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4-01-16 13:21:54

한국농아인협회가 “정부가 모든 정책에 수화언어를 일반언어와 동등한 수준에서 적용해야 한다”며 수화언어의 독립성을 선언하고 나섰다.

한국농아인협회(회장 주신기) 산하 청각장애인인권센터(소장 김기범)는 지난 15일 오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까페에서 ‘수화언어 정책반영 대정부 요청문 발표 및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진정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농인의 정체성 확립과 보편적인 수화언어의 통용을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수화를 하나의 언어로 인정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청각장애인인권센터 김기범 소장은 선언문을 통해 “수화는 농인에 의해 만들어지고 농인의 생의 전 주기에 걸쳐 통용되고 있는 보편적인 언어임에도 정부는 그동안 수화언어를 비언어로 치부해 버렸을 뿐 아니라 저급한 의사소통양식으로 매도되어 왔다”며 “이는 수화언어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무지의 소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서 “농인은 수화언어를 통해 삶을 영위하고 수화언어를 기초로 한 별도의 문화를 구성할 만큼 수화는 의사소통양식 뿐만이 아닌 삶의 전부”라며 “농인이 인간답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모든 기초는 수화언어가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언어로서 자리매김 할 때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농아인협회는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정부에 대정부 요청서를 발표, 청각장애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인간다운 삶을 실현시키기 위해 수화언어를 기초로 정책을 수립하고 수립된 정책은 사회 전반에 걸쳐 일반언어와 동등한 수준에서 적용할 것을 요청했다.

대정부 요청서에는 정부의 모든 정책에 수화언어를 포함해 수립하고 이를 국민에게 알릴 것(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언어정책에 수화언어를 포함해 수화와 언어를 연구·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문화관광부)해야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또한 개정된 편의증진법(약칭) 시행을 위해 공공시설이나 공중이용시설에서 농인이 수화언어를 기초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하위법령(또는 지침)을 마련할 것(국무조정실·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전부처), 언론에서 표현되는 모든 내용에 수화언어를 일반언어와 같이 취급(문화관광부, 방송위원회)해야 한다는 요구도 담겨있다.

이 밖에도 ▲수화와 시각화된 정보를 통한 소통과 접근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것(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사법기관에서 수화언어사용으로 인한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시책을 만들고 동시에 제공되는 수화통역은 공인된 통역사의 통역으로 할 것(법무부) ▲수화언어에 대한 인식개선과 수화전문인의 육성을 위해 공적·사적영역의 모든 교육과정에 수화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일반 초등·중등·고등교육과정에서 선택과목으로 채택·교육될 수 있도록 할 것과 수화관련 전문기관이나 관련 대학(또는 학과)을 설치·운영할 것(교육인적자원부) 등 총 8가지 사안이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 한국농아인협회 안석준 팀장은 “지난 2000년부터 7년 시범사업으로 계속 연구중인 한글수화 자료집 발간사업의 첫번째로 오는 10월 9일 한글날에 맞춰 한글수화사전을 발간할 예정이며, 이와 함께 문법수화에 관한 작업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수화언어의 정책반영 요구와 더불어 산업재해로 인해 손에 장애를 입은 청각장애인이 수화를 구사하는 특수성이 무시된 채 보편적인 산재보상밖에 받지 못한 차별사례도 함께 발표됐다.

* 산재보상에서의 부당한 차별을 당한 청각장애인 김미선씨의 사례에 대한 후속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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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선 기자 ( iharp@able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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