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5-11-29 11:43:48

국내 최초로 북측의 수화책이 공개돼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밀알연합회(회장 이재서)는 북측의 유일 장애인단체인 조선장애자보호연맹(조선장애자지원협회의 전신)으로부터 기증받은 ‘손말사전’과 ‘손말학습’을 29일 공개했다. ‘손말’은 남측의 ‘수화’에 해당하는 북측 용어이다.

‘손말사전’(안태성외 8일 집필, 교육도서 출판사)은 2005년 6월 20일 발행된 것으로 약 3천어개의 어휘를 수록하고 있는 일종의 ‘표준수화사전’이며, ‘손말학습’(김은희 집필, 조선장애자보호연맹)은 2005년 8월 10일 발행된 것으로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533개의 단어가 수록돼 있는 수화교육 서적이다.

이 서적들은 세계밀알연합회 회원 1명이 남북장애인교류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10월 중순경 평양에 소재한 조선장애자보호연맹 사무실을 직접 방문했을 당시, 조선장애자보호연맹측으로부터 직접 기증받은 것이다.

세계밀알연합회는 최근 통일부로부터 이 서적들에 대한 반입허가를 받아 자체적으로 북한수화연구팀을 구성해 두 서적에 대한 개략적인 분석을 마친 뒤, 그 내용을 일반에 공개하기로 결정하고 에이블뉴스측에 그 내용을 전해왔다.

어디가 닮았고, 어디가 다를까

세계밀알연합회에 따르면 ‘손말학습’은 먼저 ‘손말(수화)을 사용할 때의 주의 사항 및 알아둘 점’, ‘청력장애자(청각장애인)와의 대화 방법’, ‘청력장애자를 대할 때의 자세’ 등으로 시작해 ‘손등, 손바닥, 주먹 앞뒤의 부위별 명칭에 대한 자세한 설명’, ‘손글(지화) 및 손말 단어의 수록’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책은 수화를 필요로 하는 청각장애인들과 수화를 배우고자 희망하는 사람들의 수화 교육을 위한 일종의 수화교육 서적인 셈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단어를 집대성한 표준수화사전인 ‘손말사전’과는 그 목적이 명확히 구분된다.

세계밀알연합회는 두 책에 수록된 단어를 대략적으로 분석해 남북한간의 수화가 어떤 점에서 닮았는지, 어떤 점에서 서로 다른지를 소개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계밀알연합회 북한수화연구팀은 “남북한의 수화 표현의 차이점은 인접한 일본이나 중국 보다는 가깝지만, 그렇다고 우리나라 사투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먼 외국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고 총평했다.

먼저 남북한의 지화는 자음과 모듬의 손가락 모양과 수화 진행 방향에 있어서 공통점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한 ‘지덕체’ ‘민족대단결’ ‘당의 유일사상’ ‘군민일치’ 등의 단어들은 남한의 수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북한의 사상과 이념에 인해 만들어진 단어들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수화 가운데에도 상당 부분의 수화가 완전히 그 표현을 달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안타깝다’ ‘간단하다’ ‘희다’ ‘전라남·북도’ ‘경상 남·북도’ ‘재봉’ ‘작다’ ‘(맛이) 쓰다’ ‘사자’ ‘말’ ‘교육’ 등이 대표적인 예들이다.

하지만 닮은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수화의 진행 방향과 위치가 비슷하지만 손가락 모양이 조금 다르거나, 위치와 손가락 모양은 같지만 손의 진행방향이 조금 다른 단어들도 있었다. ‘제주도’ ‘공업’ ‘뱀’ ‘가르치다’ ‘더럽다’ ‘귀엽다’ ‘도착하다’ ‘미안하다’ ‘기쁘다’ ‘깨끗하다’ 등의 단어들이 그 예이다.

수화의 진행 방향과 위치 및 손가락 모양까지 일치하는 단어들도 적지 않게 발견되기 했다. ‘만나다’ ‘헤어지다’ ‘빵’ ‘떡’ ‘먹다’ ‘복숭아’ ‘파’ ‘잠자리’ ‘물고기’ ‘낮’ ‘밤’ ‘크다’ ‘젊다’ ‘조심하다’ ‘뜨겁다’ 등의 단어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외에도 종교 관련 수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수화 교본의 20% 정도의 분량이 정치와 군사에 관련돼 있다는 점 등이 북측 수화의 특징이라고 세계밀알연합회측은 전했다.

"남북한 수화 교류의 절심함 새삼 깨달아"

세계밀알연합회는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알렉산더 보론소프 박사가 2005년 11월 15일 동북아정책강연회에서 남북한의 50년간 분단으로 인한 언어적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이 상호간에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는지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듯이, 수화에 있어서도 이미 점점 그 모양을 달리해 가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어, 앞으로 활발한 남북한 수화 교류와 연구가 절실히 요구됨을 느낀다”고 전했다.

세계밀알연합회는 “‘손말사전’과 ‘손말학습’은 남북한 수화교류와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그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서 아직도 많은 부분 닮아 있는 남북한 수화의 공통점을 뿌리로 해 40만이 넘는 남북한의 농인들의 문화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세계밀알연합회는 북측 수화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연구를 위해 한국농아인협회와 연계해 ‘남북한 수화연구회’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소장섭 기자 ( sojjang@able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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