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훈/나사렛대학교 장애인체육학과 교수

장애인체육의 주무부처가 보건복지부(현 보건복지가족부)에서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시대가 열리면서 장애인체육 분야는 가맹 경기단체의 설립과 시도별 장애인체육회의 조직 등 급격한 행정조직의 개편과 사업 확장으로 일대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4.4%(2007년 기준)에 이르는 장애인체육 참여율을 10%까지 끌어 올리는 목표로 조직정비와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의 구상과 더불어 중장기 발전계획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활발한 변화 가운데서 체육행정 조직구성에 따른 여기저기의 불협화음과 집단 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러한 혼란의 이면에는 장애인체육 패러다임에 관한 문제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즉 장애인체육을 프로그램, 지도자, 시설, 체육조직 등 체육정책과 수립과 실행에 있어서 치료적이고 재활차원에서 한정시켜 접근했던 실정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기존의 재활체육의 패러다임에서 오는 한계에서 비롯된 결과로 이해하고 싶다.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움직임을 뒷받침한 이념은 바로 ‘당사자주의(consumerism)’라 할 수 있다. 이는 장애인 문제해결의 주체는 전문가가 아닌 서비스의 실제적인 소비자인 장애인 스스로가 최적의 판단자라는 소비자 주권(consumer sovereignty)을 강조하였으며, 이는 자립생활이 가지는 철학적 핵심조건이 되었다.

우리나라 장애인체육에서의 당사자주의는 기존의 체육정책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와 각 시도장애인체육회 이사 구성시 장애인 당사자가 의무적으로 20%이상 참여하게끔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각종 체육 정책추진에 있어서도 당사자의 참여를 의무화하고 있다. 당연한 시대적인 흐름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정책에 대한 불신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씁쓸함이 있다.

장애인과 관련된 대부분의 체육정책에 있어서 빠지지 않았던 용어가 ‘당사자’라는 용어이다. 미국의 경우 스포츠 참여의 법적 평등 보장과 관련된 법령은 1973년 ‘재활법’, 1998년 ‘올림픽?아마추어스포츠법’, 1990년 ‘장애를 가진 미국인법’ 등으로 이동장벽 제거, 지도자 배치, 장애선수 및 조직의 지원, 평등한 참여기회 등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흐름이라 하겠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짚고가야 할 문제는 장애인체육에 있어서 ‘당사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물론 장애를 가진 장애 개인이 당사자이다. 이는 생태학적으로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사회학적인 측면에서는 장애인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로 이해해야 바람직할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 체육에 있어서 장애인 당사자는 장애인 체육선수나 장애인 참여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체육활동을 위해 지원하는 가족이나 전문적인 지도를 하는 체육지도자, 그리고 행정서비스를 하는 행정가, 자원봉사자, 체육단체 등 장애인의 신체활동 문제를 위해 노력하는 모든 주체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단지 장애를 가진 이유만으로 장애인체육의 당사자라고 하면 곤란하다. 당사자주의는 자질의 문제와 특혜시비, 체육서비스의 질적 저하 시비 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정책에 참여함으로써 신체활동을 통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있어서 가장 효율적이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실천 이념으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당사자주의가 장애인이 항상 ‘우선’, ‘특권’의 의미로 접근되기 보다는 배려와 소비자의 주권 차원에서 접근되고 당사자들도 역량강화를 통하여 체육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장애인 체육에 있어서 당사자주의의 잘못된 적용으로 인하여 자칫 이기주의로 전락되는 것은 그 누구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생활신문 / 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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