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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2단계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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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PD 국내 이행, 정부·장애계 온도차 뚜렷

장애등급제 개편 등 계획 발표…‘수박 겉핥기’ 지적

“당사자와의 적극 소통·상설 모니터링 기구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6-06-29 18:29:32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강인철 과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지영 사무국장.ⓒ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강인철 과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지영 사무국장.ⓒ에이블뉴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국내 이행을 두고 정부와 장애계의 온도차가 뚜렷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측은 지난 2014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사항에 “노력하고 있다”며 이행 사항을 발표했지만, 장애계에서는 “와 닿지 않는다”며 냉담한 반응으로 맞선 것.

국가인권위원회는 위원회 설립 15주년,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채택 10주년을 맞아 29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 강화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지난 2006년 제61차 유엔총회에서 192개 회원국이 만장 일치로 채택한 국제인권조약으로, 장애인이 모든 인권 및 기본권을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12월 협약을 비준, 2009년 1월10일 발효한 바 있다.

권고사항 52개 ‘수용’…이행 진행 중=이날 심포지엄에서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강인철 과장은 지난 2014년 UN장애인권리위원회가 내린 권고사항에 대한 한국정부의 이행 현황과 계획을 발표했다.

위원회가 내린 권고사항은 총 58개며, 사법부를 포함한 총 13개 기관이 관계돼있다. 담당기관에서 검토한 결과 수용 52개, 불수용 4개, 기타 2개로 분류했다. 정부는 수용한 권고사항에 대해 2019년 1월까지 제2‧3차 통합 당사국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구체적 이행 계획을 올해 ‘제16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통해 심의‧의결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서비스 전달체계 분야에서 ‘협약의 인권적 접근과 조화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라’는 권고에 대해 복지부는 의학적 기능 제한, 개인적 욕구, 사회적 환경 등을 종합적 고려해 장애등급제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통합교육의 효과성에 대한 연구를 실시하라’는 권고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통합교육의 효과성을 점검하고 통합교육의 발전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했다고 답했다.

‘지역사회에서 자립이 가능하도록 사회부조프로그램을 실시하라’는 권고 역시 복지부는 장애인연금 부가급여액 현실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재정상황을 고려해 인상액 현실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인권분야에서 인권침해, 강제노력, 강제입원 등에 대한 우려사항에 대해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 장애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아울러 ‘한국수화언어법’, ‘점자기본법’ 제정을 통한 이행도 완료했다는 것.

강인철 과장은 “권고사항을 이행계획에 대한 이행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나 장애인정책조정실무위원회를 통해 권고이행상황을 점검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2019년 제2차‧3차 병합 당사국보고서 작성 시 장애인단체 및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위원회 설립 15주년,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채택 10주년을 맞아 29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 강화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국가인권위원회는 위원회 설립 15주년,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채택 10주년을 맞아 29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 강화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에이블뉴스
■“먼 나라 법칙 같다” 장애계 ‘냉담’=반면, 장애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이행계획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58개 중 52개 수용을 보여 표면적으로는 준수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상은 ‘수박 겉핥기’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지영 사무국장은 “정부의 이행계획만 살펴본다면 장애등급제 개편은 수용이지만 권고의 핵심은 의료적 관점의 탈피를 얼마나 담보할 수 있는지, 개인적 욕구, 사회적 환경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점이다. 현재 정부의 중, 경증 개편은 수용이라고 볼 수 없다”며 “모든 공공시설과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BF인증’으로 범위를 축소한 부분도 당사자가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인력확충 및 독립성 강화 부분도 행정자치부에 소요인력 증원 요청함 정도의 소극적 조치 또한 ‘수용’으로 담은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정 사무국장은 “정부의 이행계획은 도전정신보다는 현 체재를 크게 흔들지 않은 범위 내에서 정부가 계획하던 계획에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행계획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보다 장애인 권리가 현실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며 “이행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참여와 소통이 보장돼야 하며, 모니터링활동에 소요되는 자원에 대한 지원도 병행되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 또한 이날 심포지엄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마치 먼 나라의 법칙과도 같다”고 지적하며, 조항별 이행 적용의 방향성을 제언했다.

먼저 정 사무국장도 지적한 바 있는 ‘장애인 정의’ 속 장애등급제 개편. 김 사무국장은 “장애인권단체들의 강력한 장애등급제 폐지 의견으로 현재 복지부는 등급제 폐지가 아닌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개편은 장애를 중, 경증으로 다시 나누는 형태로 여전히 장애에 대한 범위를 의학적 판단해 기초해 사회적 장애에 대한 고려가 배제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협약의 장애인 정의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등급제라는 획일적인 구조에서 탈피해 개인별 맞춤지원이 제공될 수 있도록 범위를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국가보고서를 통해 장애인의 평등과 차별금지를 크게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에서는 큰 걸림돌이 많다는 것.

김 사무국장은 “차별시정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사건 처리 기간 지연, 장애감수성 부족 등으로 3분의 2이상이 기각 각하되는 상황이다. 법원의 소극적인 자세로 차별구제청구에 대한 판결 역시 거의 없다”며 “기관들의 태도는 법의 실효성을 무력화시키고 협약 실현에도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현재 장애인의 삶을 봤을 때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조항들에 비춰 잘 이행되고 있는 것을 찾기 매우 어렵다. 협약을 약속한 국가가 이 긴 시간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분노할 수밖에 없다”며 “협약의 조항을 구체적으로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장애인연맹 인권담당관 빅토리아 리는 "인권조약을 보면 권고사항에 대해 수용, 불수용 발표할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 이는 일종의 정치적인 절차가 아니고, 위원회에서는 내린 권고를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인권법에 있어서 어떤 조항은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 취사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모든 권고 사항에 대해 정부는 수용하고 이행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정 국장은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통해 심의 의결한 사항에 대해 정작 수많은 당사자들이 그 내용을 알지 못하고 있다. 보도자료가 있지만 부족하다”며 “복지부에서 협약 이행 사항을 자세히 설명하는 자료를 게시해 당사자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기룡 사무총장, 국제장애연맹 인권담당관인 빅토리아 리.ⓒ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기룡 사무총장, 국제장애연맹 인권담당관인 빅토리아 리.ⓒ에이블뉴스
■“모니터링 형식만, 별도의 기구 필요”=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협약의 국내 이행을 강제하고 감독하기 위한 모니터링 강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 언급됐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기룡 사무처장은 “협약에서는 이행 전반에 대한 감독을 위한 독립기구를 설치해야 하고, 모니터링 과정에서 장애인과 단체를 참여시켜야 한다고 나와 있다. 독립기구로 인권위를 정하는 등 형식적 측면에서의 완성도는 갖췄지만 진정 사건을 담당하는 부서가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사무처장은 “인권위 장애인차별조사과가 중심이 돼 협약의 이행 현황 모니터링 업무를 담당하는 별도의 기구가 필요하다”며 “상설로 운영돼야 하며, 협의체를 구성해 전문가, 장애인 단체 활동가, 당사자 등이 위원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사무처장은 모니터링을 위한 지표 개발, 지표에 따른 통계 자료 수집 계획 수립, 모니터링 운영 매뉴얼 개발, 모니터링 결과의 실효성 높이기 위한 방안 등도 함께 제언했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몬티안 분탄 위원은 "위원회의 최종견해에 대한 실질적 이행을 위해서는 정부가 장애인과 단체의 역량강화를 위해 특히 노력해야 한다. 협약을 실현할 수 있도록 모든 분야에 걸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한국에서는 상설적 모니터링 기구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기구에는 정부, 시민사회단체, 장애인 당사자들의 다양한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제장애연맹 인권담당관인 빅토리아 리는 "협약 이행 모니터링은 정부, 시민사회, 인권위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행동계획, 법과 정책의 조화 등과 법원의 판례, 인권위 결정을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활동의 일환으로서 항상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1차적인 목표는 위원회 보고만이 아닌 효과적으로 이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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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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