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잘 조사 전까진 반드시 현장 보존

한번 발생했다 하면 민사, 형사, 행정관계 등 법체계 전 분야를 오가며 얽히고설켜 골치 아플 뿐 아니라 사건마다 사고 당시의 정황이나 조건들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설명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교통사고 사건이다. 물론 지금까지 쌓여온 수많은 판례와 이론을 통해 어느 정도 유형화되는 과정에 있긴 하지만 여전히 많은 변수가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이미 자동차가 생활필수품이 된 이상 운전할 때 사전에 지켜야 할 의무를 준수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책이겠지만, 예기치 못하게 사고가 발생한 경우 당황하지 않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고와 관련된 기본적인 법률상식들을 숙지해둘 필요하가 있다.

사고 현장 보존은 이렇게!

사고의 경중을 떠나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는 무척 당황하게 된다. 교통사고에서 초기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모두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교 통사고가 나면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당연한 말이지만 일단 경찰에 신고를 해야 사후에 불필요한 다툼을 예방할 수 있다. 사고가 났다는 사실에 당황하여 필요한 조치를 미흡하게 처리하면 자칫 뺑소니로 몰려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이드미러에 가볍게 부딪혀 넘어진 피해자(술에 만취한 상태였음)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도로가에 옮겨놓고 그대로 가버린 사람에게 특가법상 도주차량(뺑소니) 혐의가 인정된 경우도 있음을 참고하자.

신 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일차적으로 운전자의 음주 여부를 확인한 후 실황조사서라는 서류를 작성한다. 교통사고 실황조사서에는 사고 현장의 약도, 형상, 시간, 사고 경위, 목격자 진술 등 여러 가지 중요한 내용들이 기재된다. 경찰관에게 특별히 알려야 할 사실이 있으면 이때 현장에서 명확히 진술해야 한다. 사고 자동차를 옮기는 등 사고 현장이 정리된 뒤에는 처음 수사할 때 기록된 사실들을 뒤엎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의 경우를 위해 사고를 조사한 경찰관의 관등성명을 메모해두면 좋다. 이처럼 경찰관이 직무상 작성한 수사 관련 기록은 나중에 소송의 증거로 쓰일 수 있다.

간혹 경찰관이 도착하기도 전에 견인차가 먼저 달려와 사고 차량을 견인해가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경찰관이 도착하여 기본적인 조사를 마칠 때까지는 사고 현장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제지해야 한다. 교통사고는 누구의 잘못으로 발생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사고 당시의 현장 상황을 중점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이다. 비교적 큰 사고가 났다고 판단되면 경찰관이 도착할 때까지 현장 상황에 변화를 초래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다만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이 있다면 마땅히 필요한 응급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교통사고사실확인서 작성은 이렇게!

사고가 경미해서 나중에 다시 만나 해결하기로 약속하고 헤어질 경우에도 단순히 연락처나 명함만 받기보다는 각서나 확인서를 작성하여 처리 내용을 명확하게 정리해놓는 것이 좋다.

각 서나 확인서를 쓸 때는 양 당사자의 인적사항, 사고일시와 장소, 사고차량의 번호 등을 적어 사고를 특정한 다음 누구의 어떠한 과실에 의한 것인지 명확하게 쓴다. 또 이러이러한 내용으로 합의했고, 이 합의의 이행을 위해 ○○년 ○월 ○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는 내용 등도 빠짐없이 기재해야 한다. 요즘은 카메라나 캠코더가 설치된 휴대전화가 보편화되어 있는 만큼 사건 현장을 카메라 찍어 증거를 확보해두면 유리하다.

다음에 예시된 모범적인 확인서를 함께 참조하자.

뒷차의 추돌 때문에 앞차를 들이받은 경우

경북 상주에 사는 여씨도 편도 1차선의 국도를 따라 약 60킬로미터의 속도로 운행하던 중에 앞에 경운기가 서행하는 것을 보고 추월할 수가 있어서 깜박이를 켜고 경운기 뒤 약 5미터 후방에서 서행을 하면서 추월할 기회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참 뒤에서 여씨의 차를 따라오던 추월할 기회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참 뒤에서 여씨의 차를 따라오던 화물차는 깜빡이를 켜고 서행하고 있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급제동하였으나 미치지 못하여 여씨의 차를 들이받는 바람에 여씨의 차가 앞으로 밀려 앞 경운기를 들이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화물차는 여씨가 앞 경운기와의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운기를 들이받은 책임의 일부가 여씨에게 있다고 하면서 경운기에 대한 손해를 여씨에게 부담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여씨가 그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지 물어오셨습니다.

판결

참 억울한 일을 당하셨군요. 도로교통법은 “모든 차는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앞차의 뒤를 따르는 때에는 앞차가 갑자기 정지하게 되는 경우에 그 앞차와의 충돌의 피할 만한 필요한 거리를 확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갑자기 정지하게 되는 경우란 앞차가 제동장치의 제동력에 의하여 정지한 경우뿐만 아니라 제동장치 이외의 작용에 의하여 갑자기 정지한 경우도 포함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추돌이 후행 차량을 뒤따르던 다른 차량의 추돌 등 외부의 물리력으로 인한 것인 때에는 후행 차량 운전자가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아서 발생한 사고, 즉 후행차량의 과실로 보지 않습니다. 다만 그와 같은 물리력의 발생에 있어 후행 차량 운전자의 과실이 있다거나 그와 같은 물리력이 없었더라도 추돌사고가 발생하였을 것이라는 등의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입니다.

여씨의 경우 깜박이를 켜고 약 5미터 후방에서 서행하고 있었는데 화물차가 뒤를 발견하지 못하고 여씨의 차량을 추돌하여 그 충격으로 앞으로 밀리면서 앞서 가던 경운기를 들이받은 것이므로, 모든 책임은 화물차에게 있다 할 것입니다. 따라서 여씨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할 것이어서 경운기의 손해에 대하여는 화물차가 모두 배상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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