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낙동강변에 있는 삼락공원에 9홀짜리 파크골프장이 새로 조성되었다. 9홀짜리가 새로 조성된 파크골프장 옆에는 그전에도 9홀짜리가 하나 있었기에 사람들은 이를 나인홀이라 불렀다.

나인홀 옆에 9홀이 새로 조성되었고 이는 오랫동안 부산 장애인들의 염원이었기에 장애인들은 삼락공원의 장애인구장을 줄여서 삼장파크골프장이라고 이름 지었다. 삼락공원의 파크골프장은 낙동강관리본부 소관인데 낙동강관리본부에서 이 이름을 인정해 줄지 모르겠지만.

삼장파크골프장 장애인 화장실. ⓒ이복남

아무튼 삼장구장이 조성되면서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되었다. 장애인 화장실은 파크골프장의 왼쪽에 서쪽을 바라보면서 길게 들어섰다.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경사로를 따라가면 20m쯤에서 한번 꺾어지고 오른쪽에 남자 화장실이 있고 그 앞을 지나가면 여자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을 볼 때마다 이건 아니다, 잘 못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며칠 전 “장애인용 화장실의 설치 위치, 이대로 좋은가?”(에이블뉴스, 2021-12-08) 라는 글을 읽었다. 이 글에서는 장애인용 화장실은 빌딩 1층에 있어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모든 층에 장애인용 화장실도 설치되어야 하고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BF인증 기준처럼 최소한 30% 이상의 층에 또는 50% 이상의 층에 설치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BF인증이란 Barrier Free 즉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임을 한국장애인개발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 몇 군데서 인정하고 있다.

남자 화장실(위) 여자 화장실(아래). ⓒ이복남

삼장파프골프장 장애인 화장실은 빌딩이 아니라 야외지만 그래도 냉난방기가 설치는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작동은 되는지 잘 모르겠다.

삼장구장의 장애인 화장실은 오른쪽이 남자 화장실이고 왼쪽이 여자 화장실이라 여자들은 화장실을 가려면 남자 화장실을 지나가야 한다. 세상의 절반이 남자 또는 여자라 해도 남자와 여자는 생리 구조가 엄연히 다르고 특히나 생리현상은 다른 성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이다.

그런데 여자들이 화장실에 가려면 남자 화장실을 지나가야 하므로 문을 열어 놓은 화장실에서 남자가 소변보는 모습은 애써 외면하려 해도 저절로 보인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다.

장애인 중에는 한쪽 팔 또는 한 손 장애인이 있다. 그래서 화장실 안에 세면대가 있어야 하는데 삼장구장 장애인 화장실에는 세면대가 바깥에만 있어서 한 손 또는 한쪽 팔 장애인이 불편해한다. 남자 화장실이나 여자 화장실이나 화장실 안에 세면대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여자 화장실에 가려면 남자 화장실을 지나가야. ⓒ이복남

여자 화장실은 가운데 세면대가 있고 양쪽으로 장애인용 화장실이 하나씩 있다. 대회라도 하는 날이면 사람들이 많아서 여자 화장실은 길게 줄을 서야 한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여성 장애인이 그렇게 많지는 않음으로 두 개 다 장애인용 화장실로 할 게 아니라 한쪽은 일반 화장실 두 개를 설치했으면 좋겠다.

화장실 문은 고리를 거는 걸개로 되어 있어 손이 불편한 장애인은 고리를 걸고 벗기고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장애인 화장실 잠금장치는 원터치로 되어야 하고 다시 한번 얘기하자면 손 씻는 세면대도 화장실 안에 있어야 한다.

삼장구장 화장실 잠금장치. ⓒ이복남

장애인용 화장실에 대해서는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표 1] “편의시설의 구조·재질 등에 관한 세부기준(제2조제1항관련)”에 설치장소 재질 구조 등 기타에 대해서 자세하게 나와 있다. 그러나 필자가 여기서 말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이 없다.

삼락공원에는 곳곳에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장애인이 장애인 화장실과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를 묻고 있다.

삼장구장에는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라고 되어 있음에도 당장 불편한 사항은 잠금장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좌변기 안에 세면대가 설치되어 있지 않고, 여자 화장실은 남자 화장실을 지나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예전부터 돌 사진을 찍을 때 남자아이는 고추를 내놓고 찍고 여자아이는 옷을 입고 찍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서 어른이 된 남자도 고추를 내놓은 돌 사진을 부끄러워하므로 이제는 그런 사진을 더 이상 찍지 않는다.

부산역 지하철 장애인 화장실 잠금장치. ⓒ이복남

예전 어르신들은 남자아이를 보면 “고추 따 먹자”라는 말도 예사로 했으나 이제는 그런 행동이나 말은 성추행에 해당하므로 하면 안 된다. 그럼에도 남자 소변기에는 여전히 칸막이도 없고, 더구나 여자들이 그 앞을 지나가게 하다니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삼장구장에는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라고 되어 있지만, 그 외에도 삼락공원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몇 군데 있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라는 용어가 없어서인지 사용하기가 편리해서인지 지나가는 어르신 등이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므로 정작 화장실이 필요한 장애인은 이용을 못 해서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도 [“장애인등”이란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 시설 이용 및 정보 접근 등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을 말한다.]라고 되어 있다.

장애인 화장실의 세부 기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몫이고 필자는 삼장구장 장애인 화장실의 문제점에 대한 몇 가지만 짚어 보았다.

장애인 화장실이란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과 손잡이 등이 필요하다. 따라서 굳이 전용(專用)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 그런데도 비장애인들이 차지하여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하철 엘리베이터 등은 그야말로 얼마나 많은 장애인들의 투쟁과 노력으로 이루진 결실인데, 현재는 비장애인들이 더 많이 이용해서 정작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할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뒤로 밀려나기 일쑤다. 그래서 어떤 장애인은 몇 번이나 엘리베이터를 놓쳐야 한다고 한탄했다.

배리어프리(barrier free)란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이다. 그러나 이용에 있어서는 장애인 우선으로 배려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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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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