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라드 간격이 좁아 전동휠체어 진입 불가.ⓒ해운대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해운대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이모씨(지체장애1급, 남)와 김모씨(시각장애 1급, 여)는 지난달에 개장한 부산시민공원에 매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무려 6천억원이라는 예산을 들여 화려하게 개장한 부산시민공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예비인증'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접근성과 이동성의 문제로 인해 갈 수 없었던 공원을 이제는 혼자서 거닐며 산책도 하고 동료들과 소풍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19일 부산시민공원을 방문했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시민공원 입구에서부터 고난이 시작됐다. 자동차진입억제용말뚝 즉 볼라드가 70cm간격으로 촘촘히 박혀있어 지체장애인 이씨의 전동휠체어의 진입부터가 불가했다.

이씨는 “이는 법적 기준인 150cm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간격이었다. 더구나 볼라드의 경우 탄성을 가진 재질로 설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금속재질의 볼라드가 설치됐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시각장애인인 김씨는 볼라드와 충돌해 중상을 입을 뻔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주변 시민들의 도움으로 겨우 공원 내로 진입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시련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공원 내 몇몇 건물에서는 건축물의 기본 편의시설인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휠체어가 건물 내로 진입할 수 없었고, 공원 시설 내에 점자블록이 없어 시각장애인인 김씨는 건물을 찾아 이동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부산시민공원 개장 시,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던 내용처럼 배리어프리 즉, 무장애 공간임을 공원을 이용하는 장애인은 전혀 느낄 수가 없다는 것.

더운 날씨에 음료대를 찾은 그들, 하지만 음료대는 휠체어 높이에 맞게 낮았으며 누름식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물을 마시려 다가서자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음료대 하부공간이 10cm도 되지 않아 휠체어가 들어갈 수가 없었던 것. 결국 음료대의 누름버튼에 손이 닿지 않았다.

이씨는 “부산시민공원을 방문하기 전에 두 사람은 '무장애'라는 말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공원을 찾았지만 돌아오는 길은 지친 몸과 씁쓸한 마음만 남았다”며 “단순히 홍보를 위한 보여주기 식의 베리어프리 인증이 아니라, 설계단계부터의 장애인 당사자들의 참여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실질적으로 편의를 보장 할 수 있는 '무장애'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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