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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중증장애인 불효자는 웁니다
장애인 자체가 ‘짐’…“활동보조 부담 줄 수 없다”
전장연, 활동보조 권리·공공성 강화 요구안 전달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5-08 13:43:11
중증장애인 선철규 씨가 가족에 의한 활동보조 허용에 반대하며 ‘공공성 강화’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에이블뉴스
▲중증장애인 선철규 씨가 가족에 의한 활동보조 허용에 반대하며 ‘공공성 강화’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에이블뉴스
“장애를 갖고 사는 순간부터, 제가 원하든 원치 않든 장애인 가정은 힘들고 어렵고 처절하고 비참하게 살 수 없습니다. 저는 효자가 되고 싶지만 불효자입니다.”

8일 어버이날,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에서 최용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중증장애인일수록 가족에 의지하고 돌봄을 가중시킬 수 밖에 없는 현실 속, 가족에게 더 이상의 부담을 줄 수 없다고. 따라서 현재 제기되고 있는 중증장애인 가족에 의한 활동보조 허용을 ‘반대’한다고 목소리 냈다.

물론, ‘가족 허용’을 바라는 목소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죽했으면…’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저도 중증장애인으로 살다 보니 활동지원사가 구해지지 않아서 가족에 의존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럴 때 마다 ‘가족에게 허용해야 하는 거 아닐까’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가족에게 허용해달라는 말을 할까란 안타까움도 듭니다. 부모님들의 제안이 나쁘지 않은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활동보조는 장애인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임시방편적으로 가족에게 활동보조 몇 시간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최용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최용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최근 장애계 내에서 ‘가족에 의한 장애인 활동보조 허용’이 뜨겁다. 몇 년 전부터 “장애가 심해 활동지원사를 구할 수 없다”며 가족 활동보조 허용 목소리가 있었지만, “자립생활 저해”라는 반대 의견과 격돌하며 보건복지부 정책 또한 갈피를 잡지 못 했다.

찬반이 너무 뚜렷해 그냥저냥 묻히려나 싶었는데, 지난해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한국장애인부모회의 성명서로 인해 복지부가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속 제한적으로 가족 활동보조를 허용을 검토하는 내용을 담아냈다.

이어 지난 3일 한국장애인부모회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가족 활동보조 허용’을 촉구하며, 뜨거운 감자로 다시금 급부상한 것.

현행 활동지원법령에서는 가족에 의한 활동보조를 제한하되, 활동지원기관이 부족한 지역, 천재지변, 수급자가 감염병 환자인 경우 지자체장의 결정으로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 경우 활동지원급여 월 한도액의 50%를 감산 적용한다.

지난 3일 한국장애인부모회와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가정의 파괴와 가족 해체를 방지하고, 장애인 부모와 가족들에게 최소한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삶의 질이 보장될 수 있도록 중증장애인 가족 활동지원을 허용해 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반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돌봄은 국가의 책임”이라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어버이날을 맞아 다시 한번 ‘활동보조 전면 허용’ 반대 입장을 굳건히 했다.

또한 대안으로 모든 중증장애인이 필요한 만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이 직접 고용하는 등의 ‘공공성 강화’와 문재인대통령의 공약사항인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등의 ‘활동지원서비스 권리 강화’ 등을 제시했다.

8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에서 장애인 가족 ‘활동보조 전면 허용’ 반대 기자회견을 가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이블뉴스
▲8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에서 장애인 가족 ‘활동보조 전면 허용’ 반대 기자회견을 가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이블뉴스
활동지원을 이용하고 있는 중증장애인 선철규 씨는 “시설로 가지 않기 위해서 활동보조가 생겼는데, 가족에게 활동보조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중증장애인들은 다시 시설로 가란 소리”라며 “가족들이 서비스 한다면 장애인의 독립성은 없어지고, 일부에 한해 돈만 버는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선 씨는 “장애인의 부모님들은 자기 자식은 아무것도 못 한다고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이로 인해 가족이 장애인의 결정을 무시하고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과연 가족이 장애인이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을까”라며 “가족에게 활동보조를 허용할 게 아니라 활동보조 시간을 더 줄 생각을 해달라”고 피력했다.

김혜진 가온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활동가도 “매일 같은 분이 활동보조 하러 오시는 것도 이용자로서 참 힘든 일인데 가족이 활동보조를 한다면 밥을 주고 싶을 때 주고, 안주고 싶을 때 안주지 않겠냐”면서 “가족한테 장애로 살아가는 것도 짐인데 활동보조까지 하라고 하면 부당하다.오히려 중증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도록 공공시스템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장연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후 가족 활동보조 전면 허용을 반대하며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권리 강화 ▲장애인 활동지원사 노동권 강화 ▲장애인 활동지원 예산 확대 및 수가 현실화 등 총 4개의 개선 요구안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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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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