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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기자의 세계장애인대회 참관기

내가 세계장애인대회에서 찾고 싶었던 것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7-09-08 11:37:33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코너.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코너. ⓒ에이블뉴스
킨덱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장애인대회에 참관하고 자유로에 진입하던 순간, 아름답고 눈부시다는 표현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는 금 빛 노을이 임진강과 한강 두 물머리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고, 부실한 몸으로 진종일 부스를 헤매느라 파김치처럼 늘어졌던 몸에서는 저절로 깊은 탄성이 토해져 나왔다.

어제, 그제 연 이틀 동안의 궂은 날씨로 인하여 축제의 마음이 많이 가라앉아 있었을 세계 각지에서 모인 손님들이 비개인 다음날의 가을하늘을 보게 되어 진정한 의미의 코리아를 알게 되었으니 반가운 마음 금할 길 없다.

세계장애인대회. 에이블뉴스 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하루 진종일 대회장을 다녀본 솔직한 심정은 차라리 참혹에 가까웠다. 사실 기자라는 옷은 아무나 입는 게 아니다. 아무나 입을 수 없는 소중한 옷을 ‘누구나’라는 이름으로 둘러 입고 이 곳, 저 곳 기웃거린 어설픔을 용서 바란다.

처음에는 세계대회를 참관한다는 설렘과 480만 장애인들에게 현장을 실제 체험하여 중계한다는 사명감이 더해져서 자못 비장함까지 있었다. 그러나 그 비장함은 대회장을 들어서는 순간, 비누거품처럼 조금씩 사그라지기 시작하였다.

장애가 있기 전,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비장애인이었다. 코엑스라는 전시공간을 아시는지 모르겠다. 그 화려함, 수많은 인파. 왕왕대던 앰프. 무엇인가를 알리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축제 다름 아니던 코엑스의 예민한 기억인자를 가지고 있던 내 두뇌에서 장애인세계대회장을 들어서던 순간 전해지던 불협화음. 어둡게 느껴지던 긴 통로. 희미한 움직임의 참가자들. 워크숍 부스마다의 남의 잔치 같은 서걱거림.

초상화(캐리커처)를 그려주는 부스에 서 있다가 만난 일본인 장애인 우에다씨. 나와는 엇비슷한 나이의 쉰셋, 동경복지대학 교수. 하반신마비로 휠체어를 탄 그와 K-1 이종 격투기의 최홍만, 재일동포 추성훈에게 엄청나게 터진 사쿠라바 이야기, 각 자의 아이들 이야기 등, 몸 짓, 손 짓, 영어, 일어, 한국어를 총 동원하여 의사소통을 하며 붙어 다녔다.

애초에는 프로그램에 있는 워크숍을 심도 있게 취재하여 새내기 기자의 역량을 과시하려 했었다. 하지만 대회장을 두어 바퀴 돌면서 취재에 대한 욕구는 깨끗하게 사라졌고 결국 취재라는 개념을 버리고 내 걸음만큼 느린 대회장의 흐름에 몸을 띄워 보기로 작정하니 조금은 맘이 편해졌다.

장애인영화상영관 앞. 점심식사가 부실했음인가, 부스 앞에서 파는 떡 한 조각을 사 떼어 먹으며 머쓱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여성장애인의 성, 사랑, 몸에 대한 이야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장애가 있기 전에 나는 정말 장애를 몰랐었다. 바쁘게 건너가던 횡단보도에서 굼뜨게 지나던 휠체어, 미처 건너지 못하고 중앙선에 외로운 섬처럼 서 있던 노약자, 장애인들.

그들은 그들만의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었고, 나는 그런 그들에게 조금도 미안하지 않았었다. 대회장에 들어서면서 내가 느끼던 살풍경은 바로 그와 같은 내 시각의 바로미터였다. 세계대회라고는 했지만 5천만 국민들은 누구하나 관심 두고 쳐다보지 않는 우리들만의 리그.

영화 속에서 몸을 비틀며 내레이션을 하던 천하의 서혜정 목소리를 들으며 장애, 그 결코 행복하지 않은 현실이 피부로 다가와 마음이 아팠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다른 시각차를 절실히 깨달으며 비장애인 시절의 무지가 너무나 부끄러웠지만 이미 기차는 떠나고 없다. 울적했던 마음을 한 발의 디바, 레나 마리아가 주는 감동에 실려 보내고 구름에 떠가듯 부스를 흐르다 만난 탐라국 사람들.

놀랍게도 제주에서는 백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행사에 참석하고 있었고, 그 중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부모회 서귀포시, 남제주군지부 부회장의 무지막지 긴 명함을 가지고 계시는 강미경씨와 꽤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씨의 아들은 이른바 발달장애아. 아들의 장애를 백일이 지나기 전에 알게 된 강씨는 아이와 함께 죽음을 오래 동안 생각했었지만, 장애아를 둔 부모 모임에 나가 정신지체아의 부모를 만나고 상대적으로 행복한 자신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그런 마음을 깨끗이 버리게 되었다 한다.

내가 세계장애인대회에서 찾고 싶었던 것은 바로 강씨와 같은 경우였다. 장애는 장애당사자보다 가족들에게 더 큰 아픔일 수밖에 없다. 장애가족들은 사회적인 어떤 위로나 도움이 없이 사각지대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모르고 있다. 내 장애로 인한 가족들의 상처를 생각하면 나는 늘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내 가족을 내가 위로 할 수 없다는 척박한 현실이 너무 슬프다.

강씨는 내게 제주의 자리돔 물 회를 대접해 주겠노라며 꼭 제주에 들러 달라고 하셨다.

“강 씨 아줌니, 실수 하신 겨. 난 약속한 대접은 꼭 받고 마는 사람이란 말여~.”

세계적으로 이름난 장사꾼이 화교와 유태인들이라 알고들 계시지만 내 경험상 진짜 장사꾼은 그들이 아니라 아프리카 인들이다. 지친 몸 잠시 휴식을 취하러 들른 대회장 컨벤션 룸(식당). 동아프리카 베닌이라는 나라에서 온 알베티니가 테이블에 작은 난장을 펴고 있었다.손수건, 목걸이, 팔찌, 백프로 울로 짠 카디건 등. 가격은 3천원, 5천원, 조금 비싼 카디건은 3만원.

실제로 알베니티는 내가 앉아 있는 바로 눈앞에서 오쿠라라는 일본인에게 카디건의 최초 가격을 5만원 불렀다가 3만원으로 인심 쓰듯 깎아 주며 파는 걸 목격했다. 오꾸라씨 왈, “기레이데쓰.” “고맙스무니다.” “땡꾸 베루마치.” 일본인 특유의 과장된 몸짓으로 이렇게 삼개국어를 남기며 휠체어를 타고 사라져갔다.

주마간산(走馬看山)격으로 설렁설렁 대회장을 지나며 본 풍경을 적어 보았다. 프레스 센터에서 진두지휘하느라 밥이나 제대로 챙겨 먹었을지 걱정되는 소장섭 기자에게 감사드린다.

그저 흉내에 그친 기자였지만 짧은 하루 동안 느낀 점도 많이 있었다. 에이블뉴스라는 신문의 위상이랄까, 부스 어디에서나 에이블뉴스 기자라는 이름을 대면 모두들 한 번 더 보아 주었다.

장애인의 현실은 열악하지만, 열악한 현실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세상은 결국 더불어 살아가는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모래알 같은 작은 의지를 모아 목표한 세상으로 가는 기차를 제공할 수단으로서의 에이블뉴스의 힘을 믿는다.

[리플합시다]국제장애인권리협약의 비준을 촉구합니다

*정영수 기자는 에이블뉴스 누구나기자로 2006년 2006년 7월 교통사고를 당하고, 2007년 7월 뇌병변 3급 장애 판정을 장애인 당사자입니다.

정영수 기자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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