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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접근성 적용범위 놓고 논란

민간부문까지 강제할 수 있나, 그렇지 않나

불이행하는 것은 차별인가, 차별이 아닌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6-01-19 11:45:01
9조 접근성, 10조 생명권, 11조 위험상황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정을 위한 유엔 특별위원회 2일차(1월 17일) 회의는 ‘제9조 접근성(Accessability)’에 대한 검토로 시작되었다. 접근성은 장애인권리조약의 하나의 특성을 보여주는 주제로, 실무그룹안에서는 19조였는데, 그 중요성과 광범위성, 그리고 장애인에게 특화된 주제라는 점에서 이번 의장안에서는 총론적인 성격의 1부에 배치되었다.

접근성 불이행은 차별인가 아닌가

9조(접근성)에서 우선 논란이 된 것은 접근성 보장을 위한 당사국의 조치가 실질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몇몇 국가들은 당사국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점진적인(progressively)’이라는 용어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멕케이 의장은, 이미 제4조(일반의무) 2항에서 국가의 조치가 점진적으로 실현되어야 한다고 명시하였기 때문에 후속된 조항들에서는 일일이 ‘점진적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IDC(국제장애인단체간부회의)는 접근성의 보장이 정부가 규범을 정한 민간부문에까지 적
용되어야 한다는 점과 당사국정부가 기존 시설과 서비스, 그리고 신규시설과 서비스에 적용된 규범에 장애인의 접근 가능성을 높이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때에는 이를 차별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수정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뉴질랜드, 이스라엘 등은 접근성 보장 불이행이 차별이라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하였고, 사업장에서의 장애인의 접근성 보장은 영세사업장, 중소기업 등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이를 강제화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질랜드는 다만 공동주택이나 다중이 이용하는 건축물은 소유자가 민간이라 하더라도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접근성의 적용에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장은 민간사업장을 접근성 보장의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다소 무리한 면이 있지만, ‘점진적인 실현’이라는 표현을 적용하면 보완될 수도 있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EU(유럽연합)가 수정안에서 ‘적절한 편의제공(reasonable accommodation)'을 통한 접근성의 보장을 명시한 것에 대해 또한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나라들의 대체적인 지지가 있었지만, 호주 등 몇몇 나라들은 ‘적절한 편의제공’이라는 용어가 개념이 불분명하고 그 적용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정의될 수 있으므로, 조약에서 남발되는 것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IDC는 ‘적절한 편의제공’을 받는 것도 하나의 권리인 점을 분명히 했다.

한편, 코스타리카는 2항 b호에서 안내인, 낭독자, 수화통역사와 같은 인적지원에 안내견을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이익섭 대표는 안내견은 접근권에서 다룰 사항이 아니라 이동권에서 다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9조(접근성)에 대한 검토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게 수월하게 진행된 것에 의장은 만족감을 표시하고, 다만 조항의 구조(structure)에 대해서는 추후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제10조 생명권, 대체적인 지지

의장안 제10조(생명권)에 대해서는 대체적인 지지표명이 있었다. IDC는 수정안에서 ‘장애를 이유로 생명을 끊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라는 문구의 추가를 요구했는데, 미국은 이 조항이 생명의 존중을 이미 언급하고 있으므로 장애를 특별히 언급하며 추가로 명시할 필요가 없다고 반대하였다.

EU는 위험상황에 대해 별도조항(제11조)으로 다루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관련 내용을 제16조(착취, 폭력, 학대로부터의 자유) 등에 반영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의장은, ‘위험상황’이라는 용어는 다른 조약에 없는 것으로 장애인의 경우 전쟁이외에 다양한 폭력적 상황에 취약하므로 그 모든 상황을 포괄하는 위험상황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무력충돌의 당사국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제11조에 대해 지지한다는 입장을 같이 표명해 회의장의 주목을 끄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IDC와 몇몇 나라들은 위험상황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하며, ‘자연재해, 전쟁, 무력충돌’을 조항에 삽입하자고 제안했다.

장애여성조항의 운명은?

국제장애인권리조약한국추진연대의 여성위원들이 독일 여성들과 장애여성조항에 대해 협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국제장애인권리조약한국추진연대> 에이블포토로 보기 국제장애인권리조약한국추진연대의 여성위원들이 독일 여성들과 장애여성조항에 대해 협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국제장애인권리조약한국추진연대>
1월 18일과 19일에는 한국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장애여성조항’과 관련하여 미팅과 특별모임이 이어져 ‘장애여성조항’은 중대한 시점에 서게 되었다. 뉴욕시간 18일 점심시간에는 IDC가 주최하는 장애여성조항 특별모임이 있고, 오후 4시에는 장애여성조항과 장애아동조항의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조정촉진자)들과 IDC의 관련자들 간의 협의가 있게 되며, 19일 점심시간에는 장애여성과 장애아동 퍼실리테이터가 공동주관하는 공식미팅이 개최된다.

현재 맥케이 의장은 장애여성(제6조)와 장애아동(제7조) 조항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즉, 별도조항을 만들든지 아니면 별도조항을 두지 않고 관련조항에 장애여성에 관한 조문을 배치하든지, 또는 다른 조항을 규율할 수 있는 개괄적 형태의 간단한 별도조항을 두고 세부내용을 관련 조항에 배치하는 이른바 ‘이중구조방식(twin track approach)'을 택하든지, 장애여성과 장애아동에 관련해서는 같은 형식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장애여성과 장애아동의 퍼실리테이터 미팅이 함께 개최되는 것이 그러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IDC는 ‘이중구조방식’으로 입장을 정하고 독일의 장애여성 NGO그룹이 가져 온 구체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제장애인권리조약한국추진연대(이하 추진연대)는 기본입장이 ‘완전한 별도조항’임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IDC가 채택한 ‘이중구조방식’안에 대한 검토회의에 참여하기로 결정해, 실질적으로는 IDC와 함께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한국정부는 기존에 공식적으로 표명한 별도조항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난 6차 회의에서도 밝혔듯이 한국정부는 ‘이중구조방식’에 열려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EU와 타협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그동안 장애여성별도조항을 반대했던 캐나다가 입장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해, IDC가 제안하게 될 ‘이중구조방식’이 유력한 타협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중구조방식’에 대해서는 한국정부대표단과 추진연대도 수용할 수 있는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중구조방식’이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그 안의 별도조항이 실질적으로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제4조(일반의무)에 조문을 두어 그것으로 별도조항을 대신하자고 공략해 올 경우 별도조항은 취약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중구조방식’이 결국은 별도조항의 삭제로 갈 수 있다고 한국대표단은 우려를 하고 있다.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의장안(Chairman's text)


제9조 접근성

1. 본 협약의 당사국들은 장애인들이 자립적으로 생활하고 삶의 모든 영역에 완전히 참여할 수 있는 역량에 이르도록 보장하기 위해, 장애인이 이미 조성된 환경, 대중교통 그리고 정보, 커뮤니케이션 기술, 기타 서비스를 포함한 정보와 의사소통에 접근하는데 있어서 장애요인들을 확인하고 제거함으로써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들은 그 중에서도 특히 다음의 사항을 포함 한다:

(a) 학교, 주택, 의료시설, 실내 외 시설 및 공공기관을 포함한 공공건물, 도로 및 그리고 기타 공용 부대시설의 신축과 재건축

(b) 전자서비스를 포함한 대중교통시설, 정보화 시설 및 기타 서비스의 개발 및 개조

2. 당사국들은 다음의 내용을 시행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a) 공공건물과 시설에 점자 및 읽고 이해하기 쉬운 형태의 표지판 설치

(b) 공공건물과 시설로의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안내인, 낭독자, 수화통역사와 같은 현장 지원(Live assistance)과 매개체 제공

(c) 공공시설과 서비스에로의 접근을 위한 최소한의 국가 표준 및 지침이 이행되도록 개발, 공포 및 감시

(d) 공공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기구에게 장애인을 위한 모든 형태의 접근성을 고려하도록 보장

(e) 장애인이 직면한 접근성 이슈들에 대해 모든 관련자들에게 교육 제공

(f) 장애인에게 인터넷을 포함한 새로운 의사소통 기술 및 체계로의 접근을 촉진

(g) 초기단계에는 정보사회가 최소한의 비용으로 통합되어질 수 있도록 접근 가능한 정보와 의사소통 기술을 고안, 개발, 생산 및 보급하는 것을 촉진

(h) 정보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 장애인을 위한 기타 적절한 형태의 지원과 보조 촉진

제10조 생명권

당사국들은 모든 인류가 천부적 생명권을 부여받았음을 재확인하고 제반의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여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 권리를 효과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제11조 위험 상황

당사국들은 일반적인 장애대중들이 위험 상황에서 특별히 취약함을 인식하고 그들의 보호를 위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글은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7차 특별위원회에 정부대표단으로 참석하고 있는 국제장애인권리조약한국추진연대 김동호(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초안위원이 보내온 글입니다. 오는 2월 3일 회의가 끝날 때까지 김동호 위원은 생생한 현장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해줄 것입니다.

기고/김동호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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