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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편견은 어디쯤인가요?
어린이와 같은 시선으로, 세상의 편견에 물들지 않기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3-11 17:39:25
어느덧 4년 째, 돈독한 이모 조카 사이로 지내고 있는 손녀딸(좌)과 짝꿍강사(우). ⓒ이옥제
▲어느덧 4년 째, 돈독한 이모 조카 사이로 지내고 있는 손녀딸(좌)과 짝꿍강사(우). ⓒ이옥제
“할머니~ 근데 말이야. 소나 이모는 장애인이야?”

3년 전, 지금은 나의 동료가 된 짝꿍강사를 두고 하던 손녀딸의 질문이었다. 갑작스런 질문에 머뭇거림도 잠시. 미화시켜서 할 얘기도, 할 수도 없어서 즉답을 해줬다.

“응, 장애인이야.”
“그럼 계속계속 그렇게 사는 거야? 계속계속 죽을 때까지?”
“응, 맞아.”

순간의 착잡한 표정, 일곱 살 얼굴에 어두운 그늘이 덮인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무뚝뚝하지만 다정한 이모. 어디가 다친 건지 뒤뚱뒤뚱, 늘 이상한 모양으로 걷는 이모는 언제 다 나으려나.

1년이 넘도록 날짜를 세며 기다려 봐도 통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던 이모에게 시시 때때로 운동 좀 해라, 손가락 좀 펴라, 게으르면 안 된다. 잔소리 폭격을 퍼붓던 이유가 있었구나.

나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얼굴에 드리운 어두움에 그 희망이 사라지는 순간이 스치던 손녀딸을 보며 재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근데 이모는 잘 살 수 있어, 걱정 마. 이모가 똑바로 못 걷는 거 말고 못하는 거 없잖아. 컴퓨터 잘 하지, 글도 잘 쓰지, 돈도 잘 벌지. 이모가 너랑 놀아주고 돈 벌어서 맛있는 것도 사주고 장난감도 사주잖아.

그리고 우리가 있어서 외롭지도 않으니까, 앞으로 이모가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하면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어.”

자칫 마음의 상처가, 혹은 앞으로 접하게 될 장애의 요소들에 대한 차별의 벽이 생길 수도 있었던 일이기에 솔직하면서도 최대한 쉽게. 아이의 시선에서 답하고자 했던 이 할미의 말이, 아니 마음이 통했던 걸까?

“이모~ 잘 자고 잘 일어났지?”
“왜 답장을 안 해.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걱정했잖아.”

아침저녁 안부문자, 조금 늦은 답장에는 가차 없는 유선전화 등. 무자비했던 잔소리 폭격을 점차 다른 방향으로 바꾸어가던 내 손녀딸.

그렇게 이제 열 살, 어느덧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아이는 새 학기가 되어 학급 부반장으로 선출된 날. 당연한 듯 전활 걸어 한참동안 자랑을 늘어놓을 정도로 여전히 짝꿍강사와 변함없는 이모, 조카 사이를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년 2학년 때, 한 달 동안 짝꿍을 했던 발달장애 친구를 생일파티에 초대해 스스럼 없이 함께 놀며

“걔 디게 귀여워. 말도 얼마나 잘 하는데~”

그 친구랑 짝이 되어 힘들지 않느냐는 무의식적 편견이 담긴 나의 질문들을 부끄럽게 만들어 버린 내 손녀딸의 새 학년, 새 학기를 응원하며 앞으로도 세상 곳곳에 숨은 다양한 편견들에 물들지 않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진 아이로 커 나가길 바래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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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옥제 (jlf06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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