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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과 장애인접근권의 충돌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3-02-05 09:51:23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통신망은 인터넷이 아니라 BBS다. 과거 모뎀을 사용하여 컴퓨터 통신을 하던 시절, 서버를 두고 인터넷 주소명이 아니라 주소번지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며, 익스플로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통신 프로그램 등과 같은 별도의 통신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접속하는 방식이다.

이 BBS는 그래픽이 거의 없고, 텍스트를 기반으로 서버에서는 리눅스 운영체제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시각장애인 BBS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운영하는 ‘넓은 마을’과 실로암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아이프리’ 등이 있다.

시각장애인에게 필요한 소식이나 공지사항, 전자운편, 게시판, 동호회, 대화방, 전자도서관, 공개자료실 등의 메뉴를 가지고 운영하여 왔으며, 시각장애인들은 그래픽이 없어 음성으로 읽기가 매우 편리하고, 시각장애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시각장애인끼리 통신하거나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어 매우 유익하게 그리고 가장 빈번하게 이용하고 있다.

카톡처럼 상시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는 없다고는 하나, 컴퓨터로 접속하여 서로 정보와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기에 자유게시판에 의견을 개진하기도 하고, 시각장애인의 정보가 집결하고 있어 시각장애인의 공식적인 전자알림판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런데 한 시각장애인이 여기에 올려져 있는 텍스트 소설을 다운받아 공개 웹하드에 올렸다. 작가협회는 자신들의 글이 공개된 것을 확인하고 저작권협회에 조치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작가 10명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를 상대로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시각장애인들은 인쇄된 일반 글자를 ‘묵자’라고 한다. 시중의 엄청난 묵자서적들의 정보를 접할 수 없어 시각장애인들은 문자생활에서 소외되어 왔다. 그래서 자원봉사자 등에 의해 책을 컴퓨터 텍스트로 입력하여 이 텍스트를 음성이나 점자로 변환하여 독서를 하게 된다.

시각장애인 통신망과 화면낭독 음성출력 프로그램은 시각장애인들이 책을 접하기 어려운 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기술이 되었다.

학교의 리포트 작성이나 학습, 독서진흥이 과거에는 불가능하거나 일일이 녹음하여 사용하던 것을 이제는 컴퓨터로 읽을 수 있게 되었고, 극히 일부만 많은 비용을 들여서 접할 수 있었던 것이 이제는 아주 손쉽게 독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텍스트의 공유는 저작권과 충돌하는 문제가 생긴다. 저작권법 제33조(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복제 등)에서는 ①공표된 저작물은 시각장애인 등을 위하여 점자로 복제·배포할 수 있다. ②시각장애인 등의 복리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당해 시설의 장을 포함한다)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시각장애인 등의 이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공표된 어문저작물을 녹음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전용 기록방식으로 복제·배포 또는 전송할 수 있다.<개정 2009.3.25>고 정하고 있다.

또, 동법 시행령 제14조(복제 등이 허용된 시각장애인 등의 시설 등)에서는 ①법 제33조 제2항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이란 「장애인복지법」 제58조 제1항에 따른 장애인복지시설 중 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장애인 생활시설, 점자도서관, 장애인지역사회재활시설 및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중 시각장애인 등을 보호하고 있는 시설, 「유아교육법」, 「초ㆍ중등교육법」 및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른 특수학교와 시각장애인 등을 위하여 특수학급을 둔 각급 학교, 국가ㆍ지방자치단체,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법인 또는 단체가 시각장애인 등의 교육ㆍ학술 또는 복리 증진을 목적으로 설치ㆍ운영하는 시설을 저작권 예외시설로 규정하였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전용 기록방식’이란 점자로 나타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전자적 형태의 정보기록방식, 인쇄물을 음성으로 변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보기록방식, 시각장애인을 위하여 표준화된 디지털음성정보기록방식, 시각장애인 외에는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기술적 보호조치가 적용된 정보기록방식을 말한다.

시행령 제15조(시각장애인 등의 범위)에서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별표 1 제3호에 따른 시각장애인 중 좋은 눈의 시력(만국식 시력표에 따라 측정된 교정시력을 말한다)이 0.2 이하인 사람, 두 눈의 시야가 각각 주시점에서 10도 이하로 남은 사람(시각장애 1·2급),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로 인하여 도서를 다루지 못하거나 독서 능력이 뚜렷하게 손상되어 정상적인 독서를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정하였다.

이를 종합해 보면, 시각장애인 시설이나 단체에서 비영리로 시각장애인 등 독서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전용기록방식으로 하는 경우 저작권 예외로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각장애인들은 전용기록방식이 아직 일반화되어 있지 못하고, 점자단말기 등 고가의 특수 장치가 필요하며, 점자나 음성으로 재가공함에 있어 불편하고 복잡하며 비용이 많이 들고, 원문을 인용하기가 불편하거나 사용하기가 불편하여 전용기록방식이 아니라 그냥 텍스트를 사용하도록 허용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여 왔다.

시각장애인 BBS는 시각장애인 단체나 시설에서 운영하였고, 비영리로 운영하였으며, 이용자가 시각장애인으로 제한되어 있다. 단지 전용기록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점자파일로 만들 경우 음성으로 읽을 수가 없고, 시각장애인 중 점자 해독율이 낮다는 결점이 있고, 음성바코드를 이용할 경우 바코드가 생성된 자료만 읽을 수 있고, 별도의 뷰어를 만들 경우 표준화된 것이 시각장애인 입맛에 아직 맞지 않거나 대중화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이다.

15년 동안 시각장애인들의 폐쇄 BBS는 시각장애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회원 관리 역시 장애인 복지카드를 확인하여 가입하는 등 관리도 철저히 해 왔다.
몇몇 시각장애인이 자료가 있음을 과시하기 위하여 다른 일반 공개 자료로 인터넷에 올려 문제가 된 경우는 단체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 개인의 잘못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연합회가 사용하는 방식이 전용기록방식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법적 문제가 되고 있다.

고소인 작가 10명 중 6명은 시각장애인의 입장을 이해하여선지, 상대가 시각장애인이라 이해는 되지 않으나 용서를 한 것인지는 몰라도 고소를 취하하였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BBS는 저작권 관계자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시각장애인의 아이디를 이용하여 서버를 검색한 결과 시각장애인들끼리 MP3와 같은 음원도 공유함을 발견하고 아이프리를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두 BBS는 자료실을 폐쇄하는 조치를 하였으나, 앞으로 시각장애인의 자료제공에는 여러 가지 제한점이 생길 것이 분명하다.

LG상남도서관에서는 국제시각장애인 전용기록방식인 ‘데이지’를 이용한 전자도서를 연간 500여권을 개발하여 핸드폰으로 다운받아 음성으로 독서하도록 서비스하고 있으며,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도 대체자료 개발 사업을 통해 데이지와 점자 도서를 보급하고 있다.

데이지 도서는 도서 1권당 약 3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며, 점자 도서는 약 100만원의 비용이 든다. 이렇게 비용을 지불해 만든 많은 텍스트 도서들을 그 동안 손쉽게 접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아무리 전용기록방식을 만든다고 하여도 그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시각장애인만이 사용한다는 보장은 없다.

음성 바코드 방식의 경우 블루투스 통신을 이용하여 점자단말기로 전송하여 점자로도 볼 수 있는데, 이는 암호화된 텍스트가 통신이 가능하다는 말이므로 텍스트로도 얼마든지 역변환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텍스트 자체로 사용하거나 역변환을 완벽하게 막은 경우에만 이용을 허용할 것이 아니라, 시각장애인 기관에서 비영리로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이용하는 것에 한하여 사용을 허용하되, 시각장애인 개인간 유통을 엄격히 규제하면 어떨까 한다.

일본의 경우 시각장애인이라고 하여 무상으로 텍스트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서적을 구입하면 판권에 텍스트 교환권이 붙어 있고, 시각장애인이 출판사로 연락하면 텍스트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저시력인을 위한 확대도서도 보급하고 있다.

접근권을 가진 시각장애인과 저작권을 가진 작가나 출판사간의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

방송이나 영화에서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자막이나 화면해설 등의 제작비용은 제작자가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출판의 경우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저자나 출판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시각장애인은 이용 불가능한 것을 생산하면서 권리만 주장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그러므로 저작물을 만들 경우 전용기록방식으로도 제작하여 제공한다면 굳이 시각장애인들이 텍스트를 자원봉사자에게 입력하도록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료 제작에 국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규제의 강화는 결국 시각장애인의 정보와 지식 접근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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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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