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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피해자 지원제도의 허와 실

"교통사고 보상금은 전부 다 탕진하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08-11 16:24:31
“교통사고 보상금은 전부 다 탕진하라는 말입니까?”

필자가 최근 MBC 드라마 ‘훈장 오순남’과 ‘돌아온 복단지’등과 관련해서 교통사고 병원비는 지원이 된다고 쓴 글을 보고 A씨가 울분을 토로했다.

필자도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소린 지 잘 몰랐는데 A씨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수긍이 갔다.

우리나라의 ‘자동차손해보험보장법’(이하 자동차손배법)은 1963년에 제정되었는데, 당시에는 무보험차량이나 뺑소니 교통사고에 대한 지원은 없었다. 그래서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장애인들은 병원비 때문에 고충이 많았다.

이런 사실을 감안해서인지 1984년 12월 31일 ‘자동차손배법’이 전부개정 되면서 제14조가 신설되었다.

‘자동차손해보험보장법’
‘제14조(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 ①정부는 보유자를 알 수 없는 자동차의 운행으로 말미암아 사망하거나 부상한 자에 대하여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책임보험금의 한도 안에서 그가 입은 손해를 보상한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26조.  ⓒ국가법령정보센터   에이블포토로 보기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26조. ⓒ국가법령정보센터
1999년 2월 5일 ‘자동차손배법’은 다시 한 번 개정되면서 ‘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은 제14조에서 제26조로 변경되었다. 변경된 제26조 (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에는 무보험차량이나 뺑소니 교통사고에 대한 병원비 지원 뿐 아니라, 사망 또는 중증장애인의 피부양가족인 유자녀나 노부모부양, 그리고 중증장애인의 재활을 위하여 지원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 법은 1999년 2월 5일에 개정되어 1999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으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또는 중증장애인의 피부양가족인 유자녀나 노부모부양, 그리고 중증장애인의 재활을 위한 지원은 시행되지 않았다.

무슨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2000년 1월 28일 ‘자동차손배법’ 제26조 ②항이 개정되어 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시행처가 정해지지 않아서였는지 1999년 2월 5일에서 2000년 1월 28일까지 개정된 내용에서 달라진 것이라고는 ‘후유장해인관계단체의 재활사업’ 뿐이었다. 아무튼 가족지원 사업은 2000년 1월 28일 법 개정과 동시에 교통안전공단에서 시행되었다.

교통사고 피해자 지원사업. ⓒ교통안전공단 에이블포토로 보기 교통사고 피해자 지원사업. ⓒ교통안전공단
교통사고 피해자 가족지원 사업은 중증장애인, 유자녀, 노부모 등에 대한 직접지원과 대출 등이 있다.

A씨는 1993년 교통사고로 팔과 다리를 다쳐 중복장애 1급이 되었다. 병원비는 종합보험에서 해결이 되었으나 마냥 병원에 있을 수도 없어서 1억 원 정도의 보상금을 받고 퇴원했다.

“돈을 갖고 있으면 쓰게 마련이라 주위에서 돈 있을 때 집을 사라고 합디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주변에서도 장애인이 되면 전셋집을 구하기도 어렵고 이사를 다니기도 어려울 테니 집을 사라고 했다. 그는 보상금으로 집을 한 채 샀다. 집을 사고 보니 먹고 살 게 없었다.

“집이 있다고 영세민(기초생활수급자)도 안 된다고 하대요.”

당시 그에게는 아내와 어린 자녀가 둘이나 있었다. 아내는 생계를 위해 고무공장에 나가고 어린 아들과 딸은 학교에 가고 그는 재활을 위해 기를 쓰고 근처 공원을 돌았다.

그러다가 교통안전공단에서 피해자가족에게 지원한다는 소문을 듣고 동사무소를 찾아 갔다. 동사무소에서 장애원인이 교통사고라고 되어 있는 확인증 같은 것을 받아들고 교통안전공단 지사를 찾아 갔다. 서류를 훑어보던 직원은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라서 안 된다고 했다.

“집을 뜯어 먹고 살 수도 없고, 돌아서 나오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든지, 그렇다면 보상금을 다 탕진하고 기초생활수급자가 됐어야 한단 말입니까?”

교통사고 피해자 지원내역.  ⓒ교통안전공단 에이블포토로 보기 교통사고 피해자 지원내역. ⓒ교통안전공단
B씨는 1986년 교통사고로 1급 장애인이 되어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다. 사고 종결 후 약간의 보상금을 받기는 했는데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보상금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 가해자가 원망스럽고 죽고만 싶었다. 그러나 아내와 두 아들을 위해서 다시 살아야 했다.

1억 원 가량의 보상금 중에서 7천만 원으로 아파트를 하나 사고, 남은 돈으로 조그만 가게를 운영했으나 가게는 잘 되지 않았다.

“집이 있다고 영세민도 안 되고, 아이들이 어렸으나 의료보험료가 밀려서 병원에도 제대로 못 갔습니다.”

생각하면 모든 것이 원망스럽고 울화가 치밀었다. 가게 운영이 잘 안되어 아내는 뭐라도 해 보겠다고 하다가 다단계에 빠져 집을 나가고, 욕창이 생겼는데 병원에도 못 가고 집에서 거울을 보고 혼자 치료 했단다.

“그런 (교통사고 가족지원)제도가 있는지도 몰랐지만, 그렇다고 집을 팔겠습니까?”

C씨는 2001년 가을에 교통사고로 지체 2급 장애인이 되었다. C씨가 교통사고로 입원해 있을 때 같이 입원해 있던 환우들은 ‘교통사고 가족지원제도’에 대해서 왈가왈부했다. C씨는 이런 얘기들을 유심히 듣고 여지저기 알아보기 시작했다. C씨는 여기저기서 들은풍월이 있었던 것이다.

C씨도 약간의 보상금을 받았고, 그 돈으로 집을 한 채 마련했다. 그러나 C씨는 자기 이름이 아니라 친척 명의로 했다. 얼마 후, C씨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다. C씨에게는 3명의 어린자녀와 나이 많은 아버지가 있었다.

C씨는 동주민센터에서 5명의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았다. 그리고 교통안전공단에서 자녀장학금과 노부모부양보조금, 그리고 그의 재활보조금까지 받았다.

얼마 전 에이블뉴스 권익지킴이 박종태 기자와 교통사고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체로 연금 등 정부 지원금은 이중 지원이 안 된다. 그러나 장애인연금과 교통사고 가족지원금만 예외로 기초생활수급비와 이중 지원이 되고 있는데 모두가 장애인 단체에서 노력한 덕분이란다.

필자에게 하소연하는 B씨.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필자에게 하소연하는 B씨. ⓒ이복남
이 번 일로 필자는 교통안전공단에 몇 번이나 전화를 했다. 2017년 6월말 현재 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가족지원금을 받고 있는 사람은 8,900명 정도라고 한다. 교통사고 피해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중에서 8,900명 정도는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차상위가 아니라도 가능했는데 감사에서 지적을 받았습니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억울하다는 듯이 항변을 했다. 차차상위계층까지는 지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실을 지적한 사람들이 한 달에 20만원이 절실한 교통사고 피해자인 중증장애인들의 심정을 알기나 할까.

가족지원금 지원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중에서 중증장애인 본인 그리고 18세 미만이나 65세 이상에게만 지원하고 있는데 남편이나 아내 즉 배우자는 부양의무자이므로 제외란다.

보상금을 받아서 다른 데 돈을 쓰지 않으려고 집을 사면 재산이 되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어 가족지원을 받을 수 없으니 그렇다면 보상금을 다 쓰란 말이냐?

A씨의 경우 생계비는 아내가 공장에서 받는 월급으로 충당을 하고, 그는 국민연금에서 나오는 40만 원 정도가 그가 쓸 수 있는 용돈의 전부란다. 그 돈으로 약도 사고 두리발(부산장애인콜택시)비용도 내고 가끔은 지인들에게 밥도 사고한다.

지인 중 한 명이 “아내와 서류상 이혼하면서 집은 아내에게 다 주고 아무것도 없으면 수급자가 되어 재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귀띔을 하더란다.

“20만 원 받으려고 평생 저를 뒷바라지 해준 아내와 헤어지란 말입니까?”

A씨는 볼멘소리를 했다. 아내와 헤어지지 않고, 재활지원금 20만원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했다.

'아내와 헤어지란 말이냐'고 항변하는 A씨.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아내와 헤어지란 말이냐'고 항변하는 A씨. ⓒ이복남
이런 사실에 대해서 한 관계자와 얘기를 했더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노발대발 하더니, 최소한의 기준은 필요 할 테니 기준의 50%정도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 문제는 보완을 좀 해야 될 것 같다. 재산이 있고 부모와 자녀가 있는 중증장애인에게는 50% 지원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녀는 이미 18세가 넘었고, 부모가 다 돌아가신 중증장애인에게 재활지원금 20만원에서 50%는 좀 아닌 것 같다. 아마도 재산이 10억쯤 되고 월수입이 500만 원 정도라면 20만원에 연연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도 장애인이 되고 싶어서 된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는 일어났고 그들은 장애인이 되었다. 그로인해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들에게도 말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 아픔을 치유하기에는 어림도 없겠지만 교통사고 장애인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가 아니더라도 중증장애인에게 재활지원금 20만 원 정도는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법이나 제도를 입안하는 높으신 분들이 어찌 그 심정을 알겠냐마는 제발 교통사고 보상금을 다 탕진하거나 편법을 쓰기 전에,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인들에게 약간의 지원금이라도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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