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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장애인당사자 대통령을 잃었습니다

복지와 인권 기초 닦은 김대중 전 대통령 끝내 서거

큰 아들 김홍일 전 의원도 파킨슨병으로 장애 입어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9-08-21 21:51:31
우리는 지금 국내 첫 장애인 당사자 대통령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잃었습니다. ⓒ노컷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우리는 지금 국내 첫 장애인 당사자 대통령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잃었습니다. ⓒ노컷뉴스
장애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보편성입니다. 즉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통계가 있는데요. 장애인 10명 중 9명은 후천적으로 장애를 입게 됐다는 것입니다. ‘내가 내일 흑인이나 여성(혹은 남성)이 될 수는 없어도 장애인은 될 수 있다’는 말은 장애의 보편성을 잘 설명해줍니다.

장애는 대통령에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지난 18일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71년 의문의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게 됐습니다. 14톤 트럭이 갑자기 달려들어 김 전 대통령이 타고 가던 차를 들이받았는데, 운전사가 기지를 발휘해 재빨리 달려 트렁크 쪽에 부딪혔다고 합니다.

결국 이 사고로 김 전 대통령은 한쪽 다리에 장애를 입게 됩니다. 그리고 4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됐는데요. 국내 최초의 장애인당사자 대통령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장애인 대통령의 탄생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절름발이여서는 안 된다’는 장애인 차별적인 흑색선전을 이겨내야 했으니까요. 대선후보에게도 장애인차별은 비켜갈 수 없었던 굴레였던 것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해야 할 일이 참 많은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장애인 등 빈곤층을 위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확립하고, 장애인 등 인권소외계층의 인권보장을 위한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복지와 인권의 기초를 닦는 일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복지 대통령이자 인권 대통령이었습니다.

고인의 업적을 되살펴보면, 우선 대통령 재임시절(1998년 2월~2003년 2월) 국정이념으로 생산적 복지를 채택했습니다.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일할 수 없는 사람은 국가가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담은 복지이념이었는데요.

이러한 국정이념에 따라 김대중 정부는 기존 생활보호법을 폐기하고 1999년 9월 7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했습니다. 이 법은 저소득층을 위한 보호가 아닌 권리에 기반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확립하는 법적 토대가 됐습니다.

기존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등 전부 개정이 이뤄진 것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이었습니다. 또한 장애인복지법의 개정으로 장애범주 확대가 이뤄진 것도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시절이었고요. 제1차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 계획(1998~2002)이 시작된 것은 바로 1998년으로 김대중 정부의 임기가 시작되고 부터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은 장애인 인권정책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이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인 2001년 5월 24일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제정되고, 같은 해 11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역사적인 출범을 하게 된 것인데요. 인권위의 첫 진정사건은 제천시 보건소 장애인차별 사건으로 기록됐을 만큼, 인권위의 출범은 장애인 인권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복지, 인권 관련 업적이 완벽했던 것은 아닙니다. 수많은 과제들을 남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복지와 인권의 기초를 닦았다는 점은 충분히 칭송받아야할 귀중한 업적입니다. 나머지 과제들은 우리에게 남겨진 몫이겠죠.

피아니스트 이희아씨가 어머니와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 앞에서 오열하고 있습니다. ⓒ노컷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피아니스트 이희아씨가 어머니와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 앞에서 오열하고 있습니다. ⓒ노컷뉴스
장애인들과 장애인단체들도 전 국민적인 추모 행렬에 동참했는데요. 장애인정보문화누리는 애도 성명을 내고 "지난 5월 ‘노무현’이라는 큰 지도자를 보낸 지 3개월, 위대한 지도자 한 사람을 우리는 또 떠나보냈다"고 슬픔을 표했습니다. 특히 “장애인의 의사소통과 정보, 방송, 문화권을 활성화시키는데 기초를 만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었던 광주지역 장애인들과 장애인단체들도 추모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광주장애인총연합회(회장 정병문)는 임직원, 회원단체장 및 광주지역 장애인 200여명과 함께 지난 20일 광주광역시 구 전남도청 분향소를 찾았습니다.

장애인 개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는데요.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씨는 어머니와 함께 지난 19일 오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시빈소를 찾아 조문했습니다.

이희아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통령 재임시절인 지난 2000년 청와대에 초청돼 김 전 대통령 앞에서 직접 피아노를 친 인연이 있는데요. 이씨는 "김 전 대통령께 '노벨상 수상 축하드린다'고 하니 '피아노 연습 열심히 하고 있느냐'고 답했던 대화가 기억이 남는다"며 오열을 터트렸습니다.

김홍일 전 의원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보편적인 장애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노컷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김홍일 전 의원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보편적인 장애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노컷뉴스
김 전 대통령이 그랬듯이 장남 김홍일 전 의원에게도 장애가 찾아왔습니다. 임시 빈소가 마련된 신촌 세브란스 장례식장에서 찍힌 김 전 의원의 달라진 모습은 국민들에게 큰 안타까움을 던져줬습니다. 지난 90년대 들어 파킨슨병이 발병해 신체와 행동뿐만 아니라 언어에도 장애를 갖게 된 것입니다.

김 전 의원이 병에 걸린 원인을 주변에서는 '80년 내란음모사건' 등 독재시절의 고문후유증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김 전 의원이 걸린 파킨슨병은 1817년 영국인 의사 제임스 파킨슨(James Parkinson)이 발견해서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으로 명명되고 있는 병인데요. 뇌신경세포가 퇴행 소실되는 뇌질환으로 진행성이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발병 원인은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으나 학계는 유전적 요인을 비롯한 중뇌의 종양이나 외상, 일산화탄소 중독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복합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파킨슨병은 주요 증상으로 손발이 주기적으로 떨리고, 균형을 잘 잡지 못하고 근육강직으로 행동반응이 느려져 의지대로 행동할 수 없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수년간에 의해 서서히 진행되고 이로 인해 언어나 행동장애, 지체장애를 유발합니다.

현재 파킨슨병은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희귀ㆍ난치성질환자 의료비지원사업’대상 질환이며 지체장애 3급 또는 뇌병변장애 3급 이상이면 등록 가능해 진료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파킨슨병을 앓았거나 이 병으로 투병 중인 유명인으로는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영화배우 마이클 J. 폭스 등이 있습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의 국상이 끝이 나면, 장애인계는 곧 바로 예산 투쟁에 돌입할 태세입니다. 그동안 베일에 감춰져 있었던 2010년도 복지부 예산안이 민주당 박은수 의원을 통해서 공개됐는데요. 기초장애연금이 내년에 도입되지만, 예산 증액이 소폭에 그치고 있어 장애인계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합니다.

소장섭 기자 (sojjang@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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