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가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생애주기별 지원정책 개발을 위해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이는 정부가 사회적으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보호체계·지원 서비스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었다.

복지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 등 정부는 실태조사를 토대로 ‘발달장애인 지원 계획’을 수립, 지난 6일 발표했다.

정부의 계획에 대해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은 시각도, 내용도 부실한 '속빈 강정'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 결여 및 제공자 중심의 한정 된 서비스, 19대 국회 내 발의 된 발달장애인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정책 없어…기존 서비스 ‘유지’ 수준

먼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상임대표는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가 발달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욕구에 맞게 주거지원을 위한 다양한 유형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룹홈’이라는 한 유형으로 제한하고, 지원고용 등의 다른 고용형태가 절실한 발달장애인을 보호고용의 형태로 한정해놨다는 것.

윤 상임대표는 자립생활 확대 유도를 통해 자립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에 대해 “발달장애인도 타 장애유형과 같이 욕구에 맞게 상황에 맞게 주거지원을 위한 유형이 다양해야 된다”면서 “계획 안에 발달장애인 주거는 무조건 그룹홈으로 정해놓고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것은 ‘발달장애’라는 유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발달장애인은 ‘보호고용’이라는 한 고용형태로 치우치는 게 아니라 지원고용과 함께 보호고용까지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한 데 이 계획에는 발달장애인이 취업할 수 있는 게 보호작업장 같은 보호고용만 가능한 것 처럼 적시해놨다”며 “발달장애인의 직업적 능력을 무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 상임대표는 장애아동복지지원법상의 ‘장애아동지원센터’와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통합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현재 ‘장애아동지원센터’를 시범 운영조차 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통합한다는 것은 무리수라는 입장이다.

윤 상임대표는 “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장애아동 뿐만 아니라 성인까지 모두 포괄적으로 해야 되는 특수성을 갖고 있는데 무슨 효율성 근거로 통합한다는 것 인지 이해가 안 간다”며 “장애아동지원센터 시범 운영 예산도 센터 1개 당 1억 밖에 책정해놓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나 시범 운영을 잘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통합을 한다는 계획도 시범 운영을 통해 결과를 보면서 얘기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 ‘자기결정권’ 결여된 정부 계획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김명실 소장은 정부의 ‘발달장애인 지원계획’ 자체가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이 결여된 ‘빛 좋은 개살구’ 인 정책이라고 빗대어 표현했다.

김 소장은 “성인 발달장애인의 경우 부모와 같이 사는 경우가 많은데, 자립을 준비할 수 있는 교육이나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자립을 준비하기는 커녕 무조건 시설에 갈 수 밖에 없다. 부모와 사는 발달장애인도 체험홈에 갈수 있고 독립적으로 살 수있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면서 “발달장애인에게 이러한(자립교육 및 훈련 등) 것 들을 지원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존중 해야 된다”고 전했다.

김 소장은 이어 “발달장애인 소득보장을 위해서 연금상품이나 신탁제도를 출시하고 개선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부모가 돈이 많아 연금 등을 잘 납부하면 자녀인 발달장애인의 소득이 보장된다는 것 아니냐”면서 “장애부모의 소득과 자녀인 발달장애인의 소득이 왜 똑같이 취급당해야 되냐, 소득을 보장해주는 것은 국가가 장애인을 책임지고 개입해줘야 되는 부분”이라고 성토했다.

더불어 “시설을 소규모하고 그룹홈으로 확대하는 등의 물리적인 거주 환경만 개선한다고 발달장애인의 자립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당사자성을 중요하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쉽게 만들어진 복지 제공자 중심의 지원계획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발달장애 부모 염원 ‘발달장애인법’ 취지 무색 우려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 최석윤 대표는 정부가 발표한 ‘발달장애인 지원계획’이 국회에 발의 된 ‘발달장애인법’의 취지가 무색하게 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은 지난 5월 30일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최 대표는 “발달장애인, 부모를 대상으로 이뤄진 실태조사로 계획도 마련됐지만 현재 하고 있는 서비스에 조금 더 첨삭된 서비스를 나열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부모의 부담이나 책임을 경감해준다는 내용의 지원체계로 보기에는 미흡하고, 아직도 장애를 국가 책임이 아닌 부모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단순히 대상만 확대한 이러한 계획을 만든 이유가 굳이 ‘발달장애인법’이라고 따로 법률을 만들지 않아도 이러한 계획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 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면서 “생색내기의 계획일 뿐이며, 인프라와 기본 소득 보장 등의 내용이 담긴 발달장애인법을 무색하게 하려는 취지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비스 제공 기관 늘어나지만 발달장애 당사자 만족도 ‘미지수’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사무총장은 서비스 시간 확대가 담긴 ‘발달장애인 지원계획’에 대해 발달장애인 서비스 제공기관은 늘어나지만 발달장애 당사자의 만족도에는 의문점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 계획을 통해 ‘장애아동 돌봄 서비스’, ‘발달재활 서비스 바우처’ 시간 및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 총장은 “(크게 봐서 이 계획이) 발달장애인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지는 모르겠다. 각종 서비스 확대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늘어나겠지만 실질적으로 발달장애 당사자에게 가는 서비스의 질은 의문스럽다”며 “서비스 확대와 더불어 질적인 만족까지 느낄 수 있어야 된다. 단순히 (서비스) 확대로 발달장애인에게 혜택이 되는 지 기관에게 혜택이 되는 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장애아동지원센터’와 ‘발달장애인지원센터’ 통합에 대해서 실질적인 서비스 대상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 총장은 “장애아동복지지원센터 대상이 만 18세 미만 장애아동에 한정되어 있고 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아동, 성인 모두 포함하고 있다”며 “여기서 장애아동과 발달장애아동은 서비스가 중복되는 상황이 발생될 수 있다. 발달장애 성인만 제외하는 등의 센터 대상 정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서 총장은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가 없다는 의견으로 만들어진 발달장애라는 한 유형에 맞춘 지원계획보다 전체 장애유형에 맞는 전달체계나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한 뒤 통합적인 관점으로 ‘발달장애’라는 유형을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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