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에게도 정보와 지식의 접근권리가 있다. 정보격차가 장애를 심화시킨다. 장애인이 사용하는 수화나 점자, 음성 등으로 전환된 지식정보가 제공되어야 하고, 장애인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수집되고 관리되어야 하며,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자료도 개발되고 보급되어야 한다.

2002년부터 시각장애인을 중심으로 국립점자도서관 설립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국회에서는 시각장애인만이 아닌 모든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할 도서관 설립이 필요하다며, 장애인도서관법을 새로이 제정하는 것보다 도서관법을 개정하여 국립중앙도서관 산하에 국립장애인도서관을 설치하였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이 설치되기 전에 한시적으로 국립장애인도서관지원센터가 운영되기도 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이 설치된 지 이제 5년이 되었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은 국립장애인도서관을 얼마나 잘 이용하고 있고, 또 만족하고 있을까?

첫째, 조직 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둘째 서비스 면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평이다. 이용률도 너무나 저조하다. 장소는 국립중앙도서관의 일부를 활용하고 있고, 국립장애인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 산하로 되어 있어 인사권과 예산편성권이 국립중앙도서관장에게 예속되어 있는 형편이다.

2016년 7월 6일 주승용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을 보면, 국립장애인도서관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직속으로 하여 현 국립중앙도서관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하여 장애인도서관의 특성을 살려 발전해 나가는 터전을 마련하고, 장애인의 정보접근성을 더욱 확고히 보장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은 1년 이상 계류 중이었으며, 이제야 상임위에서 다시 거론되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 5년 간 국립장애인도서관의 기여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장애인도서관지원센터 직원 10명에서 현재 18명으로 늘어났고, 국립장애인도서관장이 개방직으로 장애인이 공직으로 일할 기회도 생겼고, 25,000여권의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도서도 제작되었다. 그러나 매년 예산은 거의 같은 수준이고, 매년 같은 수준의 사업들이 추진되고는 있으나 답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은 다시 획기적인 발전의 전기를 마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립중앙도서관으로부터의 독립 운영이 필수적이다. 국립중앙도서관 내에 장애인도서관을 두는 것을 선택한 이유는 관리,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선택임이 드러나고 있다.

국가 도서관 정책과 도서관 예산편성권을 가진 도서관장이 장애인도서관도 관장하게 함으로써 행정적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고, 국립중앙도서관의 사무실을 이용함으로써 별도의 건립이 필요 없었던 것이다.

정부는 지금도 현행대로 국립중앙도서관 내에 두는 것을 선호하며 독립 운영을 반대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는 130만여권의 장서가 있어 이를 장애인도 활용하도록 할 수 있어 재원과 시설의 공유가 용이하다는 점과, 출판사 납본의 업무를 맡고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이 장애인을 위한 도서 제작에 파일을 제공받기도 용이하지만, 독립될 경우 출판사의 이중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견해이다.

이는 변화보다는 현행이 편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위해서 무엇이든 하고 있으니 이것으로 만족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견해에는 많은 모순과 불합리성이 내재되어 있다.

첫째, 장애인도서관과 일반 도서관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출판된 도서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것과 장애인도서를 개발하고 출판하는 기능은 전혀 다르다. 관계된 업무 대상들도 국립중앙도서관은 공공도서관과 국민이고, 국립장애인도서관은 공‧사립장애인도서관과 장애인이다. 효율성은 협력관계로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다루는 정보의 내용물을 담은 도서 형태도 국립중앙도서관은 이미 제작된 도서의 관리이지만, 국립장애인도서관은 파일 수집과 별도의 장애인도서 제작이다.

그리고 국립중앙도서관 산하에 있음으로 인해 보다 세분화된 장애 유형별, 장애 정도별 도서제작센터와 서비스센터, 점자도서관 및 장애인 도서관의 지원과 전문인력의 교육센터, 장애인 전자도서 정보망 운영센터 등의 새로운 공간 확보가 불가능하다.

심지어 청각장애인을 위한 국립중앙도서관 주변의 국립장애인도서관 입간판이나 안내표지 하나 세울 수가 없다. 국민들에게는 국립중앙도서관의 위치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애인에게는 접근성이 큰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국립중앙도서관의 시스템이나 장서는 장애인은 그대로 이용도 할 수 없다.

이렇게 전혀 다른 성격이 한 집에서 비좁게 자리하고 있으면서 인사권과 운영권이 국립중앙도서관장에게 있으니 도서관 안에 작은 도서관으로서 사실 장애인도서관은 하나의 도서실에 불과하여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가 없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2016년 10월 도서관법을 개정하여 독립된 국립장애인도서관을 설치하는 주승용 의원의 발의안에 찬성의 의견서를 제출하였는데, 국립중앙도서관의 업무와 장애인도서관 업무의 어울리지 않는 사업 차이를 인정하고 보다 전문화된 업무를 위해서는 분리가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냥 대학 도서의 일부를 장애인으로부터 의뢰받아 제작해 주는 수준이라면 굳이 국가 차원의 장애인도서관으로 운영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교양 도서가 아닌 특수교육의 자료나 교육 학령기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는 미약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정보접근을 위한 의사소통의 지원이나 지식과 정보가 장애인에게 접근성을 보장하기에는 맛보기 수준으로 갈증은 전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도서관을 정보문화센터라고도 하는데, 장애인의 문화나 정보센터로서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보다 전문화된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고, 필요한 공간과 예산을 확충함과 동시에 장애인에게 맞춤형 정보 서비스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특화된 서비스를 추진할 독립기구가 필요한 것이다. 더부살이가 아닌 책임질 권리가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

국립중앙도서관 내에 국립장애인도서관이란 장소도 만들고 서비스도 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자는 것은 현 수준을 답습하면서 아무런 발전 없이 그냥 덮고 가자는 것이다.

이는 도서관 행정에서 장애인을 구색 맞추는 대상으로 보고 시혜적 행정으로 서비스 하나 만들어주기에 불과하다. 도서관 위에 도서관이 존재하는 기형적 옥상옥이다.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장애인도서관은 독립된 국가의 지원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은 장애인도서만도 백만 장서가 넘으며, 다양한 서비스와 비중 있는 정책으로 다룸으로써 예산을 균형 있게 맞추어가고 있다.

국가 예산을 불과 몇 십 억 원 배정하고 국립장애인도서관의 관리 하에 두는 것으로는 절대로 장애인의 정보접근이나 지식접근권을 보장할 수가 없다. 이제 끼워 넣기 행정, 숟가락 하나 더 얹기식의 행정으로 효율성을 핑계 대는 이런 임시방편적 행정은 집어치워야 한다.

장애인의 역량강화와 인재 양성, 정보 이용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이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장애인의 이익이 최우선되는 방식으로 예산과 행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장애인단체의 토론회 자료 하나 구한 적이 없고, 도서관 설립 이전의 대학 교재 점자 교재 구하기로 전국을 헤매는 장애인들은 지금도 형편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죽은 도서관에서 숨만 쉬고 누워 있지 않고 정말 살아 움직이는 정보는 도서관의 독립과 과감한 투자만이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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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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