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결산]-⑧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올해 2017년 장애계는 ‘약속의 해’였다. 문재인 정부가 새로이 출범하며 복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등의 과거 정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광화문 농성 1842일 만에 복지부 장관이 조문과 함께 민관협의체 구성 약속, 국토부 장관 또한 추석기간 저상버스 투쟁 현장에 방문하는 등 투쟁 보다는 ‘소통’과 ‘약속’의 훈훈함이 연일 보도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강서구 특수학교 문제, 노동권 등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산적된 현안도 많다. 과연, 문재인 정부는 모든 장애인들과의 ‘약속’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에이블뉴스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100위까지 순위를 집계했다. 이중 장애계의 큰 관심을 받은 키워드 총 10개를 선정해 한해를 결산한다. 여덟 번째는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다.

올해 장애인들에게 꼭 필요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수난을 당했다.

매년 반복되는 장애인전용구차구역 불법주차 문제에, 임산부도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 개정 추진까지.

반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더 정확히 식별 가능하도록 시행규칙이 개선된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지난 4월 무한도전 국민회의 특집에서 제안된 ‘임산부 주차 편리법’. ⓒ에이블뉴스DB

■임산부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차 허용 '논란'=지난 7월 24일 발의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편의증진법)’은 장애계에 논란을 일으켰다.

편의증진법 개정안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의 사용대상에 임산부도 포함시키는 것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적은 전용주차구역 면수 때문에 주차난을 겪는 장애인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이 법안의 탄생은 지난 4월 MBC 간판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여야 국회의원을 초청한 가운데 진행한 ‘국민회의 특집’에 배경이 있다. 이 특집은 국민들로 구성된 국민의원으로부터 국회의원들이 민원을 듣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이 자리에 국민의원으로 출연한 한 임산부는 현행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상대적으로 공간이 넓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임산부도 함께 쓸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날 방송을 계기로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지난 7월 24일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장애인 및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이를 지켜본 한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장애인 주차구역을 늘리면서 임산부 주차를 허용하면 모를까 현재는 임신여부 시비도 많이 있고 부작용이 많을 것 같다”면서 “법안이 통과되면 나중에는 아이가 있는 사람도 허용을 해야한다고 할까봐 두렵기도 하다”고 우려했다.

장애자녀를 둔 한 부모는 “나도 임신을 해봤고 힘든 것을 알지만 장애인에게 주어진 작은 복지를 나누자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애는 임신과 달리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비어있는 이유는 언제고 올 수 있는 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 의원 안에 대해 한 장애인단체는 “부족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면수로 장애인의 불편을 가중시킬 수 있고,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교통약자 간 갈등 우려가 있어 반대한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현재 김 의원의 편의증진법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돼 있는 상태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불법주차를 한 후 과태료를 받은 사람이 신고자의 신원을 공개하겠다는 내용의 글. ⓒ에이블뉴스DB

■“날 신고해?” 신고자 신원공개 불법주차 차주 공분=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불법주차를 한 것도 모자라 신고자의 신원을 공개하겠다고 한 사연은 장애인·비장애인 모두의 공분을 일으켰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장애인주차표지가 없는 자동차가 이 구역에 불법주차를 하면 과태료 10만원, 주차방해 행위를 한 경우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연의 주인공인 불법주차 차주는 8만원을 벌금을 받았다.

이 불법주차 차주는 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게시판에 “장애인구역 주차는 당연히 장애인 자리다. 인정한다”면서도 “이웃 주민끼리 말로 해결하면 되는 것을 굳이 신고까지 해 경제적 부담을 주냐”고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이어 “이웃 간의 불신감을 조성해 기분을 상하게 해야만 했는지 묻고 싶다”면서 오히려 신고자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특히 신고를 한 사람의 신상을 거론하면서 “당신도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했었고 이웃주민에게 피해를 줬다”면서 “조만간 신고자의 신상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그냥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를) 안하면 될 것을 자기들이 해놓고 뭐가 억울한지(모르겠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혀를 찼다.

최일선에서 법을 준수하고 집행해야 하는 공무원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주차를 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불법주차를 한 해운대구 구청 직원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를 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잠시 볼일을 보러 간다고 댄 것”이라고 얼렁뚱땅 넘어가려 한 것이다.

이처럼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주차로 과태료가 부가된 건수는 5년전인 2011년 1만 2191건에서 26만 3326건(2016년 기준)으로 급증했고, 이를 통해 거둬드린 벌금은 254억 600만원이다.

정부가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주차에 대해 상하반기 집중단속 기간을 운영, 계도하고 있지만 불법주차가 근절되지 않은 가장 큰 원인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를 해도 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적은 과태료 금액도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실제적으로 꼭 필요한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게 환경 조성을 위한 정부의 책임과 사회적 노력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더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주차구역 앞에 픽토그램이 설치돼 있다. ⓒ에이블뉴스DB

■정부, 식별 ‘더’ 쉽게 장애인전용주차구역 개정=그나마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가 주차구역을 더 쉽고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도록 편의증진법 시행규칙 개정작업을 하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현행 시행규칙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임을 확인할 수 있는 안내표지는 주차장 안의 식별하기 쉬운 장소에 부착하거나 설치하도록 명시하고 이 경우 안내표지의 규격은 0.7m, 세로 0.6m로 했다. 지면에서 표지판까지의 높이는 1.5m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격으로 만들어진 전용주차구역은 시민들이 불법주차 차량을 신고하는데 제약을 하고 있다.

불법주차를 한 차량이 전용주차구역 노면에 그려진 휠체어 픽토그램(장애인전용주차구역임 알리는 표시)를 가리면 해당 차량이 불법 주차차량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는 전용주차구역 부근에 장애인전용주차구역임을 더 정확히 알 수 있도록 별도의 표시설치를 의무화하는 편의증진법 시행규칙 개정을 하고 있다.

이 시행규칙 개정안은 현재 정부 규제개혁위원회 규제심사를 통과했고 내년 1월 중순 법제처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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