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1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계로 보는 장애이슈' 주제로 제48회 RI Korea 재활대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지난 7월 장애등급제가 폐지됐지만, 현재 우리나라 장애통계는 여전히 ‘의학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손상‘ 중심의 장애개념으로 장애출연율이 후진국 수준인 5.6%에 머물러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요구하고 있는 장애분리통계도 생산해내지 못하는 현실.

이에 국제 비교와 더불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현실을 비교할 수 있는 장애분리통계 생산을 위해 ’워싱턴 그룹 설문지‘ 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졌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1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통계로 보는 장애이슈‘를 주제로 제48회 RI Korea 재활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기획세션에서는 RI Korea 전문위원회 변용찬 부위원장이 현재 우리나라 장애통계 한계점과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장애통계 생산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장애인복지법에 규정돼있는 장애인의 정의는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ICF) 장애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ICF의 장애개념은 의료적 손상과 더불어 활동 제한, 참여 제약이 함께 담겨있다.

’손상‘ 중심에 머물러있는 우리나라 장애 개념으로 인해 OECD 평균 장애출연율이 15.2%인 비해 우리나라는 5.6%로 저조한 현실.

변용찬 부위원장은 “우리나라의 15개 장애유형은 전부 손상중심의 접근으로, ICF기준인 활동 제한, 참여 제약이 빠져있어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면서 “SDGs에서 요구하고 있는 장애분리통계의 생산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RI Korea 전문위원회 변용찬 부위원장.ⓒ에이블뉴스

장애개념의 한계는 통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나라 장애통계인 보건복지 등록장애인 데이터베이스는 “어디에 장애인 몇 명 산다” 외 빈곤, 각종욕구 등의 통계를 산출해내지 못한다.

장애인실태조사의 경우도 취업, 경제문제 등의 포괄적인 영역을 조사하고 있지만, 등록장애인만으로 제한한 한계점이 있다.

변 부위원장은 “우리나라 정책을 수립할 때는 굉장히 적합한 조사이지만, 조사 대상이 법정 장애인이다 보니, 국제 비교는 어렵고 SDGs나 인천전략에서 요구하는 사회경제적 특성에 따른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분리통계에도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변 부위원장은 장애통계의 국제 비교와 더불어 다양한 장애분리통계를 위한 방안으로 ’워싱턴 그룹 간이형 및 확장형 설문지‘ 도입을 제안했다.

워싱턴 그룹은 2001년 UN통계위원회가 장애관련 데이터의 국가 간 비교를 촉진하기 위해 설립한 자문그룹으로, ICF를 기반으로 한 6가지 질문으로 구성된 워싱턴 그룹 장애상태 간이형 측정도구를 개발했다.

“안경을 사용해도 보는 것이 어렵습니까?”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것이 어렵습니까?”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해서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까? 예를 들어 다른 사람에게 의사를 표현하거나 다른 사람의 의사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까?

이 도구는 시각, 청각, 이동, 인지, 자기관리, 의사소통의 6개의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기능을 다루고 있고, ’전혀 어렵지 않다‘, ’약간 어렵다‘, ’상당히 어렵다‘, ’전혀 할 수 없다‘로 측정하고 있다. 이중 상당히 어렵다’가 최소 1개 이상일 경우 장애가 있다고 보면, 장애 출연율은 7~10%로 측정된다는 것.

확장형 설문지는 간이형 설문에 상체기능, 정서, 통증, 피로 등의 4개영역이 추가돼 총 10개영역, 문항은 총 37개다. 이는 장애인 실태조사나 국민건강조사 등 장애에 대한 심층 연구를 수행할 때 사용된다.

변 부위원장은 “장애인인가 아닌가 빨리 알아내고, 그런 장애를 가진 분이 국민에서 몇 %되는지, 이분들의 사회경제적 상태가 어떤지 국제비교할 시 적합한 도구”라면서도 “정신장애인이 빠질 확률이 있지만, 일단은 이 정도로 먼저 해보자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예를 들면, 국민 중 여행을 몇 명 갔는지 등을 조사하는 국가여행조사 시 이 도구를 적용한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분리통계가 가능해진다는 주장. 이는 ICF에 기반한 장애 개념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효과가 있는 것과 더불어 국제비교가 가능한 다양한 분리통계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변 부위원장은 “통계청 인구총조사 등 여러 통계조사에 워싱턴그룹 간이형 설문지를 적용한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비교도 가능해진다”면서 “장애인단체가 중심이 돼서 모든 통계를 전수조사해 이 설문지를 쓸 수 있도록 제안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다만, 변 부위원장은 “다양한 통계조사에서 워싱턴그룹의 문항을 적용해 장애출연율을 생산해낼 경우 통계마다 장애출연율이 달라지는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면서 “공식적인 장애출연율은 인구총조사에 의한 워싱턴그룹 간이형 설문지에 기초한 장애출연율과, 장애인실태조사의 확장형 설문지에 기초한 장애출연율로 인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평택대학교 재활상담학과 권선진 교수, 장애주류화정책포럼 김동호 대표, 통계청 사회통계기획과 이재원 과장.ⓒ에이블뉴스

이 같은 의견에 토론자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통계의 한계점에 동의하면서 ‘워싱턴 그룹 간이형 및 확장형 설문지‘ 도입에 대한 대체로 ’찬성‘의 의견을 내놨다.

평택대학교 재활상담학과 권선진 교수는 “제3차 인천전략에서의 핵심지표는 ICF에 의해 산출된 장애출연율을 제시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ICF가 아닌 기존 의료적 모델에 근거해 장애출연율을 추정하고 있어 한계가 있고, 굉장히 어려운 과제”라면서도 “우리나라는 국제비교 시 장애출연율이 항상 후진국에 분류된다. 인천전략을 주도적으로 선도하기 위해 국제비교가 가능한 장애통계를 생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대안으로 제시한 ’워싱턴 그룹 간이형 및 확장형 설문지‘에 대해서는 “6가지 문항으로 돼 있고 조사가 간단해 장애분리통계를 생산하는데 유용하지 않을까”라면서 “국제기준이 요구하는 장애통계 생산은 결국 장애를 가진 사람이 삶의 모든 측면에서 참여할 수 있는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는데 의의가 있다. 단순히 수치상으로 비교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애포괄이 실현되도록 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ESCAP 사회개발국 기획관이자 장애주류화정책포럼 김동호 대표는 “한국정부는 2017년 에스캅에 가장 많은 27개의 인천전략 데이터를 제출했지만 질적인 면에서 문제가 있다”면서 “장애인고용율의 경우 장애변수가 없는 전체 국민을 다룬 ’경제활동인구조사‘와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를 비교해서 분석했다. 장애분리통계가 아닌 별도의 통계 분석 비교는 정확성 문제나 비교가능성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표는 “워싱턴그룹 설문지를 채택하는 것은 국가간 비교도 가능하고 일관된 장애 개념을 사용할 수 있는 면에서 바람직하지만, 각 정부에서는 현재 정책적 중심의 장애범주와 차이가 있다보니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한계점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한편, 통계청 사회통계기획과 이재원 과장은 “워싱턴그룹 설문을 국제기준으로 해서 국내 장애관련 통계조사에 통일되게 적용하는 것에 찬성한다.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워싱턴그룹 간이형 설문을 적용할 예정이다. 시험조사를 통해 현장 조사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약간 어려움‘, ’많이 어려움‘ 등 지침서 작성에 필요한 세부적인 기준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장애인등록자료와 인구주택총조사 등의 자료와 연계해 장애분리통계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SDGs 목표인 ’장애상태 등 세분화된 통계 제공‘ 달성을 위해 연구과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1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통계로 보는 장애이슈‘를 주제로 제48회 RI Korea 재활대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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