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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사각지대에서 방황하는 화상장애인들

의료·심리·경제적 ‘고통’…사회적 냉대도

"개인문제로 끝나지 않도록 정부 나서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4-05-14 14:21:50
누구나 한두 번은 지극히 가벼운 화상을 입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화상은 그만큼 우리 생활과 밀접한 흔한 상처이다. 그런데 이런 화상이 한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는다는 사실은 경험하지 않으면 결코 알 수가 없다. 중증 화상은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 고통과 화상의 치료과정이 주는 공포로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끔찍한 기억을 갖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일차적인 상처의 치료가 끝이 나면 적어도 화상을 입기전의 피부로 조금은 회복되고,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무너지고, 결국 반복되는 수술과 치료에도 불구하고 화상을 입기전의 몸으로 절대 돌아갈 수가 없으며, 화상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사실에 절망하게 된다.

대부분의 화상장애인을 만나보면 상처의 고통만큼 지독한 가려움증과 싸워야 하고, 어마어마한 고액의 병원비와 오랜 병원생활에 지쳐가는 가족들과 갈등까지 겪으면서 화상이 이런 건줄 전혀 몰랐다는 반응이 가장 많다. 그래서 그들은 화상(火傷)이 천형(天刑)이라고 말한다. 하늘에서 벌을 내리는 것이 아니면 이런 고통을 겪을 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를 만큼 힘겨운 화상장애인의 삶을 이제 하나씩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화상장애, 화상장애인이라는 단어는 사전에도 없고, 화상장애는 우리나라의 장애유형에 속하지 않는다. 화상장애인들도 화상을 입은 후에 장애등급 판정을 위해서 고군분투하기 전까지는 화상을 장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는 화상만으로는 장애로 인정하지 않으며 화상으로 인한 다른 이차적인 장애가 있는 경우에만 안면장애, 지체장애, 시각장애, 절단장애 등의 장애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화상장애인들은 자신들을 가리켜서 화상인(火傷人)이라는 표현을 쓴다. 장애가 있으나 장애가 아니고, 비장애인은 아니나 장애인도 아닌 것이다. 최근 소수 장애라는 영역으로 분류되어 장애인 내부에서는 화상도 장애라는 인식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화상은 장애인들에게조차 아웃사이더이다.

화상이 왜 장애인가 하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화상의 상처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가져오는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회복할 수 없는 피부의 손상은 물론 내부 장기나 호흡기까지 화상을 입게 되면 복잡하고, 다양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데 그 비용은 온전히 화상을 입은 사람 즉, 화상환자의 몫으로 남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은 화상의 치료에 필요한 많은 부분을 비급여 항목으로 지정하고 있어서 화상환자의 경제적 부담은 실로 엄청나다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 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의 화상에 대한 국민건강보험이 어떠하기에 환자의 부담이 큰 것인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문제로 나눌 수가 있다.

첫째, 현재 건강보험급여 항목이기는 하지만 용도, 횟수, 용량 등에 제한을 두어서 그 기준을 초과하여 치료하면 전액을 환자가 부담하는 경우로 급여의 확대가 절실한 부분이다. 예를 들면 A라는 치료제를 두 개까지는 보험이 적용되지만 환자의 상태가 심각하여 두 개로는 부족하여 그 이상 사용한다면 그것은 전부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항목에는 화상의 치료에 가장 일반적인 품목들도 많아서 환자의 부담이 매우 커진다.

둘째, 어떤 치료제는 화상의 치료에 효과적이고 의학적으로 타당성이 충분하지만 건강보험의 재정상의 문제로 급여가 불가능한 항목들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건강보험공단에 예산이 부족해서 그 치료제를 쓰면 공단에서 돈을 지불해야 하니 전액 환자들에게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셋째, 화상의 치료에 필요하고 의학적인 타당성이 충분하지만 화상치료에 대한 구체적인 건강보험급여 기준이 없는 항목들이다. 이 항목들은 구체적인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넷째,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서 신체의 필수 기능 개선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되어 비급여로 되는 것인데 쉽게 말해서 기능성형이냐, 미용성형이냐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설명할 수 있다. 관절의 기능이나 신체의 움직임, 안면의 경우에는 눈을 뜨고 감는 것, 코로 숨쉬기 어렵거나 입을 벌려서 음식을 먹을 수 없는 등의 경우 수술은 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수술에 쓰는 장비나 약제, 치료도구 등이 비급여인 항목은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다섯째는 해당항목에 대한 식약청의 허가사항에 화상이 없거나 신의료기술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고, 보건복지부 내에서 가격과 관리방법 등이 결정되지 않은 등의 이유로 전액을 환자가 부담하는 경우이다. 화상에 효과적인 약제일지라도 허가사항에 화상이 명시되지 않아서 전액 환자가 부담하는 사례가 이 경우이다.

또한 인공피부나 사체피부 등도 이 경우에 해당되는데 이는 “인체조직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서 가격 및 관리기관이 결정되지 않으면 건강보험의 급여를 받을 수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실제로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평균 일회 수술에 몇 백만원에서 몇 천만원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중단하고 고통을 참고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특히 성장기의 아동이나 청소년의 경우에는 근육이나 뼈는 자라는데 화상으로 인해 손상된 피부가 원활하게 늘어나지 않아서 일상생활의 곤란과 성장장애를 겪는데 심하면 생살이 찢어지고 뼈가 휘어지는 아픔을 겪는다.

이런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성장이 멈출 때까지 반복적인 수술과 재활치료가 필요한데 부모가 느끼는 경제적인 부담감은 자녀에 대한 죄책감과 사회적인 열등감, 패배감으로 인해 가정해체를 가져오기도 한다.

극히 드물지만 화상을 입은 후 경제적인 부담으로 인해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동도 있고, 모금이나 다른 유사한 방법으로 아동의 치료비를 마련하였으나 치료에 쓰지 않고 가족의 생계비로 사용하여 아동은 방치되는 사례도 있다.

또한 성인의 경우에도 가족이 떠안는 의료비 부담은 물론 장기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환자로 인해서 가족과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화상으로 인해서 사회생활뿐만 아니라 가족들과의 사이에서도 고립되는 사례가 많고 이것은 심각한 정신적인 장애나 자살 등의 사회적인 문제를 가져온다. 그러므로 화상의 의료비나 경제적인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만 국한하는 시각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화상은 신체적인 문제에 따른 의료적, 경제적 부담을 갖는 것 외에도 화상으로 인해서 달라진 외모와 가족과의 갈등, 사회의 냉대 등으로 인한 심리사회적인 문제를 겪게 되는데 이것은 대부분의 화상장애인들이 평생 극복할 수 없다고 할 만큼 그 상처가 깊다.

화상 사고 이후에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는 분노, 적개심, 낮은 자존감, 좌절, 수치심 등 다양한 심리정서적인 상태로 나타나며 현재 화상장애아동과 가족을 대상으로 비전호프(VisionHope)에서 실시하는 심리치료 이외에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는 없다.

간혹 화상장애인이 개인적으로 상담을 받지만 화상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담사와의 상담이나 치료가 기본적으로 도움이 될 리가 없다. 미국의 경우에는 화상장애인들이 동일한 장애를 겪은 훈련받은 동료상담사에게 동료상담을 받고 심리적인 문제를 극복하도록 돕고 있다.

우리나라도 화상의 동료상담을 꼭 필요한 재활과정으로 인식하고 일부 화상장애인들과 관련기관이 예산확보문제, 훈련방법 등을 연구하고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또한 화상장애인의 사회적인 문제 중 하나는 경제활동에 어려움이 크다는 것인데 다른 장애인들도 겪는 일반적인 문제라고 볼 수가 있겠지만 화상의 경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지적인 능력, 신체의 기능 등 어느 것 하나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화상으로 인한 흉터가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직업을 구할 수가 없는 것이 화상장애인들의 가장 큰 고충이다.

좋은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자격증을 구비하고 취업준비를 마치고 사회에 나왔으나 번번히 혐오스러운 외모 때문에 거절당하는 아픔을 겪다보면 때로는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하는 이들도 있다.

필기고사에 합격하였으나 면접에서 불합격되어 결국 자영업을 선택하지만 그마저도 세상의 냉대를 받는 경우가 많다. 아동이나 청소년의 경우에는 따돌림이나 놀림을 받는 경우가 많고, 화상으로 인해서 외모가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일반 초등학교 입학을 거부당하는 사례도 있었다.

화상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대중목욕탕이나 공공장소에서 주로 듣는 “더럽다”는 말 한마디로 설명될 수 있겠다. 이러한 사회의 차가운 시선은 화상장애인을 더욱 고립시키고 폐쇄적인 성향을 갖게 하였고,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한 당사자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도 매우 소극적인 독특한 장애를 가진 장애인 아닌 장애인으로 살게 된 배경이 되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당사자가 권익을 찾으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당사자의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제도가 개선되고 화상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가 화상을 장애로 인식할 수 있을까?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에게나 나름의 어려움과 문제가 있고, 삶의 문제를 극복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려는 노력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필연의 과정이며 화상장애인만 힘든 것은 아니다.

다만 화상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중증 화상을 입기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화상장애인고통을 이야기 하면서 글을 쓰는 나와 글을 읽는 당신 누구나 당할 수 있는 흔한 사고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필자가 만난 어느 화상장애인은 일하던 식당의 화재로 화상을 입고 남편이 징그럽다며 이혼을 종용하여 어린 자녀들과 헤어져서 홀로 외롭게 살다가 수차례 자살을 시도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놓았다.

화상의 치료가 왜 그토록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인가 하는 것은 개인적인 의견차이가 있지만 그녀는 병원비만 있었다면 더 치료받을 수 있었고, 흉터가 덜 생겼을 것이고,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원망과 분노가 있었다. 화상과 고액의 병원비는 자신의 모든 것을 망쳤다고 표현했다.

화상장애인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방법 중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이 건강보험급여를 확대하는 것인데 분명 어느 항목은 건강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방법과 대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무런 시도를 하지 않고 있다.

물론 여러 이해관계와 이권이 얽혀있어서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화상의 건강보험급여를 확대하자는 우리의 요구에 보험급여를 확대하면 정부의 예산문제라든가, 다른 질환과의 형평성 문제 같은 변명만 늘어놓지 말고, 화상이 3D업종이라서 추후 화상 치료하는 의사가 없을 거라는 둥 헛소리를 하지 말고 현재 전국적으로 화상을 치료하는 병원이 얼마나 많은지, 과연 현재 화상 치료의 건강보험급여가 누구를 위한 기준으로 설정되어 있는지 제대로 한 번 따져봐야만 한다.

비록 수술과 치료를 통해서 어렵사리 일상으로 복귀한다고 할지라도 고액의 병원비로 가산을 탕진하고, 경제활동은 쉽지 않고, 화상으로는 장애로 인정받지 못하니 장애인들이 받는 어떤 혜택도 받을 수 없을지라도 적어도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화상의 후유증과 합병증 치료만큼은 그 부담을 덜어주려는 정부의 노력이 반드시 지속되어야만 한다.

화상장애인은 의료적,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인 모든 영역에 장애를 겪게 되지만 심각한 화상만으로는 장애로 인정받지 못하고 고액의 의료비와 사회의 냉대로 인해서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화상은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사고이다. 그 사고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누구의 책임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화상이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도록 돕는 정부가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또한 우리 스스로도 그 중요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뒤늦은 후회로 가슴을 치는 일이 없도록...

*이 글은 비전호프 안현주 대표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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