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을 위한 프린트하기

Copyright by Ablenews. All rights reserved.
에이블뉴스 로고
뉴스홈 > 오피니언 > 취재수첩
왜 그들은 장애인권리조약에 꽂혔나
기자블로그/장애인권리조약이 뭐 길래?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5-08-04 18:14:05
우리나라 엔지오대표단과 각국의 장애여성들이 장애여성조항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우리나라 엔지오대표단과 각국의 장애여성들이 장애여성조항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우리나라 엔지오참가단의 하루하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미국 뉴욕 유엔빌딩서 진행되는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6차 특별위원회의 하루 일과는 아침 7시부터 시작된다. 한인 타운에서 사온 쌀과 김치로 아침 식사를 챙겨먹고, 8시30분부터 시작되는 아침 미팅에 참가한다.

곧바로 이어지는 본회의는 오후 1시까지 계속된다. 꽤 긴 듯한 2시간의 점심식사. 하지만 주로 점심시간을 기해 열리는 부대행사에 참여하면 밥 먹을 시간도 없다. 3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빡빡하게 본회의가 진행된다.

이후 엔지오 운영위원회 회의. 저녁식사를 하고, 전략회의까지 하고 나면 저녁 9시, 10시를 훌쩍 넘긴다. 이때부터 각자 맡은 업무를 준비하면 밤 12시를 넘기는 것은 예사다. 모두들 잠의 부족을 호소한다. 다른 나라 엔지오 참가단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대표단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왜 이들은 국제장애인권리조약에 목을 매는가?

국제장애인권리조약을 만드는 작업은 ‘복지에서 인권으로’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작업이다. 복지와 인권의 차이는 매우 크다. 예를 들면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90%를 설치했다면 복지적인 측면에서는 90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인권적인 측면에서는 10%의 인권침해를 하고 있는 것.

국제장애인권리조약을 만드는 작업은 세계가 공통으로 적용할 장애인 인권의 기준점을 설정하는 작업이다. 각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기준점을 설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기준을 높게 설정하면, 비준하는 국가가 적어지고 낮게 설정하면, 인권 보장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국제장애인권리조약을 만드는 작업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스스로의 존재를 전 세계에 확인시키는 작업이다. 그들의 역량과 능력으로 국제규범인 조약을 만들어내게 될 때, 장애인에 대한 각 정부의 시각은 이미 달라져 있을 것이다. 당사자의 참여가 해결책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국제장애인권리조약을 만드는 작업은 전 세계 장애인들이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작업이다. 언어, 문화, 경제적 수준이 각기 다른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치열한 토론과정을 거치면서 서로의 상황을 이해해 가고 있다. 그리고 서로의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각각 터득하고 있다.

국제장애인권리조약을 만드는 작업은 세계 인권 보장의 마침표를 찍는 작업이다. 혹자는 국제장애인권리조약을 인류의 마지막 인권조약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가장 건드리기 어려웠던 그래서 마지막까지 남겨놓았던 장애인들의 인권문제를 해결하고자 전 인류가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정부에게 국제장애인권리조약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우리나라는 6대 인권조약에 가입해 있는 당사국이긴 하지만, 그동안 인권조약을 제정하는 과정에 참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세계 인권수준을 경험하고, 대한민국의 인권수준이 어떠한지 스스로 확인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인 셈이다.

우리나라 엔지오도 의미는 남다르다. 그동안 우리나라 장애인계는 스포츠를 제외하고 국제장애인사회에서 거의 활동하지 못했다. 처음으로 그동안 국내에서 진행됐던 장애인 인권운동의 경험과 성과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선진국의 경험과 성과를 전수받을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6차 특별위원회는 오는 12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회의의 의장인 돈 맥케이 뉴질랜드 대사는 1년 안에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지만, 앞으로 몇 번의 특별위원회를 더 거쳐야할지 모른다. 우리나라 정부와 엔지오는 각각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십분 활용해야할 것이다.


뉴욕/소장섭 기자 (ablenews@ablenews.co.kr)

배너: 에이블서포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