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의 진정한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는 장애인 비례대표 진출에서 벗어나 정책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졌다.

서울시복지재단 사회복지공익법센터장인 이상훈 변호사는 3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주최 ‘장애인 정치참여 확보를 위한 전략 수립 정책토론회’에서 장애인 정치세력화를 위한 방안을 내놨다.

서울시복지재단 사회복지공익법센터장 이상훈 변호사,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 서울장애인인권포럼 이권희 대표.ⓒ에이블뉴스

■비례대표 수 감소, 기존 의원 박한 평가=지난 30일 문을 연 제20대 국회 속 비례대표는 총 47명이다. 새누리당 17명,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13명, 정의당 4명이 당선됐지만, 그중 장애계를 대표하는 인물은 없다.

이에 장애계 차원에서도 비례대표를 선발하지 않은 각 당을 향해 집회, 기자회견 등을 개최했으며. ‘413 사태’를 반성하는 의미에서의 장애인 아고라도 개최한 바 있다.

먼저 장애인 비례대표가 선발되지 않은 원인으로 이 변호사는 비례대표 수의 절대적 감소, 20대 총선만의 특수한 선거 상황, 기존 의원들에 대한 박한 평가, 시대 흐름에 따른 비례대표 후보군의 변화를 꼽았다.

이 변호사는 “20대 총선의 경우 선거 전만해도 새누리당이 압도적인 의석수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다. 장애계에 상대적으로 우호 했던 야당은 2개로 나뉘면서 예상의석수가 얼마 되지 않아서 후보군을 다투다보니 장애계까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며 “새누리당의 경우 611명이 몰리면서 다문화, 국가유공자 등 새로운 흥행몰이를 고민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은 “20대 총선에서 특수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비례대표 수가 절대적 감소했다. 감소됨으로 인해 장애인이 진출하지 못한 것은 장애인이 가장 무시당하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고 공감했다.

반면, 서울장애인인권포럼 이권희 대표는 “기존 의원들의 박한 평가는 너무 그 개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측면이 있다. 개별적 능력을 탓한다면 우리 장애계도 해당 의원을 견인하고 각성시키지 못한 우리의 책임도 같이 부정하는 꼴이다. 누워서 침 뱉기인 셈”이라고 반대 의견을 표했다.

정의당 장애인위원회 이영석 위원장, 서울시복지재단 사회복지공익법센터장 이상훈 변호사,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지영 사무국장.ⓒ에이블뉴스

■비례대표가 답? ‘정책’에 집중해야=이 변호사는 장애인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는 비례대표 진출만을 바라볼 것이 아닌 ‘정책’으로 방향을 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례대표 의원은 정치세력화를 측정하기 위한 유용한 척도이기는 하지만 수많은 정치참여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

이 변호사는 “장애계 비례대표 그 자체가 지향점이 되선 안 된다. 비례대표에 경도될 경우 개인의 정치세력화로 변질될 우려가 있으며, 정치권에서도 소수의 의원을 선임하는 것으로 갈음할 수 있다”며 “초선 비례대표로서 경과물도 한계가 크기 때문에 과도한 기대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장애계 비례대표에 대한 기대와 의존보다는 그동안 처리된 장애인 법안들이 제대로 현실에서 정착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법안 내용만으로 보면 다른나라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법과 현실이 따로”라며 “20대 국회에서는 그동안의 입법 의정활동 성과물을 실제로 뿌리내릴 수 있을지 점검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역량강화 시기로 전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지영 사무국장도 "비례대표 몇 명으로는 장애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겠다고 생각한다.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는 개인이 의회에 진출하는 것보다는 우선적으로 장애인의제가 보편적으로 여성, 환경처럼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로 끌어올리도록 집중해야 한다"고 공감을 표했다.

정의당 장애인위원회 이영석 위원장은 "장애인이 정치에 관심 있으면 정책 활동에 근간이 돼야 한다.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심이 있음을 드러내야 한다"며 “정치에 관심 있다면 정당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장애인 정책 문제에 선도적으로 움직여 정책 역량강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31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정치참여 확보를 위한 전략 수립 토론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스타 의원 만들자?” 장애계 ‘냉소’=‘한국판 태미 덕워스’ 즉 상징적인 인물을 내세우는 장애인 정치세력화 방안에 대해서는 토론자들은 모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태미 덕워스는 타이계 여성으로 지난 2004년 이라크 전투 현장에서 헬리콥터 조종사로 파견됐다 두 다리, 오른팔에 장애를 입었다. 이후 오바마 정부 때 연방 보훈부 차관보로 지명된 후 2012년 일리노이 주 하원의원에 당선됐으며, 재선에도 성공했다. 올 하반기에는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이상훈 변호사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데 있어 상징적인 인물을 내세우는 것 만큼 효율적인 것은 없다”면서 “아직 우리나라는 비장애인도 수긍할 인물이 너무나 부족하다”며 “한국판 태미 덕워스가 있어야 정치계에 수혈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권희 대표는 "한국판 태미 덕워스는 주류사회를 감동시킬 수 있거나 스타 또는 영웅의 이미지, 또는 장애를 극복한 슈퍼 장애인의 이미지로 메이킹 하기에 적합한 장애인을 발굴해 의회 진출시키고자 하는 전술로 판단된다. 진정한 장애인당사자주의 관점에서 볼 때 리스크가 클 것"이라며 "오히려 장애감수성을 가진 비장애인 서포터보다 더 장애를 왜곡해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절대적으로 반대한다"고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정지영 사무국장도 “스타 의원들이 나온다면 왜곡해서 포장할 것 같다. 결과적으로 장애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상호 소장도 “어림 반 푼어치 없다”, 이문희 사무차장과 비마이너 하금철 편집장도 “장애에 대해 전문성을 갖고 있다면 괜찮지만 그럴 리 없을 것 같다”고 반대 의견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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