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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사형선고' 끝 아닌 시작

文정부 출범 폐지 신호탄, 민관협의체 구성

‘중·경증’ 둔 난항 계속…순탄 없는 가시밭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12-19 15:15:53
[2017년 결산]-⑤ 장애등급제 폐지

올해 2017년 장애계는 ‘약속의 해’였다. 문재인 정부가 새로이 출범하며 복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등의 과거 정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광화문 농성 1842일 만에 복지부 장관이 조문과 함께 민관협의체 구성 약속, 국토부 장관 또한 추석기간 저상버스 투쟁 현장에 방문하는 등 투쟁 보다는 ‘소통’과 ‘약속’의 훈훈함이 연일 보도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강서구 특수학교 문제, 노동권 등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산적된 현안도 많다. 과연, 문재인 정부는 모든 장애인들과의 ‘약속’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에이블뉴스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100위까지 순위를 집계했다. 이중 장애계의 큰 관심을 받은 키워드 총 10개를 선정해 한해를 결산한다. 다섯 번째는 ‘장애등급제 폐지’다.


매년 에이블뉴스 10대 키워드에 빠지지 않는 ‘장애등급제’. ‘갈 길 멀다’, ‘가시밭길’ 등 다소 암울하게 마무리 됐지만, 올해는 다르다. 5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폐지’ 신호탄이 터진 후광화문역 농성 마무리, 민관협의체 구성 등 굵직굵직한 성과를 낳았다. 숨 가쁘게 달려온 1년간의 ‘장애등급제’ 타임테이블을 정리한다.

1월 2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등급제 개편 추진 방향 설명회’에서 장애인들이 피켓으로 반대 의견을 표하고 있다.ⓒ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1월 2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등급제 개편 추진 방향 설명회’에서 장애인들이 피켓으로 반대 의견을 표하고 있다.ⓒ에이블뉴스DB
■1월, 등급제 개편 ‘윤곽’ 장애계 ‘분노’

2017년, 정유년이 밝아오자마자 장애계와 정부의 갈등이 터졌다. 보건복지부가 ‘장애등급제 개편’ 중장기 로드맵을 설명회를 통해 발표했지만, “박근혜표 장애등급제 개편 중단해야 한다”는 강한 비판을 마주한 것.

기존 의학적 판정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특성과 욕구, 사회적 환경을 고려한 ’서비스 종합판정‘을 도입하겠다는 내용은 장애계와 의견이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우선적으로 활동지원, 야간순회 등 6개 서비스를 장애등급이 아닌 ’서비스 종합판정‘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면‧할인‘을 대체할 판정체계를 찾지 못한 정부가 ’중‧경증‘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우자 “완전 폐지가 아니다”라며 강한 비판을 제기한 것. 첨예한 갈등의 말만 주고받던 장애계와 정부는 그간 닫아뒀던 소통의 ’벽‘만을 실감해야 했다.

(위)문재인 대통령에게 장애인들도 삶과 존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전달한 빵과 장미(아래)광화문 사거리에서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는 모습.ⓒ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위)문재인 대통령에게 장애인들도 삶과 존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전달한 빵과 장미(아래)광화문 사거리에서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는 모습.ⓒ에이블뉴스DB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등급제 폐지’ 신호탄

‘소통’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장애인정책에서도 이전 정부와 온도차가 달랐다.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광화문역 농성장을 찾아 직접 ‘국민명령 1호 장애등급제 폐지 약속 꼭 지키겠습니다’라고 서명했으며, 공약에도 고스란히 담은 것.

문 대통령 취임 3일째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1912년 미국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패러디해 ‘빵과 장미’를 들고 “약속을 꼭 지켜 달라”며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이날 장애등급제 폐지의 최종목표와 구체적 실천방법과 예산 계획 논의를 요청하는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촛불의 열망 속에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기대는 끝나지 않았다. 이후 광화문에 설치된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 1번가’를 찾아 100대 국정과제 속에 포함될 것을 다시금 목소리를 냈다.

결국 7월19일 발표된 국정과제 속에는 장애계의 열망대로 ‘장애등급제 폐지’가 포함되는 쾌거를 안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개편’이었던 명칭이 ‘폐지’로 변경, 목표가 확실시 됐다.

드디어 정부가 장애계와 ‘소통’할 준비가 됐다.

지난 8월 25일.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장관 최초로 농성장에 직접 방문했다.ⓒ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난 8월 25일.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장관 최초로 농성장에 직접 방문했다.ⓒ에이블뉴스DB
■9월, 드디어 1842일의 광화문 농성 마침표

"김주영, 박지우,지훈의 남매, 송국현, 박진영, 이광동, 장성아, 장성희, 이재진, 오지석, 김준혁, 박홍구, 최종훈, 박현, 박종필"

광화문역 지하보도에 반가운 손님이 온 건 지난 8월 25일.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장관 최초로 농성장에 직접 방문했다. 장애와 가난 때문에 죽어간 이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무겁게 부르며 영정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 자리에서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공동행동 측은 장애계와 정부와 함께 논의하는 민관협의체 구성을 요청했고, 박 장관도 이를 받아들였다. 그 신뢰를 받아들여 5년하고도 15일 간의 기나긴 농성을 중단했다.

이 기간 동안 2번의 정권이 바뀌었고 100만여명의 시민이 제도의 폐지를 염원하며 서명했다. 슬픔의 고비마다 서로의 손을 꼭 잡고 하루하루를 채웠던 1842일간의 기나긴 날들이었다.

투쟁 성과로 구성된 장애등급제 폐지 민관협의체 위원은 총 12명으로, 장애계 위원 4명, 전문가 위원 6명, 복지부 2명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복지부 조남권 장애인정책국장이 각각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투쟁을 통해 장애등급제 폐지를 공론화 시켰으니 정부와의 ‘소통’을 통해 일상을 바꾸는 일만 남았다.

■12월, 2년 후 ‘장애등급제’ 사형신고 내려지다

2019년 7월1일, ‘장애등급’이 없어진다. 12월 1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통해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첫 단추, 법안 4개가 차례로 통과한 것.

등급에 따라 서비스가 획일적으로 제공된 기존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종합판정체계 도입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법률상 ‘장애등급’이라는 용어 대신 ‘장애정도’로 개정했고,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해나가기 위한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

에이블뉴스 보도 이후, “장애등급제가 당장 폐지된 것이냐?”는 전화 문의도 쏟아지며 큰 관심을 받았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2년 후인 2019년 7월 적용된다.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3대 적폐 폐지 공동행동 회원이 3대 적폐 완전 폐지를 위한 엽서를 쓰고 있다.ⓒ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3대 적폐 폐지 공동행동 회원이 3대 적폐 완전 폐지를 위한 엽서를 쓰고 있다.ⓒ에이블뉴스DB
■13월‧14월…끝이 아닌 ‘시작’인 이유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민관협의체가 구성된 지 두 달, 현재까지 총 4회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주요 쟁점들을 두고 엇갈리는 의견들로 건설적인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가장 쟁점은 ‘중‧경증 단순화’ 문제다. 복지부는 감면‧할인 서비스를 기존 중‧경증 방식으로의 접근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장애계 위원들은 전체적인 로드맵, 예산 확대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 이는 장애계 뿐 아니라 협의체 위원들의 전체 의견이다.

특히 로드맵이 선행되지 않은 채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법안 처리를 서두른 복지부에 대한 깊은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제기에 최근 열린 회의에서 복지부도 공감, 앞으로 논의를 통해 합의하는 방식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그간 ‘소통’의 부재로 인해 앞으로 협의체 회의는 순탄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형신고‘가 내려진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길은 가시밭길이 될지, 꽃길이 될지 앞으로의 민관협의체 역할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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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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