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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장전’과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연계성
장애계 분명한 역사의식 갖고 ‘입법화’ 추진해야
인권위 추진 ‘인권법’으로 대치되어서는 안 된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4-10 10:24:51
김형식 전 유엔장애인권리위원.ⓒ에이블뉴스DB
▲김형식 전 유엔장애인권리위원.ⓒ에이블뉴스DB
요즘 에이블뉴스를 살피면서 국회의원 선거가 절정에 달하면서 한국의 장애계도 분주해 졌다. 각 정당을 접촉, 설득하여 장애관련 입법과 정책을 공약에 올려놓으려는 것이다. 정책 제안도 각축전이 한창인 듯하다.

‘정신장애인 관련법 개정 및 지원 대책’, ‘장애인 의사소통 지원’, ‘소외장애유형을 위한 장애범주 확대 및 재판정 기준완화 개정’, ‘고령 장애인 실태조사 및 관련대책 마련’,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등이다.

그 중에서도 제일 눈에 띠는 것은 대선 때마다 주요 공약으로 등장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과 20대 국회 주요 정당의 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정이 좌절된 상황으로 남은 임기에서라도 반드시 통과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 된 내용이다.

모든 장애 단체의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지는 않았지만도 ‘장애인의 시민적 권리’를 오래 동안 주장해온 필자에게는 반가움이 있다. 다시 실망을 해야 될 것 같은 불안도 없지 않지만.

이번기회에 오랫동안 생각해 오던 ‘권리장전’을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다. 고백하건데, 필자는 법률학자가 아니므로 만일의 오류를 이해주기 바란다. ‘권리장전’은 간혹 ‘인권법’과 동일시되는 경우가 있음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추진한다는 인권법으로 ‘장애인권리보장법’이 대치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권리장전’은 ‘권리헌장’, ‘권리선언’ 등으로 표기되며 헌법에 명기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수도 이다. 일단 헌법상으로 명기되면 한국가의 관례화된 입법절차에 따라 개정되거나 폐기될 수 없고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는 투표를 통해서만 수정이나 폐기가 가능하다.

이렇게 개정에 대한 규정도 헌법에 명기되어 너무 쉽게 ‘권리장전’을 개정, 폐기하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기회가 와서 한국의 어느 정당이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시도한다면, 반드시 헌법으로 ‘묶어서’ 향후 어떠한 정치적의도로라도 쉽사리 개정을 어렵게, 또는 불가능 하게 하고 폐지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체코, 독일, 터키, 그리스, 이태리, 모로코, 이란, 브라질, 노르웨이 등의 국가에서는 ‘영구조항 (eternity clause)’을 만들어 아예 어떠한 형태의 수정도 못하도록 못 박아 두었다. 인도의 헌법, 컬럼비아 등도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다. 헌법에 이렇게 명기하는 것은 행여 소수 층을 보호하려는 입법적 의도가 담겨있다.

분명히 해 두자. 권리 장전은 한 국가의 기본적인 시민적 권리이다. 이 ‘권리장전’의 목적은 한 개인의 권리가 국가 혹은 다른 개인에 의하여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한국에는 어떤 분야에 권리장전이 입법화 되어있는지 모르지만 ‘장애인 권리 법’은 아직 포함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아니면, 이미 기존의 헌법에 유사한 정신의 규정이 포함되어 있을 것도 같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 헌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한국의 권리장전이라 할 수 있겠는 지는 크게 의문이 간다. 헌법에 성문화되었다고 인권보장이 충족되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며, 인권보장의 법률적 조건이 마련되었다는 것이고, 인권이 실제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위의 여러 나라들, 그 중에는 분명히 ‘후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들도 권리장전이 입법화되어 있음을 보며 놀란다. 또 하나 놀라고 실망스러운 것은 이렇게 ‘찬란한’ 권리 장전을 채택했어도 실제로 이것을 준수하거나 이행하는 국가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 한국이나 많은 나라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 한국의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대체로 명목상으로 존재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기왕 나선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이 또 하나의 명목적인 입법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를 해야 될 것 같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며, 한국의 장애계는 필히 분명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입법화를 추진해야 될 것 같다. 권리 장전은 1215년 영국의 ‘마그나 카르타’를 필두로 유럽의 중세기, 또는 그 이전부터 시작되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필자의 눈을 끈 것은 영국의 ‘마그나 카르타’로서 영국인들이 전통적으로 누려온 ‘시민적 권리의 인식’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필자가 1997년 ‘시민적 권리와 사회정책’이라는 책을 중앙대학교에서 출판하게 된 것도 영국에서 수학한 인연인 것 같다.

이 책으로 당시 문화공보부 박지원 장관으로부터 우수 출판상을 받았는데, 자화자찬이 아니라 ‘장애인의 시민적 권리’는 필자의 연구와 실천과제 이기 때문에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에 지대한 관심과 기대를 거는 것이다.

영국의 권리장전은 1776년에 미국 ‘버지니아 권리헌장’에 영향을 미쳤고 나중에 미국 독립 선언문에 포함되었다. 계몽기에는 ‘인간의 권리와 시민권’ 사상에 영향을 받아 시민권의 보편성을 인정하는 프랑스 혁명당시 프랑스 의회에 의해 채택되었다. 20세기에 와서는 유엔의 ‘세계인권 선언’, ‘유럽 인권협약’ 그리고 ‘유엔 아동권리협약’도 이러한 역사적 정신이 반영되었다.

불행히도 여러 면에서 유럽의 정신 사조를 이어온 호주는 아직도 ‘권리장전’이 없다. 일찍이 1973년 당시 노동당 정부에 의해 시도되었으나 부결되었고, 그 후에도 1985년에도 시도했으나 좌절되었다.

그 후에 보수당의 당수였던 하워드는 ‘권리장전’이 입법화되면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 권리가 선출되지 않은 일반시민, 판사, 관료들에게 넘어 간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결과적으로 빅토리아, 퀸즈랜드, 호주 행정수도 만이 인권법을 가지게 되었다. 만일 향후 한국의 시도가 좌절된다면, 그 근거가 분명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과거의 여러 논문과 최근의 저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해설’에서 ‘시민적 권리’의 개념은 공민권, 정치권, 사회권이 단계적 발전을 거쳐 모든 사람이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영역에서 인간의 평등을 보장받는 공동체의 한 성원으로서 그 지위(status)를 인정받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적 권리’의 개념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대한민국 헌법(제10조)의 보장처럼 법적인 제반 규약을 지지하며, 동시에 사회적 시민권의 실현을 위한 시장과 정치와의 관계를 수정 또는 초월시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필자는 소위 ‘통합적(inclusive) 시민적 권리’는 공민권, 정치적 시민권, 사회적 시민권 이라는 각기 다른 권리가 달성되어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또한 이러한 권리의 달성은 위에서 대체로 살펴본 대로 과거의 경우 때로는 2~3백년의 긴 투쟁의 시간이 소모되었으며, 각기 다른 계급간의 투쟁에 의한 승리의 결과이었음도 살펴보았다.

향후의 한국 ‘장애인 권리’ 입법과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권리협약’의 비준은 권리발달의 마지막 단계인 사회권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실천을 위한 이행과정이 당면하게 될 장벽이 만만치 않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세 가지 권리의 발달배경, 상호 보완성 등은 이론적인 설명으로서만 개연성이 있을 뿐 실제로 역사발달과정에서와 같이 자연적으로 그리고 자동적으로 ‘시민적 권리’가 실현되거나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단계적 발달의 관점에서 본다면 권리의 최종 단계는 ‘사회권’이라는 ‘사회적’ 영역으로 이어지며,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사회보장, 의료보장, 주택, 교육 등과 같은 사회정책의 요소로 나타난다.

우리는 여기에서 ‘유엔권리 협약’이야말로 이미 ‘장애인 권리 입법’이 추구하는 모든 가치, 이상, 구체적 조건을 제시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주목해야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향후 한국 사회에서 ‘유엔권리 협약’이 어떻게 실현될 것인가의 과제와 ‘장애인 권리 입법’이 어떻게 연계되어 나타날 것인가 주시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장애인 권리입법’의 제정은 향후 상당한 사회·정치적 투쟁의 역사로 간주하여 모든 장애계의 연대를 공고히 해도 부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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