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4월 7일 국민연금부산회관 3층 에메랄드홀에서 ‘정신장애인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국가보고서 중간발표회 및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정영인(정신과) 교수는 지정토론자로 참석해 ‘공공심사기관에 의한 입, 퇴원심사 및 결정’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정 교수의 토론문 발표장면을 영상에 담았다.

우리나라의 정신보건 체제나 실태는 후진국

비자의 입원은 사실상 강제입원과 동일한 의미로서 강제입원의 순화된 표현이 아닌가 싶다. 비자의 입원과 불필요한 장기입원은 치료에 대한 환자의 자율적 선택권을 침해한다.

환자의 선택이 자율적 선택으로 존중받기 위해서는 두 가지 선결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의사결정능력으로서 의사가 제공한 정보에 근거해서 치료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이해한 후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하고 두 번째는 자발성으로서 타인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정신장애인의 경우 대부분의 일상적인 일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의 무능력자로 간주되는 경향이 훨씬 더 강하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의사의 온정적 간섭주의가 정당화될 수 있는가?

첫째, 환자가 심각한 위험 상태에 있지만 이를 피할 수 있을 때,

둘째, 이러한 환자의 위험이 온정적 간섭주의에 의해 보호될 수 있을 때,

셋째, 온정주의적인 간섭으로 인한 이익이 간섭을 받지 않음으로써 생길 수 있는 피해보다 클 때,

마지막으로 환자의 자율성을 최소한으로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서 환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을 때,

온정적 간섭주의는 정당화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지역사회 정신보건의 실태

아직까지 정신장애인의 치료와 재활과는 무관한 수용과 관리 위주의 전근대적인 수용시설이 아직도 정신요양시설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전국에 산재하고 있다. 정신요양시설에서의 평균 수용기간은 2,630일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 정신장애인의 비자의 입원(강제입원)과 장기입원이 선진국에 비해 유난히 빈번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우리나라 지역사회 정신보건 체제의 실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치료에 대한 정신질환자의 자율적 선택을 제한하는 비자의 입원(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시장. 군수. 구청장에 의한 입원, 응급입원)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어 모든 정신질환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는다는 핵심적인 기본이념과 배치되는 모순도 아울러 담고 있다.

비자의 입원을 결정할 때는 환자의 인권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게 우리나라의 헌법 정신이고 정신보건법의 핵심적인 기본이념이다.

모든 비자의 입원에서 진단입원과 치료입원의 분리

우리나라 정신장애인의 비자의 입원율과 장기 입원 율은 선진국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다.

비자의 입원율을 낮추고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비자의 입원 및 장기입원(계속입원)의 결정시 당해자의 자율적 선택을 존중하는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고 현재의 비자의 입원이나 계속입원의 규정을 좀 더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비자의 입원의 대부분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란 점을 고려할 때 비자의 입원율과 장기 입원 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시장, 군수, 구청장에 의한 입원에 거의 준하는 정도로 입원과 계속입원 결정의 기준과 절차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법원에 의한 비자의 입원 심사 및 결정

정신보건법이 발효된 이후 최근까지 계속입원 심사에서 장기 입원 승인 율은 약 97% 내지 98%에 이를 정도로 승인 율이 매우 높다. 정신보건심판위원회를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에 두는 것도 충분히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신장애인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국가보고서는 정신장애인의 인권 보장을 위한 선언적 의미를 떠나 임상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반영되어 정신장애 인이 비장애인과 다름없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정승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현재 부산지역에서 장애인 문제, 환경 문제 등과 관련한 독립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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