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산바다축제, 조명조차 받지 못한 수화통역사

노래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수화통역사는 그러나 노래가 시작되면 무대를 내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항연 (부산수화통역센터 팀장) 2014년

하지 말라고 하셨던 분이 어떤 분이세요? 행사를 담당하신 PD님이 그렇게 말씀을 하셨대요

때문에 수화 사용인들은 단 한곡의 노래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일어난 일입니다.

부산바다축제, 변했을까요?

해운대 특설무대에서 가수들의 축하공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지난해와는 달리 노래가 시작됐지만 무대 위에(?) 자리를 잡고 있는 수화통역사.

수화 사용인들에게 노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부산바다축제 관계자는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부산바다축제 관계자 (음성변조) 2014년

수화통역센터에 수화통역사를 요청했을 거 아닙니까? 그렇죠

그때 당시에 그런 내용을 여쭤보셨어요? 물어볼 필요가 없다니까요 그거를 왜 물어봅니까

그러니까 기사를 쓰고 싶으시면요 수화통역하시는 분들 찾아가서 방송행사인데

아이돌 가수들하고 노래를 한 서른 몇 곡을 하는데 그게 수화로 가능한지 물어보시라고요

그게 가능할리가 없죠 노래가 한두 곡이면 (한다고)합시다 그런데

전체 부르는 노래가 서른 곡 가까이 되는데 그걸 수화하시는 분이 어떻게 다 소화를 하겠어요

하지만 하고 있습니다.

수화통역사 2명이 번갈아 가며 가수들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단 한곡의 노래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장애를 느낄 수 없도록,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때문에 이날 공연장을 찾은 청각 장애인들은 수화 사용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박영옥 (수화통역사)

노래까지 통역을 한 건 부산바다축제 20년 만에 처음이잖아요?

처음인가요? 예 처음인거 같아요

수화통역 하시면서 어떠셨어요?

첫째 너무 힘들었다 체력소모가, 왜냐하면 수화라는 게 그냥 가사만 전달하는 게 아니고

박자나 흥겨움까지도 수화로 전해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제일 중요한 건 가사전달도 중요하지만 그 노래 분위기도 전해야 되기 때문에,

그래서 한 3~4일은, 그 곡을 받았을 때부터 계속 가사를 본 게 아니고 음악을 들었어요

그 음악의 리듬을 내 몸으로, 손짓으로, 표정으로 나타내야 되니까

계속, 그래도 많이 놓쳤어요 아쉽죠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제 카메라 화면에는 현재 수화통역사가 있습니다.

수화통역사, 보이시나요?

알려주지 않으면 찾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가수들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건 조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화통역사는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명이 없다는 건 카메라로 잡아주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비장애인들은 관람석이 아닌 백사장 곳곳에서 자유롭게 콘서트를 즐길 수 있습니다.

대형 화면을 통해 가수들의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장애를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노랫소리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충분히 들을 수 있습니다.

스피커가 없다면 가능한 일일까요?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 수화통역사는 스피커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관람석 제일 앞자리에서도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무대 조명이 어두워지면 어둠속으로 사라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부산바다축제, 다른 곳은 어떨까요?

송도 해수욕장에서 3일 동안 열리는 현인가요제입니다.

수화통역사, 배치하지 않았습니다.

광안리 해수욕장의 말랑말랑 뮤직페스티벌도, 해운대의 열린바다 열린음악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화 사용인들에게는 소리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박영옥 (수화통역사)

얼굴 표정도 굉장히 중요하죠? 예 예 예

노랫말은 너무 속상해서 투정부리고 있는데 환하게 웃으면서 그 노래를 하면

그 노랫말과 영 다르잖아요 그때는 아쉬워하는 표정, 떠나가는 임을 향한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어야 되고

떠나가는 임이 다시 돌아온다, 밝은 표정, 반가운 표정을 얼굴에서 표현을 해줘야

아 그렇구나, 더 명확하게 전달되는 거죠

이상훈 (해운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팀장)

만약에 부산바다축제를 못 즐기게 된다면 아까 당당히 나와 있었잖아요 위원장,

최고 책임자가 위원장이니까 최고 책임자가 책임을 져야죠

우리나라는 뭔가 이상하게 최고 책임자들이 결재 다 해놓고

책임을 안 지려고하죠 꼭 밑에 사람들 책임지게 하는데

최고 결정권자가 항상 책임을 져야죠 그래서 그 윗자리에 앉아 있는 거지

실무자한테 책임 떠넘기려고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건 아니니까요

화면낭독 프로그램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장, 부산광역시장 서병수

부산바다축제, 20년째입니다.

올해 들어간 부산시 예산은 12억 원입니다.

수화통역사는 그러나 조명조차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촬영협조

수화통역사 박영옥

해운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감독 정 승 천 (daetongreyong@hanmail.net)

*정승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현재 부산지역에서 장애인 문제, 환경 문제 등과 관련한 독립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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