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일자리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매년 ‘장애인일자리사업 우수참여자 체험수기’를 공모하고 있다.

2019년 공모에는 17개 시·도에서 75건의 수기가 접수됐고 심사결과 최우수상 4편, 우수상 9편 등 총 13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열세 번째는 특화형일자리 참여 부문 우수상 수상작 최윤정 참여자의 ‘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된 특화형일자리사업’ 이다.

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된 특화형일자리사업

최윤정(충청북도 충주시)

저는 지적장애와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20대 처음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 힘이 들고 잘 적응하지 못하여 얼마 가지 않아 바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직장생활의 부적응으로 우울증이 생겼는데 한 번은 어두운 다락방에 들어가 눈썹을 모두 밀어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갑자기 우울해지고 밖에 나가기도 싫고 말도 안 나오고 환시와 환청이 들리기도 했습니다. 우울증 증세는 조금 괜찮아 지다가도 신경 쓰이는 일이 생기거나 하면 예민해지면서 증세가 심해지기도 했습니다.

여러 번의 통원치료와 입원치료를 통해 지금은 많이 좋아졌으나, 아직도 조울증 약은 계속 복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직장생활은 저에게 공포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을 때 어머니의 권유로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벌어오는 일용직 월급의 수입으로 남편과 단둘이 생활하였으며, 생활은 늘 넉넉하지 못했지만 남편이 잘 대해주는 편이라 결혼생활에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결혼 이후에는 충주시보건소 정신장애 프로그램과 정신장애인 재활을 돕는 충주어울림센터를 다니면서 재활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점점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대한 공포가 완화되었을 때 쯤. 충주어울림센터에서 충청북도장애인종합복지관으로 소개를 해 주셔서 복지관과 인연이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 컴퓨터 교육 및 취미교실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여러 가지를 배웠습니다.

2015년에는 장애인일자리사업(복지일자리)로 충주어울림센터에서 하루 3~4시간 정도 환경미화 일을 하였습니다. 평소 이용했던 기관에서 하는 일이라 마음도 편하고 근무 시간도 짧고 선생님들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어렵지 않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8년 말에 복지관 선생님이 ‘특화형일자리사업’이라고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처음 진행하게 된 사업에 참여하길 권유하셨습니다.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을 돕는 일이었습니다.

복지관이나 어울림센터도 아니고 낯선 요양원에 가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근무를 해야 한다는 공포감과 예전의 직장생활이 떠올라서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지만, 수차례 선생님께서 용기를 주시고 도움을 주시겠다는 확신을 주셔서 사업을 신청하게 되었고 참여자로 선정이 되어 올해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2주간은 복지관에서 기본적인 교육을 받고, 이후 배치된 지현카리타스노인요양원에서 근무를 하게 됐습니다. 복지관 선생님께서 잘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많이 주시고 격려도 해 주셨지만, 막상 요양원에 가서 근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니 뭐가 뭔지 모르게 깜깜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으며 무섭기도 하고 두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걱정은 매일 9시 출근시간에 맞춰 일찍 일어나는 일이었습니다.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정말 걱정과 의문이 많이 들었습니다.

드디어 요양원 첫 출근 날. 오전 8시 40분에 출근을 하였습니다. 가슴이 두근두근 했습니다. 그나마 조금 다행인 것은 같은 기관에 24살인 김재은 씨와 함께 배정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이는 한참 어리지만 저와 같은 처지에서 함께 일을 배우며 서로 의지하고 일을 할 수 있어 조금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요양원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먼저 인사를 하고 소개하기도 전에 요양원 사회복지사 선생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원장님과 직원 소개를 해 주신 후 우리는 요양보호사 보조 업무를 하기 위해 2층 요양원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계셨습니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누구에게 인사를 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그 마음을 알았는지 요양보호사 선생님들께서는 제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말을 걸어 주시고 소개를 해 주셨으며 호칭도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러주셨습니다. 선생님이라는 말, 난생 처음 듣는 말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호칭을 들으면 제가 정말 자랑스럽고 선생님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제가 주로 맡은 업무는 요양원 각 실 청소와 어르신 식사 도와드리기, 이동 도와드리기, 말벗하기, 프로그램 보조 등의 업무입니다. 복지관에서 기본교육을 받을 때 배운 내용을 토대로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의 말씀을 들으며 업무에 참여했습니다.

청소업무는 평소 집에서도 많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었고, 다른 업무들은 선생님들이 가르쳐 주시는 대로 하나하나 차근차근 하며 잘 모르는 부분은 다시 한 번 질문을 해서 실수 없게 처리하려고 하니 선생님들께서 잘한다고 칭찬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복지관 선생님께서도 수시로 오셔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확인해 주시고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렇게 한발 한발 적응을 하며 지내온 시간이 흘러 벌써 이 일을 시작한지 8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스스로 생각해 볼 때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직장생활의 공포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일을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많이 갖게 됐습니다.

지금은 요양원 모든 선생님들과 너무 친하고 요양원 할머니들과도 너무 친해서 하루하루 일상이 너무 즐겁습니다. 쭈뼛쭈뼛 내성적인 성격도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화가 되었습니다. 하는 일이 너무 재미있으며, 함께 일하시는 선생님들이 모두 잘 한다고 칭찬을 해 주시니 매일매일 기분이 좋고 신이 나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는 발걸음이 너무 가볍고,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빠르게 지나갑니다.

집에만 있을 때는 매일 늦게까지 잠만 자게 되고 무료하게 시간을 보냈는데 이렇게 일을 하면서 한 달에 백만 원이 넘는 돈도 벌고 보람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올해 특화형일자리사업에서 받은 월급으로 집 도배도 새로 하였고, 침대도 사고 밥솥도 샀습니다. 남편과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특화형일자리사업 참여로 생활에 너무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인생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너무 보람되며 기쁘고 행복합니다. 모든 게 주변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가능했던 일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힘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해보고 싶습니다.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된, 처음으로 성공적인 직장생활에 도전하게 된, 특화형일자리사업 참여에 도움을 주신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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