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가 지난 1990년부터 2010년 4월까지 방송 3사의 장애인 날 특집프로그램을 모니터해 8일 오후 2시 여의도 이룸센터 2층 교육실에서 발표 분석하는 자리를 가졌다. ⓒ에이블뉴스

“장애인에 대한 언론의 방송보도는 신체적 결함이나 사회적 낙인찍힌 존재나 장애극복을 통한 영웅화가 아닌 비장애인과 구분 없는 자립생활을 추구하는 장애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기균 방송모니터단 책임연구원은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한뇌협)가 8일 오후 2시 여의도 이룸센터 2층 교육실에서 개최한 ‘방송3사 장애인의 날 특집프로그램 모니터 결과보고 및 토론회’에서 참석, 이 같이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뇌협이 지난 1990년부터 2010년 4월까지 방송3사의 장애인 날 특집프로그램을 모니터한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모니터 분석결과는 방송자료가 남아있지 않거나 시간상의 제약으로 KBS 98개, SBS 48개 MBC 34개 중 185개를 분석하고 19개를 모니터한 것으로 약식분석의 한계를 가진다.

장애인 비하용어, 장애극복, 영웅화 내용 주 이뤄

이기균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90년대에는 재활훈련을 통한 장애극복, 히말라야를 등정하는 시각장애인, 진동소리에 의존해 무용수로 살아가는 청각장애인 등 장애에 초점을 맞춘 인간승리를 주제로 한 내용이 주로 방영됐다.

90년대 방영물의 특징으로는 등장인물들의 생활을 여과없이 보여줘 인권침해를 유발하는 장면이 많았고 ‘병신’, ‘반토막’ 등 장애비하용어가 난무했다.

2000년대는 지적장애인들의 결혼, 공동체 생활 등 가족애나 취업, 직업 등 주제가 다양해 졌으나 장애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구성과 장면이 많았다.

이기균 연구원은 “이제는 장애인의 날 특집프로그램도 장애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사회활동을 하고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삶에 초점을 맞춘 방송이 되어야 한다”며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 전문가들과 장애인당사자들의 참여가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의경 방송모니터단 책임연구원의 분석도 이 연구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 연구원은 “방소 3사는 모두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나 짐이 되는 존재로 그리고 있다.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담은 경우는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라고 꼬집었다.

김 연구원은 “방송내용만 보고는 방송사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내용면에서 방송 3사의 차이점을 찾기 힘들었다”며 “이는 장애인의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단기간에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사들이 제작에 투입하는 노력이 전무하거나 허술하다는 말이다.

김 연구원은 또 “방송사의 경우 모금방송에 큰 비중을 두고 방송하는 만큼 장애인을 불쌍하고 처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로 묘사한다”며 “그렇게 하면 일시적으로 돈을 많이 모금해 장애인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장애인은 무능하고 짐이되는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준다”고 지적했다.

방송·언론에 장애인당사자 참여 보장돼야

토론자로 참석한 장애인 정보문화누리 김철환 활동가는 “영국에서는 장애인들의 방송참여 활성화를 위해 장애인을 더 쉽게 고용하고 미디어에서의 장애인들에 대한 보도를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영국의 방송창작산업 장애인네트워크(BCIDN)을 지원한다”며 해외사례를 통해 국내의 장애인방송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냈다.

영국 정부가 지난 2002년 장애인네트워크와 프로그램제작자들을 위한 워크숍을 실시해 도출한 장애인 미디어 참여방안을 살펴보면 △장애인을 사회자, 리포터, 캐스트로 참여시키기 △장애인을 포함시키기 위한 드라마 구성, 장애인 방송인들을 위한 편의시설과 프로그램 도구 등 만들기 △전형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도전 △장애인들을 위한 정기적인 훈련계획 제작과 훈련자들을 위한 기금 확충 등 장애인 훈련과 직업기회 창출 △장애인 취업을 위해 홍보를 강화하고 장애인고용에 관한 지침 만들기, 장애인 단체와의 연계 등이다.

이 방안들은 장애인이 미디어에 깊숙이 관여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구성돼 있는데 이를테면 방송제작 결정권이 있는 팀에서 장애에 대한 작품 혹은 영화를 검토하고 장애인들을 동질적인 집단으로 보지 않으며, 장애극복에 초점을 맞춘 빈민지역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금지 시키는 것으로 전형적인 스테레오타입에 도전하기 위한 실행과제들을 담고 있는 것.

김철환 활동가는 “현재 방송사들이 자율적인 판단에 의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준수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행이 잘 되고 있지 않다”며 “장애인 방송이 사회통합이라는 측면보다는 시청률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어 이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적극적인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철환 활동가는 장애인방송 가이드라인에 속해야 할 사항으로 △장애인 특집방송은 현황을 분석하거나 정책을 보도해 국민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제작할 것 △ 다채널 방송을 통해 장애인관련 내용이 상시방송되도록 할 것 △국가인권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협력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할 것 △모범방송사례를 발굴·시상할 것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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