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계의 숙원인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이 제20대 국회에서는 이뤄지기 힘들다는 비관적 전망이 이구동성으로 나왔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이 장애인권리보장법연대, 오제세 국회의원실, 김승희 국회의원실과 함께 30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다.

이날 공청회에는 한국장총 이상호 정책위원장과 이문희 사무차장, 이용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실장,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 조태흥 한국장애인연맹 기획실장,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정책팀장, 권병기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장 등이 참석했다.

장애계가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권리보장법은 현행 장애인복지법이 등급제 폐지를 비롯한 장애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한계에 따라, 사회적 모델에 입각한 새로운 장애에 대한 정의부터 탈시설 및 자립생활 지원체계 구축,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 장애인지예산 근거 확보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이미 지난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장애인정책공약으로 약속한 바 있고,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주요 정당들이 공약으로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국민명령 1호로 약속했으며,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100대 국정과제에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넣었다.

현재 국회에는 2017년 1월 당시 양승조 국회보건복지위원장(현 충남도지사)과 올해 7월 오제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동일한 명칭으로 각각 대표 발의한 ‘장애인권리보장 및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안’, 올해 7월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이 발의한 ‘장애인권리보장법안’이 계류 중인 상태다.

3개 법안은 20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내년 5월 30일 이내에 국회를 통과 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3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이문희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사무차장, 이상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날 발제에 나선 이문희 한국장총 사무차장은 “지금까지 최선의 결과를 도출했다고 생각하는데, 열심히 준비한 것들이 지푸라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모두가 평등한 권리, 기회적 평등이 아닌 결과적 평등을 지속적으로 촉진할 수 있는 법률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며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제정 효과로는 OECD 평균(2.19%, 2011년 기준) 이상의 장애인복지예산 확보, 장애인 개인의 욕구에 기반 한 지원체계 수립으로 행정편의 장애인정책 탈출, 권리옹호체계 구축으로 염전노예 등 장애인 착취‧학대 문제 대응, 탈시설‧자립생활 본격화 등을 꼽았다.

이에 좌장을 맡은 한국장총 이상호 정책위원장은 토론자들에게 “내년 총선 전까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지 여쭙고 싶다. 만약 안 된다면 그 이후 우리는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고 질문했고, 토론자 대부분은 비관적 의견을 밝혔다.

3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이용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실장,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 조태흥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기획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용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실장은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현재 국회의원들은 다시 국회로 재진입하기 위한 것에 매몰돼 있기 때문에 이런 법안은 뒤로 밀릴 것이라 예상 한다”며 “그렇다면 총선 이후의 문제인데, 21대 국회 초기 6개월에서 1년까지는 소위 '허니문 기간'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 기간 동안 장애계가 전체적으로 결집해서 장애인권리보장법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21대 총선 이전에 각 정당을 대상으로 장애인권리보장법안을 공약화할 수 있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정부는 2022년까지로 로드맵을 제시했다. 아마 (제20대 국회 내에 제정이) 안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21대) 총선 때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21대 국회 초기에 잘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밝혔다.

조태흥 한국장애인연맹 기획실장은 “100%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한 뒤 “오히려 장애인권리보장법안이 제정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당사자들이 법적인 부분을 어떻게 잡아나갈 것인지 스스로 논의했다는 것에 의의를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애인권리보장법에 내용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근본적으로 논의를 다시 하는 게 더 현명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3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권병기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장이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한편 권병기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장은 장애인권리보장법에 대한 복지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권 과장은 “복지부는 현재 2021년까지 법안을 마련하고 2022년에 국회로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거기에 맞춰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다. 이런 자리와 같은 공론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장애인권리기본법과 장애인권리보장법의 두 가지 법안이 나왔다. 어느 쪽인지를 (장애인계에서) 확실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장애인권리보장법안에 규정된 보편적 소득보장, 개인예산제 등의 사안은 그 하나하나가 별도의 법으로 만들어져도 시원찮을 만큼의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 것들이 쉽게 조항으로 들어갔는데도 장애개념은 더 추상적인 개념으로 바뀌었다. 재정이 들어가는 부분은 어마어마해졌는데, 개념은 더욱 확장되고 불분명해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청회를 마치며 이상호 한국장총 정책위원장은 “장애계 50년 투쟁의 역사에서 장애계가 하나 되어 패배한 적은 없다”며 “장애계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복지부가 힘을 보태 준다면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실효성 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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