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최규성 의원, ‘장애인 주거지원 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는 신영수 의원이 지난 27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장애인주거정책 대안 마련 토론회’를 열고 현실을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된 ‘2009년 장애인주거실태조사’ 결과는 무주택 기간이 10년을 넘는 비율이 71%에 육박하고 장애인가구 월평균 소득(147만원) 중 생활비와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84.3%를 차지하는 등 장애인들의 열악한 주거 현실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의 주거현실 개선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이날 토론회에서 제안된 개선 방안을 소개한다.

안응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실장. ⓒ에이블뉴스

장애인주거지원 전담부서 필요

안응호 한국장총 정책실장은 “이번 조사는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첫번째 실태조사라는 의미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세대의 열악함을 최소한의 통계적 의미를 찾아 정책건의와 시사점으로 돌출치 못한 성의 없는 데이터로 보인다”고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면서도 “토론회를 통해 대책을 수립해 정책의 목적을 구체화하여 주거가 복지의 척도가 아닌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행사로 인식되기를 바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안 실장은 장애인가구의 무주택기간에 대해 “저소득 장애인가구의 72%이상이 10년 이상 무주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들 가구의 경제적 상황이 변동이 없거나 고정된 수입이 없음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안 실장은 단순한 주택소유 유무가 아닌 재활, 직업교육 등 평생주기에 걸친 경제적 수준의 향상과 지속적인 뒷받침이 필요하고,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량을 늘리는 동시에 국민임대주택도 임대 후 분양전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장애인주거정책과 관련한 전담부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안 실장은 “정기적인 주거실태조사와 더불어 최소한의 주거에 대한 상담과 모든 가능성을 망라해 장애인가정에게 알려줄 수 있는 전담 주거지원부서 설치가 절실하다”며 “전담부서를 통해 장애인들이 ‘내집 마련’의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하고 이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국토해양부로 주거관련 업무를 이관해 일관성 있는 정책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설에서 나와 한 자립생활센터의 체험홈에서 생활하고 있는 황인준 씨가 주택을 구하기까지 겪은 경험담을 말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시설장애인 자립생활 꿈 깨지 말아야

한 자립생활센터의 체험홈에서 생활하고 있는 황인준 씨는 시설에서 나와 '집'을 구하기까지의 과정에서 겪은 현실을 증언하며, 주거현실 개선에 대해 제언했다.

황 씨는 “시설에서 나와 맨 처음 집을 구하려 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했다. 적게는 수년에서 많게는 2~30년을 시설에서 생활한 사람에게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한 집 구하는 방법을 답은 책자나 정보제공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정보제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그는 “시청이나 구청에 가니 무주택기간이 짧고 부양가족이 없어 우선순위에 밀린다고 동 주민센터로 가서 임대아파트를 찾아보라고 안내하더니 주민센터에서도 순위가 밀린다며 이번엔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며 은행으로 가보라고 하더라”며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이외에도 황 씨는 시설에서 거주한 기간이 무주택기간으로 인정돼지 않고 시설에서 나와 1년이상을 무주택 세대주로 자격을 유지해야 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있는 현 제도에 대해 지적한 후 “가정과 사회에서 자의 혹은 타의로 시설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부양가족을 선정기준을 삼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라며 “사지마비 장애인인 나보다 더 심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더 쉽게 집을 구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씨는 “정부는 자립생활의 기본이 되는 주거를 책임져야 하고 그 전에 선정기준을 현실에 맞게 바꿔서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의 꿈을 깨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금호 대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에이블뉴스

자율성 보장할 수 있는 자립주택 절실

노금호 대구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우리사회에서 주거를 위한 공간인 주택은 재산목록 1호이자 투기대상 1호로써 철저한 사유재산의 영역으로 존재해 주거의 문제가 권리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못했다”며 “장애인의 주거권이 상대적으로 더 열악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실제 장애인을 위한 주거정책은 시설정책밖에 없었다고 말할 정도”라고 주거정책에 대해 꼬집었다.

노 소장은 또한 “지적이나 자폐성 장애인들의 의사표현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고 항목의 구체성이 결여돼있고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반영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시정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시설생활 장애인들의 98%가 일반주택의 선호하는 것을 보면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은 욕구가 강하고 정부가 시설을 소규모화하겠다지만 그룹홈과 같은 공간이 아닌 자율성이 보장되는 자립주택이 절실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노 소장은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있어서 활동보조서비스를 제외하더라도 주거, 소득, 노동의 문제는 서로 연동돼 있으며 장애인의 주거권 보장은 국민 전체의 주거권 운동과 연계해 전반적인 주택의 공공성 자체를 확보하는 방향에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후 ▲공공임대주택 물량 확보 ▲체험홈을 거친 탈시설장애인이 입주하는 장애인 자립주택의 도입 ▲주거비 지원 등 민간 임대 시 다양한 지원 정책 마련 ▲주거환경개선 및 주택개조의 전면 확대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 등을 위한 주거지원 서비스 마련 등을 촉구했다.

한편 노 소장은 이번 조사에 대해 ▲장애인등록률이 낮은 현실에서 1만여의 표본 수가 대표성에서 가지는 한계점 ▲생활시설에서의 대리응답률이 46%에 이르는 점 ▲지적장애 등의 의사표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조사원들의 역량과 노력에 대한 의구심 ▲20세 성인들이 실제로 가구를 구성할 수 없는 현실에서 지역사회 거주 장애인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었는가 하는 점 등을 들어 신뢰도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주거복지기획과 김영한 과장은 “이번 실태조사 발표를 놓고 사실 고민이 많았다. 현재의 정부정책이 수치로 나타난 장애인 가구의 열악한 현실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과장은 “장애유형이 다양하고 이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에 따라 주거지원이 세분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발의된 주거지원법의 통과와 하위법령에 장애인에 대한 주거종합대책을 담아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과장은 전달체계 일원화에 대해서는 “일부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현재는 복지부와 원만한 합의가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지자체별 장애인주거를 전담하는 부서가 없는 것이 아쉽다. 향후 지자체와 중앙정부간 협의를 통해 일원화된 창구를 통해 종합적인 안내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과장은 또한 “순위별 선정기준은 주택정책이 여러 취약계층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선정기준을 바꾸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다만 장애인에게 지나치게 불합리한 부분은 개선하도록 하고 되도록 대기시간이 단축시키도록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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