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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일상속의 장애인-스토리텔링 공모전’ 수상작 소개-⑤

우수상 ‘장애와 함께 시작하는 인생2막, 나는 달린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9-21 13:28:00
밀알복지재단이 최근 ‘제6회 일상속의 장애인-스토리텔링 공모전’을 진행했다.

이번 공모전은 장애와 관련된 일상 속의 모든 이야기를 주제로 장애인 당사자, 부모, 주변인들의 다양한 사연들이 총 427편 접수됐다. 이중 최유리씨의 ‘우리 집에 DJ가 산다’가 보건복지부 장관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총 20편이 수상했다.

에이블뉴스는 총 20회에 걸쳐 공모전 수상작을 연재한다. 다섯 번째는 우수상 수상작인 양기성 씨의 ‘장애와 함께 시작하는 인생 2막, 나는 달린다’다.


장애와 함께 시작하는 인생 2막, 나는 달린다
양기성


길거리에서 숱하게 보는 타인들, 그런 비장애인들보다 내 몸이 조금 특별하거나, 혹은 다르다고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는 나는 ‘장애와 함께 한 지’ 올해로 15년이 되었다. 19살, 남들은 모두 수능 보랴, 대학교 가랴 정신없을 때에 나는 앞만 보고 달려왔던 태권도 선수생활을 접고 제대로 된 진로를 찾아보리라는 다짐 하에 태권도 사범활동을 시작하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야간대학도 다니면서 학업과 사범활동을 병행하던 중, 사고는 예기치 않게 벌어졌다.

2005년 8월 6일, 태권도 도장에서 아이들을 인솔하여 여름캠프로 수영장을 갔다가 사고가 났다. 목뼈가 골절되면서 전신이 마비되었고 골반뼈를 절개한 후 목뼈고정수술을 한 뒤에야 겨우 손가락 끝에 감각이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철없던 나는 대수술을 마치고 차차 경과를 지켜보는 와중에도 참으로 마음이 편했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힘든 생활 중에 모처럼의 휴식을 갖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혹여나 ‘군대를 안 가도 되지 않으려나?’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속이 타들어가는 부모님 옆에서 그렇게 나는 앞으로 벌어질 일도 모른 채 속없이 좋다고 누워 있었다. 그렇게 2개월이 지난 후, 부모님이 교수님과 면담을 마친 후에 지으시는 ‘표정’을 보고 나는 ‘아, 뭔가 잘못 됐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나름의 동물적인 직감이었다고나 할까?

‘장애정도가 심한 중증도의 지체장애인’, ‘4, 5, 6번 경수 손상을 입은 척수장애인’ 이란 거추장스러운 타이틀이 생겼지만, 나는 끝까지 부정하면서 참으로 열심히 재활운동을 했다. 낮에는 치료실에서 재활치료를, 밤에는 병실에서 혼자 개인운동, 그렇게 시간이 날 때마다 재활운동을 했다. 혹여나 갑작스럽게 몸이 회복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던 듯하다. 그렇게 막연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재활운동은 어느새 4-5년을 훌쩍 넘겨버렸다.

조금씩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나는 병실에서 홀로 궁리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원체 가만히 있는 것 자체를 싫어하던 나였기에 더 나아질지 아닐지도 모르는 몸을 마냥 기다리면서 재활운동만 한다는 것은 엄청난 고역이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체념하고 병원생활에 완전히 젖어들 때 즈음 친구의 권유로 2009년 11월, 모아놨던 돈을 탈탈 털어서 차를 구입하였고 2010년, ‘휠체어 의료기기 용품’을 판매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당시의 나는 ‘중증장애인의 신체를 갖게 된 이상 장애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본격적으로 ‘장애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일은 순탄하게 풀리지 않았다. 장애인 당사자 간의 거래는 맞지만, 그 전에 ‘장애인 고객에게 신체의 일부와도 같은 의료용품을 판매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너무 간과했던 탓이었다. 장애인 고객도 나와 같은 장애인이기에 몸이 불편한 나를 당연히 이해하고 기다려줄 것이라 착각했고 이는 고스란히 초라한 판매실적으로 연결되었다.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당장 필요한 용품이 없으면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했기 때문에 무작정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고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다. 같은 의료용품이어도 장애인마다 개별 장애특성이 달라서 그에 맞는 보조용품이 별도로 필요했고 고객 전부가 나와 같은 척수장애인이 아니었기에 제품의 구조는 어떠한지, 어떠한 원리로 작동되는지 세부적인 학습이 선행되어야만 판매가 가능했다.

그렇게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생활’에 몸도 마음도 점점 녹초가 되고 있을 즈음, 우연한 계기로 ‘장애인 스포츠’, 그 중에서도 ‘장애인 태권도’ 종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미묘한 감정들과 기대감이 일순간에 몰려왔다. ‘중증장애인이라 해서 내가 해왔던 일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과연 맞는가? 그중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지 않을까?’

‘대한장애인 태권도협회’의 연락처를 검색하고 바로 연락을 한 나는 그날의 전화를 계기로 못다 한 태권도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중증장애인의 신체로 인생 2막을 시작한 후 억지로 외면하고 밀어냈던 기억들을 추억하며 옷장 구석에 개어놨던 도복도 다시 꺼내었다. 너무 작아져 버린 도복과는 다르게 마음속의 새로운 의지와 각오는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2013년 11월 9일 장애인 태권도 사범지도자 2급 자격 취득, 2013년 11월 30일 장애인 태권도 심판 2급 자격 취득, 2015년 12월 4일 WTFD(세계태권도연맹) 국제심판 2급 자격을 취득했다. 다양한 자격을 취득하다 보니 장애인 스포츠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타 장애유형을 포함하여 장애전반에 대한 세부학습이 필요했다. 한 명, 한 명 장애인 고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 의료기기를 학습하던 것과는 또 달랐다. 2015년 3월, 사회복지를 전공하기 위해서 사이버대학교에 입학하여 2017년 4월 5일 사회복지사 2급 자격을 취득했고, 그 외에도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강사, 동료지원가 자격을 취득하는 등 마치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이 태권도를 다시 시작한 나의 시계는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지금의 나는 송판을 격파하거나 일어서서 품새를 갖추는 등 ‘비장애인 태권도 사범’으로서 지도했던 사범활동은 시도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장애인 태권도 선수들에게 하지 장애인들을 위한 품새를 지도하고 함께 개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장애인 학생 지도를 위해선 보이는 장애 외에도 다양한 배려와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신체 제약으로 제한되고 잃은 것만큼이나, 새롭게 학습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족히 갑절은 많아졌다. 만약 내가 중증장애인이 아니었다면 이 많은 경험들을 죽기 전에 체험하긴커녕, 알 수나 있었을까?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과 만족감을 찾는 것은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할 것 없이 모든 인간이 일생 전반에서 추구해야 할 공통의 목적이다. 지금 내 삶은 비장애인 때와는 또 다른 행복과 만족감,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장애인 태권도 종목의 세계적 활성화’, ‘하지장애 장애인들을 위한 품새 종목의 추가’, ‘패럴림픽 개회식에서 장애인 태권도 시범단으로 참가하여 세계인들 앞에서 하지장애 종목 품새를 시연하는 것’, 나는 세 가지 꿈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고 오늘도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로, 그리고 장애인 태권도 지도자로서 향후 나의 역할이 점차 확대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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