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 특집] 키워드로 되돌아본 10년-⑤

장애인 대표언론 에이블뉴스가 10살이 됐다. 지난 2002년 12월 창간된 에이블뉴스는 발 빠르고, 심층적인 보도로 480만 장애인들의 든든한 언론으로 자리 잡았다.

에이블뉴스가 장애인과 마주한지 10년, 그동안 장애계에서는 중증장애인의 일상생활 지원을 위한 장애인활동지원제도(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큰 주목을 끌었다.

이는 장애인의 일상생활, 사회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 하지만 내용면에서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에이블뉴스가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발자취를 되짚어 봤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 20여명이 2006년 1월 3일 정부과천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를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지난 2007년 전국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뒤 지난해 10월부터 장애인활동지원제도로 변경돼 확대 시행되고 있다.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활동지원 급여(시간)를 제공,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장애계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에이블뉴스가 진행한 '올해의 10대 키워드 설문조사' 결과 매번 상위에 랭크됐다.

그렇다면 장애계에서 장애인활동지원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 일까? 장애인활동지원의 필요성은 2005년 12월 대두됐다.

이는 당시 경남 함안군에 거주하던 근무력증 장애인 조모(남·지체5급)씨가 홀로 거주하던 집에서 동사한 채 발견되면서 부터다.

조씨는 강추위에 수도배관이 동파하면서 터져 나온 물에 대처하지 못했고, 결국 차가운 물은 이불을 흠뻑 적셨다. 조씨는 119에 신고 조자할 수 없을 만큼 중증장애인이었다.

한 중증장애인의 처참한 죽음에 충격 받은 장애계는 2006년 중증장애인들을 중심으로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위한 범 장애계적 투쟁에 나섰다.

장애계는 서울시청 등 전국 각지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벌였고, 한강대교를 기어서 건너다니는 투쟁도 벌였다.

이 같은 장애계의 투쟁에 서울, 인천, 대구 등 지자체는 조례제정 제도화를 약속했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2007년 4월 ‘중증장애인활동보조지원사업’을 전국적으로 도입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장애계와 복지부는 예산과 활동보조서비스 대상, 제공시간, 본인부담금, 중개기관 선정 등을 놓고 마찰을 벌였다.

장애계가 활동보조서비스의 제대로 된 시행을 위해서는 1천억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반면, 복지부는 105억원을 제시하면서 격론이 일었다. 활동보조서비스 예산은 국회에서 276억원으로 결정됐다.

또한 복지부는 서울시가 2006년 12월 한 달 동안 활동보조서비스를 시범사업으로 시행하자 장애인들에게 본인부담금 10%를 부과할 것을 요청했다.

결국 서울시는 복지부의 요청을 수락해 본인부담금 10%를 부과했고, 본인부담금 논란은 수면위로 떠올랐다.

중증장애인활동보조지원사업 본격화…불만은 여전

2007년 4월, 장애계가 열망하던 ‘중증장애인활동보조지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됐지만 불만의 목소리는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당초 복지부는 장애정도에 따라 월 20~80시간의 기본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고, 특례조항으로 독거장애인에게는 월 최대 180시간까지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서비스 단가는 시간당 7천원으로 하고 소득수준에 따라 10~20%의 본인부담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자체와 사업시행기관에 통보된 ‘활동보조 지원사업 최종지침서’에서는 ‘월 최대 180시간 특례조항’이 삭제됐고, 서비스제공 판정기준은 턱없이 높아 중복장애의 중증장애인이 아니면 월 ‘40시간’도 받기 어려웠다.

실제 휠체어 이용 중증장애인들이 ‘0시간’을 받는 사례들이 속출했다. 여기에 본인부담금 부과는 그렇지 않아도 빠듯한 살림에 힘들어하는 장애인들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사업시행 직후, 본인부담금이 부담스러워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이용자들도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현실에 장애계는 활동보조지원사업의 정상화를 촉구했고 복지부는 제도시행 두 달만인 6월에 서비스제공 판정기준을 완화, 서비스 시간을 확대하기에 이른다.

판정등급 기준의 총점 380점 이상은 1등급(80시간), 346~379점 2등급(60시간), 281~345점 3등급(40시간), 220~280점 4등급(20시간)으로 하향했다.

기존에는 총점의 575~453점 이상은 1등급(80시간), 422~452점 2등급(60시간), 384~421점 3등급(40시간), 351~383점 4등급(20시간) 이었다.

이에 따라 4등급 커트라인(최하점)이 351점에서 220점, 3등급은 384점에서 281점, 2등급은 422점에서 346점, 1등급은 453점에서 380점으로 하향 조정됐다.

다소 서비스 시간이 확대되긴 했지만 장애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장애계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역별 투쟁을 이어나갔다.

각 지역의 중증장애인들은 각 지역의 시청 앞 결의대회, 무기한 천막농성 등을 벌이며, 중앙정부의 부실한 정책을 지자체가 보완해 줄 것을 요구하기에 나섰다.

여기에 인천시 등 지자체가 추기지원을 약속했고, 이들 지자체들은 활동보조서비스 지원을 위한 자체예산을 배정하고 자체기준을 마련해 추가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180시간 특례조항’, ‘본인부담금’ 등의 문제들은 끝내 해결되지 않았다.

활동보조 지원 시간 쥐꼬리에 불과

활동보조서비스는 2008년과 2009년에도 장애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대상제한, 서비스 시간 부족, 본인부담금 등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장애인들은 계속해서 거리로 나와 복지부와 맞섰다.

2008년 활동보조서비스는 등급별로 월 10시간씩 확대되고 독거장애인에 대한 추가지원 항목이 신설, 1등급 독거장애인은 월 30시간, 2~4등급 독거장애인은 20시간의 추가 시간이 지원됐다.

2009년에도 월 10시간씩 확대되는데 그쳤다. 1등급은 기존 90시간에서 100시간, 2등급은 70시간에서 80시간, 3등급은 50시간에서 60시간, 4등급은 30시간에서 40시간을 늘어났다.

또한 장애아동 1등급과 2등급은 50시간에서 60시간, 3등급과 4등급은 30시간에서 40시간으로 늘어났다. 독거 장애인에 대한 추가지원은 등급에 상관없이 각 20시간씩으로 변경되면서 1등급은 추가 지원이 깎여야만 했다.

이 같은 서비스 시간 확대에도 장애계의 불만은 여전했다. 잠정적 서비스 대상자가 약 35만명 추정되지만 서비스 대상을 만 6세 이상 65세 미만의 1급 장애인으로 제한하고 있어 실질적 혜택을 받는 장애인은 고작 2만명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터무니없이 낮은 지원 시간으로는 식사와 용변 등 기본적인 생존권조차 해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는 2010년 3월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정부의 활동보조서비스 지침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에이블뉴스

설상가상 장애등급 재심사로 등급하향 ‘울분 토해’

설상가상 2010년 4월 시행된 장애등급 재심사(국민연금공단 심사)로 다수의 중증장애인, 특히 뇌병변장애인들이 기존 장애 1급에서 하향되면서 대거 활동보조서비스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기에 이른다.

갈수록 바깥활동이 많아져 처음 사업 초기 때 보다 중증장애인들은 서비스 시간을 더욱 필요로 했지만 엄격한 기준으로 중증장애인들이 일상생활 등의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 것.

활동보조 시간이 더욱 필요해진 중증장애인들은 활동보조서비스 등급 변경 심사를 원했고 복지부는 앞서 장애 재판정을 받도록 했다.

등급 변경을 원하는 기존 서비스 대상인 중증장애인들도 앞서 신규신청자(2009년 10월 이후 신청자)와 동일한 절차를 밟도록 했다.

하지만 뇌변변장애인들은 장애 재판정 결과 장애등급이 기존 1등급에서 하향되면서 활동보조서비스 대상에서 대거 탈락하기에 이른다.

뇌병변장애등급판정기준이 되는 수정바델지수에서 ‘배뇨’, ‘배변’ 항목이 20점으로 많은 점수(배뇨, 배변 인지하면 하양)를 차지하고 있어 대거 탈락했던 것.

뇌병변장애인들은 크게 반발했고, 이에 복지부는 2011년 3월 뇌수정바델지수의 등급 간 점수를 1급은 24점에서 34점 이하, 2급은 25점~39점에서 33점~52점 사이, 3~6급은 10점 내외로 조정했다.

또한 수정바델지수로 평가하기 어려운 장애상태는 개별적 장애특성에 맞게 평가할 수 있도록 편마비 장애와 관련한 항목 등이 1~3급 기준에 신설됐다.

1급은 독립적 보행이 불가능하거나 한쪽 팔과 다리의 마비 등, 2급에는 한쪽 팔의 마비 및 양쪽 팔의 모든 손가락 마비 등, 3급에는 한쪽 팔의 모든 손가락 마비 및 구축과 한쪽 다리의 마비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뇌병변장애인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배뇨·배변조절을 세분화했다고는 하나 결국 뇌병변장애인이 일상생활동작에 전적으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더라도 배뇨·배변조절이 가능할 경우 장애등급이 하락돼 필요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 본격 시행…반응은 냉담

2010년 12월 8일,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장애인활동지원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011년 10월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본격 시행됐다.

대상은 기존대로 만 6세 이상 65세 미만의 등록 1급 장애인으로 기본급여(시간)는 1등급 86만원(약 103시간), 2등급 69만원(약 83시간), 3등급 52만원(약 62시간), 4등급 35만원(약 42시간)이 제공됐다. 추가급여는 인정점수에 따라 최저 10시간에서 최고 80시간까지 정해졌다.

장애인활동지원법은 장애인장기요양보장제도의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추진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복지부는 2007년 4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통과시키면서 장애인장기요양제도의 도입대책을 마련하라는 국회 부대결의에 따라 공청회, 시범사업 등을 통해 도입방향을 잡아왔었다.

이에 복지부는 2009년 7월부터 6개월간 전국 6개 지역 539명을 대상으로 1차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장애인장기용야보장제도는 노인장기요양제도가 아닌 활동보조서비스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어 복지부는 2010년 11월부터 5개월간 7개 지역을 대상으로 2차 시범사업을 실시키로 했다. 여기에는 기존에 실시된 바 없는 주간보호로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복지부는 2차 사업이 시작되기도 전인 2010년 9월 17일, 장애인활동지원법을 입법예고하고 10월 8일까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당초 장애인활동지원법은 2012년 도입될 계획이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정책’에 따라 갑작스레 도입 시기가 앞당겨 진 것이다.

복지부는 대상자를 혼자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을 수행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으로 정하고, 기초생활수급자를 제외한 장애인에게는 소득수준에 따라 최대 15% 한도 내에서 본인부담금을 차등 부담하도록 했다

이는 180시간에 최대 21만 6000원의 부담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기존 활동보조서비스가 4~8만원 범위내로 정해진 것과 비교하면 대폭 인상된 수치였다.

이 같은 복지부의 행보에 장애계는 복지부 주최로 열릴 계획이던 장애인활동지원법 공청회를 점거 무산시키는 등 격렬하게 반발했다. 장애인 당사자들의 의견을 배제한 법률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의견을 같이한 한나라당 윤석용 국회의원과 민주당 박은수 국회의원은 복지부의 활동지원법에 반한 법률안(본인부담금 전액 정부, 지자체 부담 등)을 각각 대표 발의했지만 이들 법안들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결국 12월 8일, 한라당당 국회의원들만으로 정족수를 채운 가운데 본회의가 열렸고, 정부의 장애인활동지원법안이 포함된 24개의 예산부수법안 등이 직권 상정돼 단독표결 처리됐다.

장애인활동지원법 국회통과 후 하위 법령인 시행령, 시행규칙, 지침 마련 과정에서 장애계와 정부의 마찰은 계속됐다. 장애계는 본인부담금과 대상제한 폐지 등을 꾸준히 요구했고, 정부는 결론적으로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

활동보조지원에도 불구하고 2005년 악몽 재현

이 때문일까? 2005년의 악몽은 2012년 다시 한 번 재현했다. 활동지원제도 시행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은 여전히 죽음의 문턱에 놓여있었다.

올해 9월에는 최중증의 근육장애인 허정석(30세)씨가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뒤 인공호흡기가 빠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10월에도 뇌병변장애인 김주영(34세)씨가 활동보조인인 퇴근한 시간에 발생한 화마에 휩쓸려 질식사했다. 김주영씨는 홀로 휠체어를 타지 못해 화마로부터 탈출하지 못했다.

특히 김주영씨 사고 며칠 뒤에는 맞벌이하는 부모를 대신해 뇌병변장애인인 남동생을 돌보아 오던 누나인 박지우(13세)양이 화재에 질식해 숨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장애계는 다시 한 번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폐단을 지적하며, 최중증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24시간 활동보조지원을 촉구했다.

이 같은 장애인들의 현실에 공감한 여야 국회의원들도 최중증장애인들을 대상으로 24시간 활동보조인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도 장애인활동지원 예산을 확대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당초 정부안보다 50%증액된 1,500억여원 증액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상정했다.

하지만 정부 측,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반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증장애인들은 활동보조서비스가 5년 여간 지원되고 있지만 여전히 절규하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