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식개선과 관련한 홍보제작물을 살펴보면 휠체어, 지팡이 등 보조기기를 사용하는 장애인을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든 장애인이 여기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장애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을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타인의 배려가 필요한 곳에서 소외되기 쉽다.

이에 일본에서는 지난 2012년 ‘헬프 마크(Help Mark)’를 도입,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번 기고에서는 ‘헬프 마크’를 통해 달라진 삶을 경험한 이들을 소개하고, 우리에게 시사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헬프 마크, 배려가 필요하다는 메시지 담겨

‘헬프 마크’는 눈에 띄지 않지만 사회의 배려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도입됐다. ⓒ www3.nhk.or.jp

일본 도쿄도는 지난 2012년 ‘눈에 띄지 않는 장애 및 질병’이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해 ‘헬프 마크’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인공관절 수술을 한 도쿄도의원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현재 도쿄와 일본 내 23개현에서 채택해 사용하고 있으며 점차 더 많은 현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은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 및 패럴림픽을 앞두고 ‘헬프 마크’ 관련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헬프 마크’ 제도를 도입한 지역에서는 대중교통 약자석에 ‘헬프 마크’에 대한 안내문구를 게재했다. 몇 년 전, ‘헬프 마크’를 소지한 장애인이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 받았다는 사연을 인터넷에 게재해 일본 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어르신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확히 어떤 마크인지는 몰랐지만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헬프 마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낮다.

치나츠, ‘보이지 않는 장애’에 대한 인식 제고 필요

치나츠씨는 지팡이에 ‘헬프 마크’ 배지를 달아 배려가 필요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 www3.nhk.or.jp

치나츠(Chinatsu)씨는 5년 전, 교통사고로 팔과 다리의 골절과 고관절이 탈구됐다. 이후 재활운동을 통해 건강이 많이 회복되었지만 팔과 다리의 움직임은 예전과 같지 않다.

외출할 때면 언제나 그녀의 오른손에는 지팡이가 들려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항상 긴장하게 된다. 왼손 움직임이 어려워 오른손에 지팡이를 잡고 있다 보니 균형을 잡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지팡이를 잡고 있는 것 외에 외관상 장애가 두드러지지 않아 자리를 양보받는 일은 거의 없었다. 4년 전 ‘헬프 마크’를 지팡이에 달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가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자리 양보를 받고 있다.

치나츠씨는 “어르신이 아닌 젊은이에게 자리를 양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설득 하는 것이 힘들다”며 “‘헬프 마크’가 보이지 않는 장애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미치요 시부야, ‘헬프 마크’ 알리기 적극 나서

미치요씨가 직접 만든 ‘헬프 마크’와 포스터를 선보이고 있다. ⓒ www3.nhk.or.jp

희귀 난치성 질환인 폐동맥 고혈압을 앓고 있는 미치요 시부야(Michiyo Sibuya)씨는 ‘헬프 마크’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17년 자원봉사 단체를 만들었다. 2년 전,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어려움에 대한 글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장애인식제고를 위해 ‘헬프 마크’ 배지와 포스터를 직접 만들어 이 물품들을 필요한 곳에 보냈고 지방의회, 지자체를 대상으로 그 중요성에 대해 알리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녀는 다가오는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다. “이번 올림픽에서 ‘헬프 마크’를 홍보할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며 “‘보이지 않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올해 교육대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헬프 마크’에 대한 강연을 시작했다. 그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비장애청년들이 이 캠페인에 더 많이 동참하기를 바라고 있다.

사회적 약자 둘러볼 여유 있어야

일본 지하철 교통약자석에 ‘헬프 마크’를 설명하는 안내 스티커가 함께 게재됐다. ⓒ Tokyo Metropolitan Government

‘보이지 않는 장애’에 대해 인식을 개선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과제이다. 미국에서는 한 NGO가 2014년부터 매년 10월 ‘보이지 않는 장애 주간’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 단체는 소셜 미디어에 ‘모든 장애인이 휠체어에 앉은 것은 아니다(not all people with disabilities are in wheelchairs)’라는 영상을 만들어 게재했다.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이들이 해시테그 #보이지_않는_장애를_가진_사람처럼_보이는(#InvisiblyDisabledLooksLike)를 달아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또한, 중증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는 미국인 중 74%가 장애를 표시하는 어떠한 물건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치나츠씨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기 시작 하면서 ‘헬프 마크’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했다.

“우리 사회는 많은 이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로 곤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한다. 배려하는 사회가 되려면 주위 사람들을 둘러볼 여유가 필요하고 배려가 필요한 이들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주위에도 초기 임산부, 보이지 않는 장애 혹은 질병을 가진 사회적 약자들이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보는 대신 잠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출처 : https://www3.nhk.or.jp/nhkworld/nhknewsline/backstories/helpmark/

※ 이글은 인천전략이행 기금 운영사무국을 맡고 있는 한국장애인개발원 대외협력부 손지유 주임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인천전략’은 아‧태지역에 거주하는 6억 9천만 장애인의 권익향상을 위한 제3차 아태장애인 10년(2013~2022)의 행동목표로,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인천전략사무국으로서 국제기구협력사업, 개도국 장애인 지원 사업, 연수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