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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삭제'된 올해 여름휴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8-25 13:23:33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 ⓒWikimedia Commons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 ⓒWikimedia Commons
올해 휴가시즌은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코로나19 위기뿐만 아니라, 연이은 장마로 휴가시즌에 휴가는커녕 집에서 코로나19와 장마 관련 뉴스에 귀를 기울여야 했던 것이 대단히 올해 휴가시즌을 ‘삭제’시킨 원인이었습니다.

코로나19만 없었다면 올해 과연 장애인들도 휴가를 갈 수 있을는지가 궁금합니다. 사실 저도 올해도 2년 연속으로 여름휴가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작년에는 인천교통공사 입사 시험을 준비하느라 못 갔다면, 올해는 코로나19와 연이은 장마, 그리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입사 시험을 준비하는 일로 휴가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여름 휴가를 즐기기 위해서 모아놨던 ‘대외대충자금’도 지난 6월 이사 과정에서 다 쓰게 되어서 ‘돈이 다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6백만 원 가까이 모았는데 이것이 허망하게 사라진 것입니다.

사실 2016년에 극적으로 대만으로 휴가를 다녀온 것이 기적이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실질적인 의미로 놀기 위해서 떠난 지금으로선 유일무이한 휴가였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휴가는 여름휴가가 아니라 가을 휴가에 가까웠는데, 11월에 휴가를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그때도 여행비를 극적으로 모아서 다녀왔는데, 그런 휴가가 이제는 추억의 휴가이자 전설의 휴가가 되었다는 것이 대단히 슬픕니다. 다시는 그러한 휴가를 가기 어려워졌다는 슬픔이 밀려오는 느낌도 적잖이 듭니다.

올해 여름에 무엇을 하면서 쉼을 누렸나 이런 생각을 해봐도, 구직에 정신 집중하던 올해 여름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 직전 직장에서 권고사직으로 퇴출당한 이후, 극적으로 작은 사무실 사무원 일자리라는 코로나19 피난처 같은 일자리를 구하는 데 성공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과연 제가 내년에 휴가를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직장을 안정적으로 다니면서도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수그러드는 모습이 드러나야 드디어 3년 만에 휴가를 위해 짐을 싸는 저를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내년에 여름휴가를 간다면, 아마 부산으로 휴가를 떠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제가 그동안 작업해놓고 있었던 ‘사진 근대유산 답사클럽’ 프로젝트의 부산 편 촬영을 위해서 부산행 기차나 비행기에 몸을 싣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부산은 이른바 ‘피란수도 부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근대유산들이 많이 있어서 유적지 답사 후 그곳을 사진으로 남기는 ‘사진 근대유산 답사클럽’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기 때문입니다. 야간에는 서면, 해운대, 광안리뿐만 아니라 일정만 맞으면 사직야구장을 찾아 야구 한 게임도 보고 오면 더 좋겠지요.

그리고 저는 아직도 제주도에 가 본 적이 없습니다. 제주도에도 대학 시절 동아리 회장이었던 지인이 있어서 지인을 만날 겸 해서 제주도도 좋은 내년 여름휴가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주도에도 볼거리가 많아서 그것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여행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한편, 독일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는 2024년에야 항공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진단한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그렇게도 생각하면 해외 여름 휴가는 2024년 즈음에야 제대로 떠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도 밀려오고 있습니다.

해외여행 갈 후보지들은 벌써 정해지고 있는데, 지난 2018년의 장애청년드림팀 해외연수 일정 와중에 정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여행 부분의 정산을 더 마치고 그때 본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자 영국 런던과 스코틀랜드로 떠날 생각을 다시금 다지고 있을 정도입니다. 만약 2024년에 갈 수 있다면 프랑스 파리에 가서 2024 파리 올림픽 구경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그렇지만 코로나19가 기승을 떨치리라는 생각은 불안감을 초래합니다. 지금 사회적 거리 두기 제3단계 시행 여부와 서울 시내 진입금지령, 재택근무 지시가 내려질까 전전긍긍하는 것이 꿈과 달리 그것이 현실이기에 그런 것입니다.

올해 여름휴가는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여름휴가를 즐기지 못한 아쉬움을 다른 소소한 행복과 다시 시작하는 ‘대외대충자금 부어 넣기’로 채워볼까 하는 이른바 ‘소확행’을 즐겨봐야겠습니다. 밀린 넷플릭스로 시청하는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것도 있을 테고요. 안 그래도 며칠 전 드라마 이야기를 들어서 봐야 할 리스트가 더 추가되었기도 합니다.

이미 제 출석교회의 교단인 대한성공회 서울교구는 ‘상태가 진정될 때까지’라는 말만 남긴 채 무기한 공동체 전례 중단을 선언했고 결국 비어있는 시간은 직장생활을 빼고도 남아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도 사실상 온라인 전당대회로 열리는 등 최근 주요 일정도 대체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삼켰고, 휴가마저 삼켰습니다.

올해 여름휴가는 그렇게 ‘삭제’되었습니다. 내년에는 여름휴가가 ‘삭제’되지 않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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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장지용 (alv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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