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탈시설 자립생활의 기쁨, 하지만...

자막] 부산시청 앞 (2015.04.22)

박 병 주 (영도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제가 대신 읽어 드리겠습니다

이거는 우리 한혜순 씨가 저희 자립생활 체험홈에 계시고요

3일 밤낮을 해가지고 작성한 겁니다 맞지요 혜순씨...

한 혜 순

이름 한혜순, 나는 이번에 큰 마음먹고 자립선언을 하며 거주시설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자립생활센터 체험홈에 살면서 자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계획합니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직접 장을 봅니다

입어보고 싶은 옷을 시내에 직접 사러가고 보고 싶은 영화를 내가 골라서 친구와 같이 영화 보러 가는 것이 얼마나 신이 나고 즐거운 일인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불과 얼마 전 옆 친구들이 자립을 하러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립을 하게 되면 혼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싶어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자립을 한 동생이 와서 나에게도 자립을 해 보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이지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안 해!

그런데 그 동생이 활동보조 선생님과 하는 일들을 이야기 해주는 겁니다

휴대전화도 자랑하고 휴대전화의 사진들도 많이 보여 주었습니다

저렇게 사는 동생이 정말 행복해 보였습니다 정말 나도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며칠을 고민하다가 정말이지 큰마음을 먹고 자립선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 동생이 왔을 때 안 해! 라고 말했던 것을 후회했습니다

자립을 준비하는 나는 학교를 처음 입학하던 때보다 더욱 더 설레고 기쁩니다

물론 자립 준비하는 나는 힘든 일이 더욱 많습니다 사소한 것부터 모든 것을 결정하고

책임을 져야하고 하루하루 계획하는 것이 피곤하고 짜증이 날 때도 있습니다

센터 선생님께서 아무리 말을 해줘도 잊어 먹기 다반사, 빼먹기 다반사, 빠뜨리기 다반사...

하지만 이런 내 모습이 저는 좋습니다

나의 이 굽은 손으로 내가 선택한 것을 집을 때는 황홀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즐겁고 황홀한 기분을 예전 내 방을 쓰던 친구들에게도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박 병 주 (영도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우리 송희씨가 5일, 5일 밤낮을 끙끙 앓으면서 썼습니다

주 송 희

주송희, 영도 바다는 매우 푸르고 아름답습니다

영도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나를 마구 마구 간지럽힙니다

영도 바다는 밤에 보면 배에서 켜 놓은 불들이 귀엽습니다

영도의 자랑거리는 많습니다

내가 영도 바다를 어떻게 잘 아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제 방에서 제 침대에서 살짝 고개만 돌리면 바다가 보입니다

내 집은 15층입니다 아주 아주 비싼 로열층입니다

내 집에서 보는 영도 바다는 나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자립하니 좋으냐고, 그러면 억수로 좋다고 말해줍니다

이거 말고도 내 집의 자랑거리는 많습니다

나중에 시간 되시는 분은 꼭 나의 집에 놀러오세요

진짜? 예

만약 내가 자립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즐거운 일도 없었겠지요

아름다운 밤바다도 구경을 못했을 겁니다

자립을 해서 살아보니 늘 좋은 일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골치가 아프고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상한 일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웃는 일일 더 많고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갑니다

그리고 아침에 활동보조 선생님이 오시면 친구들을 만나러 센터에 가자고 재촉해서 센터로 달려갑니다

이렇게 하루가 시작되면 갈 곳이 있고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는 아무도 모를 겁니다

올해 나는 제주도 여행을 떠나려고 합니다

태어나서 처음 비행기를 타보고 제주도에 도착해서 맛난 것도 먹어보고

민속박물관도 가보고 여미지 식물원도 가고 돌하르방도 만날 겁니다

혹시 나랑 여행 가보고 싶은 분 있으면 줄을 서 주세요 네 아주 많군요

그럼 제주 공항에서 만나요 우리 신나게 제주도 여행해요 감사합니다

서 민 희

저는 영도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서민희입니다

우리 서민희 씨도 저희 센터 체험홈에 계시다가 자립을 했습니다

자립을 하니까 어떻습니까? 예 좋습니다

이 글은 서민희 씨가 쓴 글입니다 제가 대신 읽어 드리겠습니다

2, 0, 2, 1, 3, 1, 0, 이 숫자들은 무엇일까요?

바로 내가 사는 나의 집 동, 호수입니다 나는 숫자를 잘 몰랐습니다

옛날 내가 살았던 시설에서는 나에게 숫자를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화가 났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제 저 숫자들을 압니다

바로 나의 집 주소이기 때문입니다

활동보조 선생님과 집에서 쓸 물건들을 사러 다닐 때 정말 행복했습니다

내가 쓸 밥솥, 내가 쓸 그릇, 내가 쓸 텔레비전, 내가 쓸 가구들을 제가 직접 골랐습니다

내가 고른 나의 소중한 것...

누가 나에게 너는 지급 행복하니? 라고 물으신다면 이렇게 대답을 할 겁니다

치킨을 주문할 때 양념 반 후라이드 반과 같은 마음입니다

나는 뇌병변 장애와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활동보조 선생님이 퇴근을 하시고 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조금은 두렵기도 합니다

활동보조 선생님께서 밤새도록 있어 준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하지만 담당 선생님은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나의 활동보조 시간이 작기 때문입니다

낮에는 매우 즐겁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손에 잡히는 걸레로 텔레비전을 닦아보고 이불도 온전치는 않지만 개켜도 보고

가끔 활동보조 선생님께서 손이 두 번 가니 하지 말라고 하지만 직접 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하지만 밤이 되면 나는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도 참아야 하고 혼자 화장실에 갈 수 없어서

물도 마음껏 마실 수 없고 밤에 배가 고파도 참아야 합니다 야식도 먹고 싶은데...

이런 나에게 행복은 아직 반쪽짜리가 아닐까요?

나에게 온쪽짜리 행복을 찾아 주실 분은 안계신가요?

활동보조 시간이 많이 늘어나서 지금보다 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 희 정

제가 (활동보조인) 읽어 드릴게요

제가 근육이 약해서 활동보조인 퇴근 후에 몇 번이나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7번도 넘어지고 8번도 넘어지고 10번도 넘어져요 손목, 어깨, 갈비뼈, 허리랑 무지 아프게 다쳤거든요

전 제가 항상 조심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안 됩니다

마음대로 안 됩니까? 예

혼자 생활하기가 어려워서 너무너무 위험하니까 함부로 뺏어간 40시간을 다시 주세요

우리 중증장애인들을 괴롭히지 말고 당장 장애등급제 폐지와 활동보조 24시간 지원해주십시오

안 해주시면 끝까지 이 집회를 지키겠습니다

활동보조 24시간을 지원하라! 지원하라! 지원하라!

박 소 연

안녕하세요 박소연입니다

저희 영도센터 체험홈에 계시다가 그렇게도 원했던 자립을 한 우리 박소연 씨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저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뭐가 그리 즐거운데? 뭐가 그리 신이 나는데?

내가 잘 웃는 이유는 나에게 나만의 집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다른 집에 비하면 작은 집이지만 저에게는 그 어떤 집보다도 넓고 큰 소중한 집입니다

꽃무늬 바지에 블링블링 블라우스, 나는 매일을 아주 예쁘고 멋있게 옷을 입습니다

내가 멋을 내는 이유는 내가 나의 집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얼굴에는 웃음을 가득 머금고 한껏 멋을 내고 내가 가는 곳은 한글교실입니다

나는 학교를 다닌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하는 것이 정말 즐겁습니다

숙제를 많이 내 주시는 선생님도,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도 나에게는 아주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나의 집에 이렇게 소중한 사람들을 초대하는 일,

나의 집에서 이렇게 소중한 사람들과 맛난 음식을 먹는 일,

나의 집에서 이렇게 소중한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일...

나에게 있어서는 아주 행복한 일들입니다

나에게 계속 이런 행복한 일들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만약 자립을 하지 않았다면...

나와 같이 자립을 하는 친구들이 나와 같은 재미난 일을 함께 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원 석 (함세상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자립생활을 하면서 많은 권리들을 누리고 많은 경험들을 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앞장서서 지금도, 아직도 시설에서 많은 권리를 박탈당하고 누리지 못하는 많은 분들이 계신데

이런 분들이 지역사회로 나와서 우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여기 계신 분들이 같이 힘을 모아서 그분들을 지역사회로 이끌어내서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 영 아 (420 부산공동투쟁실천단 집행위원장)

여러분들이 이곳에 계속 오셔서 저희와 함께 하는 이유는 아직 이런 기회를 알지 못하는 분들에게

이곳에 있는 여러분들이 그분들에게 알려주셔야 됩니다

그리고 함께 그분들도 지역사회에 나와서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 환경을 바꾸는데 여러분들이 같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독 정 승 천 (daetongreyong@hanmail.net)

*정승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현재 부산지역에서 장애인 문제, 환경 문제 등과 관련한 독립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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