 서예가 나에게 맞을 수도 있으니 한번 해 보라고 권하여 전통서예와 병행하게 되었다. 처음엔 한문의 갑골문이나 금문 등에서 글자의 조형을 변화 시켜 작업을 하였는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란 말이 유행하던 시절이었기에 우리 글이 아닌 한문으로 문자추상을 해야 하는 의문이 생겼다.

▲ 중학교 2학년 교과서에 실린 석창우 화백의 작품.
그래서 내가 가장 잘 알고 쉽게 내 마음대로 사용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한국적인 것이 무엇이냐를 고민하고 찾기 시작했다. 주위에 물어 봐도 ‘가장 한국적인 것이 이것이다’ 라고 말 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러다 남정 南丁 최정균 崔正均 교수님의 고희 古稀 기념식에 갔다가 서예술 논문집이란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 내용 중 한신대학교 김상일 교수의 한 철학과 퍼지논리란 논문을 보게 되었다.

여기에 ‘한철학이란 한국의 역사와 전통 속에서 이루어진 모든 사상과 서양이나 중국 그리고 인도에서 유입된 모든 사상들이 비판적인 논의를 통해 수용된 전반적인 것을 주 내용으로 삼는다.’ 라고 하면서 세 부류로 나누었는데

‘첫째로 그 기원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원형적 原形的인 것과, 둘째로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 까지 한국의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조형적 祖形的인 것과 셋째로 서양철학과 같이 이질적인 타 문화권으로부터 유입되어 비판적 논의를 거쳐 한국적이 된 변형적 變形的인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하였다.

이런 논문을 보고 김상일교수의 퍼지와 한국문화, 현대물리학과 한국철학 등 몇 권의 저서를 더 읽으면서 과연 나에게 맞는 한국적인 것을 찾기 시작했다. 이 한철학을 내가 하는 작업에 어떻게 접목 시킬까 찾던 중 어느 날 성경구절을 한글로 쓰다가 어쩌면 이것이 일반적으로 생각 했을 때 가장 한국적이지 않나 생각되었다.

그래서 바로 이것이다 하면서 그 날부터 한글의 문자추상에 매 달리게 되었다. 그러나 한글은 한문과 달리 단순하고 어떻게 보면 조형성이 부족한 듯 하여 이것을 소재로 작업하는 작가가 적었으나 내가 가장 잘 알고 항상 사용하는 것이기에 어떠한 변화를 주더라도 이해하고 수용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 내 이름으로부터 시작하여 신문이나 책 제목, 찬송가 제목 등 보이는 대로 골라 연습을 하였다. 그 과정에 도곡 김태정교수님을 알게 되어 미술 조형이론을 도곡 선생님 댁에서 사사 받게 됨으로 더욱 발전하여 각종 공모전에 한글로 작품 한 현대서예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2000년 4월에는 그간 작업한 문자추상으로 모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하기도 했다. 이 전시에는 옛날 왕의 이름서부터 대통령의 이름, 스포츠 신문에 등장하는 연예인의 이름과 간단한 단어, 회사 이름 등으로 작품을 하여 발표를 하였는데 이 전시를 보게 된 중2 미술책 저자가 ‘세종대왕’ 이란 작품을 표현의 세계란 단원에 올려 놓게 된 것이다.

현재 서양의 누드크로키를 서예와 접목한 서예크로키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2003-04-22 화, 흐리멍텅.

석창우 (cw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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